여성연합 2003.11.03 조회 수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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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아스팔트길을 뜨겁게 데우고 있다.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의 긴 행렬이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을 걷다가 뜨거운 아스팔트길에 꿇어 엎드려 땅에 거의 닿을 듯이 절을 한다. 생명을 낳아주고 생명을 지켜주고 생명을 순환시켜 주는 대지와의 대화요 대지에 대한 깊은 참회를 담아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부안군민들의 행렬이다. "한 걸음 내딛을 때 내 안의 이기심과 탐욕을 쓸어낼 것이며, 두 걸음 내딛을 때 죽어가는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일으킬 것이며, 세 걸음 내딛을 때 고통받는 모든 생명을 살리고 함께 하겠다는 상생의 도를 일깨울 것입니다.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일배를 할 때 생명의 영원성을 이 땅에 심어나갈 것입니다"라고 고백하면서 핵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참회의 1백이십리 대장정을 하고 있다. 땀이 온몸을 적신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온몸이 쑤신다. 그러나 땀과 함께 탐욕과 이기심이 씻겨나가고 몸의 고통을 통해 새살이 돋아오고 있다. 생명과 평화를 갈구하는 거룩한 노란 행렬이 하얀뭉게구름이 활짝 펼쳐진 파란가을하늘과 더불어 상생을 이루면서 도심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우리의 살길이 있다. 우리의 미래가 있다. 인간의 오만과 탐욕으로 똘똘 뭉친 죽음의 핵산업을 넘어서서 겸손과 조화와 공존의 세계를 향해 겸손히 절하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지구는 움직이고 우리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지금 부안에서는 녹색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100일이 넘도록 "핵폐기장백지화"를 외치는 부안군민들의 투쟁은 날이 갈수록 생존권에서 생명으로 평화로 그 깊이를 더해가며 새로운 생명문화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부안군민들이 80일이 넘도록 진행하고 있는 촛불집회를 단 한번이라도 참여해본 사람은 바로 이곳에서 우리 시대의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추석한가위에도, 태풍 매미가 몰아치는 밤에도 거르지 않고 계속 진행된 이 촛불집회는 감동과 기쁨으로 출렁거리며 그 어느 축제보다도 부안군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고 있다. 부안의 문화역량이 총동원되어 각양각색으로 펼쳐지는 창조적인 생명문화의 다양함, 세련된 문장은 아니지만 진솔하고 간절한 마음이 절절이 배여있는 군민들의 발언, 시청각자료나 강사들의 강연을 통해 진행되는 생명평화교육등, 부안군민들은 바로 이곳에서 자연, 인간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배우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풀뿌리민주주의를 터득하고 있다. 언론들의 왜곡된 보도로 마치 부안군민이 폭력시위를 하는 폭도들처럼 오해를 받고 있지만 부안의 실제적인 상황은 이와 전혀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안군민들의 평화감성은 풍부해지고 행복지수는 높아가고 있다. 이제 부안군은 새로운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흐름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이러한 생명의 흐름을 역행하고 아직도 개발과 풍요라는 낡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은 그 생각을 돌이켜야 한다.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반생명성을 깨닫고 핵발전을 포기하고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핵발전소를 팔아먹고 있는 미국이 1979년 드리마일 핵사고 이후 자기 나라에는 단 한건의 핵발전소도 추가로 건설하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유럽연합 15개 나라 중 14개 나라들이 핵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거나 단계적으로 포기하고 있으며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정책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에 귀기울여야 한다.

18기의 현존하는 핵발전소에 더해 2030년까지 또 16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 정부는 국민을 볼모로 잡아 죽음으로 곤두박질하는 동반자살을 멈추어야 한다. 핵폐기장을 앞세워 양성자가속기, 첨단방사선센터, 그리고 우라늄 농축 시설등 전북을 일본의 로카쇼무라처럼 핵기지화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는 전북 도지사는 '강한전북'이라는 낡고 진부한 개발논리에서 빠져나와 맑고 신선한 공기를 허파 깊숙이 들이마셔야 회생할 수 있다. 무조건 '안전하고 어디엔가는 지어야 하며 국책사업이니무조건 받아들여라'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나, 인구 7만명도 안되는 지역에 전투병력 7500명을 배치하는 공권력을 행사해서 구속 14명, 불구속 55명, 검거 255명의 결과를 낳는 폭압적인 정치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부안군의 운명은 군수도 도지사도 대통령도아니라 바로 그곳에 살고 있는 부안군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항변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요, 지방분권이고 지방자치이며, 현정부가 주장하는 참여정부의 진면목이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부안을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자녀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아 처절한 아픔을 안고 등교거부를 결정한 부모들의 사랑이 내 자식 좋은 대학 보내겠다고 경쟁심리를 고취시키는 부모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우리는 배워야한다. 공부의 목적이 바로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비록 학교는 가지 않았어도 그들의 자녀들은 핵폐기장백지화투쟁현장이라는 보다 넓은 학교에서 입시위주의 교육과는 비교도 안되는, 펄펄 살아있는 산교육을 받은 셈이다. 부안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부치면서 자기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이 핵폐기장후보지로 선정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싫은 것을 남에게 떠맡기는 진짜 이기주의자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부안은 단순히 부안에만 핵폐기장을 짓지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핵페기장이 들어서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핵폐기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정부가 핵에너지정책을 포기하고 태양광, 풍력 등 대안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만 밝히면, 현재 있는 폐기물은 앞으로 점차 폐지될 발전소와 함께 저장되거나, 압축기술이나 유리고형화기술로 현재시설로도 저장이 가능할 수 있다는 현실가능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제 길은 단 한가지이다.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 명분이 없다.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부가 부안핵폐기장후보지선정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정책과 아울러 핵폐기장의 추가건설이 필요없는 폐기물처리방법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빨리 선회해야한다. 부안이 보여준 희망을 이 민족의 희망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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