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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탈라 궁앞에서 ⓒ 한국여성단체연합 | ||
도착해서 본 티베트의 땅은 척박! 그 자체이다. 나무도 살기 힘들 정도로 산소가 부족하고, 강우량이 일 년에 400리터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로수의 나무를 살리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가로수에 물을 준단다. 팔자 좋은 나무들이다. 그렇게 대우받고 서 있는 기분도 그럴듯해 보인다.
1959년 중국의 침공을 받기 전까지 티베트에는 엄청난 사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6천여 개에 이르는 사원들이 중국침공 후 10개미만으로 정리가 되어, 불공을 드릴 수 있는 사원이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포탈라궁 앞에 가면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이 많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들의 큰 스승 부처에게, 그리고 달라이 라마에게 전신을 바닥에 붙이고 절을 올린다. 그렇게 한 번하는 것이 아니다. 백번도 좋고, 천 번도 좋다. 실제로 라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라싸의 포탈라궁까지 오체투지를 하면서 온다고 한다. 티베트에 가면 이런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걸어다는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다.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아니, 그들은 종교를 넘어서 그들의 삶의 일부이다. 우리가 밥 먹고 양치하는 것처럼 그들의 그런 수련방식은 이미 생활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낮추게 만드는 것인가? 고민해 볼 법도 하지만, 잠시 고개 돌려 생각하면,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존재 아닌가? 부족한 산소, 척박한 환경, 단지,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수련밖에는 없어 보인다.
포탈라궁과 여러 사원들을 둘러본 우리는 해발 5,200미터에 있다는 남초호수를 만나기 위해 왕복 12시간 버스를 타고 남초호수로 향했다. 남초호수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티베트 사람들은 평화 그 자체였다. 비록 척박한 환경이지만, 자연법칙에 순응하면서, 너무 과하게 가져가려 하지도 않고,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다시 자연에게 돌려놓는다. 날씨가 추운데도 그들은 난방을 하지 않는다. 밥을 먹기 위해 요리할 수 있는 연료만 필요할 뿐이다. 연료는 야크가 여기저기 싼 똥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야크 똥을 주우러 넓은 초원에서 허리 굽혀 일하는 티베트 사람들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필요한 단백질을 야크나 양에서 얻는데, 작은 동물들은 전혀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작은 동물을 사람들과 같이 먹으려면 더 많은 살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정력에 좋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개벼룩도 먹는데……. 티베트불교가 티베트국민들에게 참 좋은 것을 가르쳐줬구나 싶다.
남초호수로 가는 길은 환상 그 자체다. 여기저기 만년설이 있는 여러 돌산들과 넓은 초원은 나를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다시 큰 스승 자연 앞에서 나를 낮추게 된다. 남초호수에 도착했을 때 본 광경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인간의 언어로 그 광경을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인파들이 불교법전을 써놓은 경전천을 들고 오체투지를 시작한다. 해발 5,200미터에서 숨쉬기도 힘든 판에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낮추고 다시 그 거대한 자연 앞에서 완벽한 신의 피조물이 된다. 우리는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잠시 눈을 돌리면 사는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인데, 좀 더 여유롭지 못했던 나의 서울생활이 한없이 후회된다.
티베트 사람들은 죽으면 조장을 한다. 조장은 독수리가 먹기 좋도록 살과 뼈를 발라서 독수리 먹이로 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토장을 해도 썩지 않는다고 하니, 그도 이해된다. 한국의 경우 토장이나 화장을 하는데, 토장은 티베트에선 살아생전 죄를 많이 지은 사람한테만 해당한다고 한다. 자연에서 온 사람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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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초호수 ⓒ 한국여성단체연합 | ||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해발 5,200미터 호수 앞에서 숨쉬기가 곤란해 헉헉거리는 나약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답 없는 물음만 나에게 자꾸 던진다. 그리고 남초호수가 말을 한다. 자신을 더욱 더 낮추라고 말이다.
남초호수의 광경은 우리 일행,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두들 말이 없다.
남초호수에서 다시 라싸로 가는 길...... 왔던 것보다 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진다. 고산병의 위협에 완전히 노출되어서인지 빨리 라싸로만 가고 싶다.
다음날 아침! 라싸에서 공항으로 가는길
고속도로 옆에 거대한 사형 집행 장소를 보았다. 티베트 독립을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공산당에 의해 죽어갔던 곳. 인구가 많지도 않은 티베트 사람들을 사형하기에는 너무나 넓다는 생각이 든다. 대륙기질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광활하다. 야구장만큼 크다. 맘이 아파온다.
사람들이 티베트 사람처럼 자연법칙대로 살면, 세상이 참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싸강에서 올라오는 안개와 척박한 산들과 나무들이 어울려 멋진 작품하나가 되었다. 아침에 일찍 서둘러서인지 피곤해서 버스 안에서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이유모를 눈물만 그저 주루룩 주루룩 나올 뿐이었다.
다시 서울로 간다. 그립기도 했지만, 티베트의 아련함을 잃을까 두렵다. 잠시 일탈해 있다가 그 바쁜 톱니바퀴 속으로 들어가려 하니까 좀 겁도 난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명이 있다. 사람이 제 할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이제 알았다. 제 할일을 알고 그 일을 자신의 열정을 다해 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고 축복인가?
이번 중국-티베트 연수를 통해 얻은 것 한 가지! 좀 더 천천히!. 세상에 바쁘지 않은 일은 없지만, 나를 잃어버릴 정도로 바쁘게 살지는 않겠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엄격한 시간 관리와 자기절제가 필수일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이제 알게 되었다.
남초호수의 광경을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우리 모두 천천히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