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이 주축이 되어 문제를 짚어내고 실생활 개선으로 이어가는 풀뿌리 운동. 시민사회운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은 낯선, 우리 사회의 풀뿌리 운동은 대부분 여성이 전개한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책 읽는 엄마들의 모임’처럼 전파력은 상당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005년 ‘지역여성센터’를 만들어 회원 단체들의 풀뿌리 지역여성운동 경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본지는 ‘유럽 풀뿌리 여성운동의 현장을 가다’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지역여성센터 회원들이 유럽을 방문해 체험한 유럽 풀뿌리 운동을 소개했다. 지난 5주간의 시리즈를 정리하며 풀뿌리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풀뿌리 운동 활동가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했다.
■ 일시 : 8월 14일 오후 2시
■ 장소 : 우먼타임스 회의실
■ 참석자 :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신연숙 서울여성의전화 지역조직국장,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하승우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우타 - 유럽 풀뿌리 운동 현장을 탐방했는데 유럽 탐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005년 회원 단체들의 풀뿌리 지역여성운동 경험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살리기 위해, 또 여성운동이 제도 개선 운동에서 실생활 변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역여성센터’를 만들었다. 지난 2년간의 활동을 거쳐 이번 유럽 탐방은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통해 우리 활동가들이 힘을 얻고, 한국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것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전개했다.
박신연숙: 우리가 지역에서 하는 일이 유럽에서는 이미 시작됐고 성공하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특히 유럽의 경험은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실천해낼 것인지에 상상력과 영감을 줬다. 이번 탐방은 운동의 주체는 바로 사람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누구와 같이 운동을 할 것인가도 문제였는데 더 소외되고 가난한 여성들, 지역 여성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하승우: 유럽은 사회민주주의 전통에서 이런(풀뿌리 운동) 공동체들이 유지, 발전돼 왔는데 한국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시장경쟁주의로 가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인 국가다. 유럽의 모델을 한국적인 경험으로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 내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호: 외국의 잘된 사례를 본 감동은 1년을 채 못 간다. 분석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상황의 차이에 따른 변수, 해야 할 것, 포기할 것. 달리 변용해서 점검할 것 등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다.
우타 - 유럽의 공동체들과 같은 사례가 한국에도 많이 있나. 한국은 유럽과 문화가 달라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을 것 같다.
박신연숙: 지역이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전, 울산 등 국내에도 그런 그룹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대전여민회의 짜장 도서관은 동화 읽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주민자치센터의 별관을 접수(?)해 어린이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여성 단체는 이념과 철학이 좋아도 주민들이 가까이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드나들면서 주민들 간 소통이 생기고 지역 이슈를 자연스럽게 토론한다.
주민들의 무관심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마더센터 조직가가 “1000가지를 물어봐라. 모를 것이다. 그냥 시작해보라” 하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하다가 모르겠고 어려우면 다른 마더센터에 전화로 물어본다고 했다. 풀뿌리 운동 간 교류가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또 빠랑부주 등 유럽의 지역 주민 조직들은 정부, 기업, 학교, 주민센터와 상호 네트워크가 아주 활발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그런 능력이 참 필요하다.
이호: 지역에서 풀뿌리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운동이 이 여성들을 왜 이제야 주목하기 시작했는지가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여성운동뿐 아니라 우리 시민사회운동이 그동안 개발 중심, 성장 중심의 조급함을 가졌던 것이 풀뿌리 운동이 부각되지 못한 원인이다. 최근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운동을 하면, 또 운동 이슈가 생활, 여성, 초록이면 풀뿌리 운동으로 오해한다. 풀뿌리 운동은 풀의 뿌리, 즉 민초들이 주축이 되는 운동이다. 그리고 풀뿌리 운동만 하면 우리 사회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도 문제다. 참여연대가 풀뿌리 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참여연대는 행정, 정치 권력을 바꾸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분담해야 한다.
하승우: 사회의 큰 문제에 풀뿌리 운동이 어떤 관점을 갖는지도 중요하다. 풀뿌리 운동이 주목받지 못한 원인이 사회 전체를 바꾸는 사회 경제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풀뿌리 운동도 대안적인 자기 모델이 있어야 한다.
박영미: 유럽 사례를 많이 알리려고 한다. 풀뿌리 지역여성운동은 지금까지 여성운동 안에서도 주류가 아니었다. 나름대로 외로울 수 있었는데 ‘이게 맞는 방향이다’ 하는 자신감을 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실현하는 사례는 우리가 생활에서 바라는 것을 자신 있게 발언하고 지역에서 실험해볼 수 있게 해준다. 마더센터처럼 ‘그것 참 좋겠다’, ‘그런 방식이라면 나도 하겠다’ 이런 걸 여성운동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우타 - 풀뿌리 운동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박신연숙: 성폭력, 가정폭력 관련법이 제정된 지 10~15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열 가정 중 네 가정에서 폭력이 발생한다. 지역일수록 가정폭력에 더 취약한 것은 지역 주민, 경찰, 학교 등 지역공동체가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지역의 변화가 중요하다. 풀뿌리 조직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네트워킹할 때 가능하다. 더불어 주민 조직들이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빠랑부주에서는 회의 전 커피 한 잔, 회의 후 여행 등 헤어지면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테르에도 의사소통 담당자란 직책이 있었다. 소통이 중요하다.
박영미: 과거 공동체 발전에는 관혼상제를 함께하는 공동 노동과 우물터, 빨래터, 사랑방 등 공동의 공간의 힘이 있었다. 아파트에도 사랑방, 도서실, 외부 정자 등이 필요하고 지역의 주민자치센터, 학교가 주민들에게 공간을 열어야 한다. 주택 건설, 마을 건설에서 공동체 공간 마련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풀뿌리 공동체들은 제도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것 이상에 관심을 가져야 다른 공동체와 힘을 합쳐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울산여성회 산하 농수3동여성회가 홈에버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 중에 동네 홈에버에서 일한 사람이 있어 자연스레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농수3동이 속한 북구 전체가 참여하게 됐다. 이처럼 풀뿌리 운동은 지역과 결합해야 효과가 있다.
이호: 일본의 풀뿌리 운동에 대해 2%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그만 움직임은 활성화돼 있지만 사회 비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독립운동사를 풀뿌리 운동 관점에서 쓴 책을 봤다. 섬의 부족들이 식민지 통치에 투쟁하다 보니까 부족끼리 연대하면서 ‘하나’라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풀뿌리 운동은 결국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역량이 강화된 지역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지역의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작용, 제도 개선은 물론 국제적인 연대를 이룰 수 있다. 특히 제3세계와 더불어 사는 인간 중심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 FTA 반대 투쟁에도 이러한 대안적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하승우: 풀뿌리는 민주주의와 함께 간다. 여성운동과 풀뿌리 운동이 친화성을 갖는 것은 소통 방식 때문이다. 계몽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것,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과정에서 힘을 기르는 것이 여성운동, 풀뿌리 운동의 가치고, 그게 민주주의다.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를 학습한 경험이 없어 문제가 생긴다. 풀뿌리의 민주적인 소통 양식이 대안적으로 제시되고 학습돼야 사회적 변화를 이끌 힘을 갖는다.
하승우: 우리 시민사회운동은 아직 풀뿌리 운동이 뭔지 잘 모른다. 최근 이랜드 문제 역시 풀뿌리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기업은 민주노총의 비난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인 지역단체가 안 간다고 하면 긴장한다. 풀뿌리 단체뿐 아니라 노조, 사회진보연대,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로 서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 이 기사는 우먼타임스에서 전재하였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005년 ‘지역여성센터’를 만들어 회원 단체들의 풀뿌리 지역여성운동 경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본지는 ‘유럽 풀뿌리 여성운동의 현장을 가다’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지역여성센터 회원들이 유럽을 방문해 체험한 유럽 풀뿌리 운동을 소개했다. 지난 5주간의 시리즈를 정리하며 풀뿌리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풀뿌리 운동 활동가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했다.
■ 일시 : 8월 14일 오후 2시
■ 장소 : 우먼타임스 회의실
■ 참석자 :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신연숙 서울여성의전화 지역조직국장,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하승우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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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 - 유럽 풀뿌리 운동 현장을 탐방했는데 유럽 탐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005년 회원 단체들의 풀뿌리 지역여성운동 경험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살리기 위해, 또 여성운동이 제도 개선 운동에서 실생활 변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역여성센터’를 만들었다. 지난 2년간의 활동을 거쳐 이번 유럽 탐방은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통해 우리 활동가들이 힘을 얻고, 한국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것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전개했다.
박신연숙: 우리가 지역에서 하는 일이 유럽에서는 이미 시작됐고 성공하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특히 유럽의 경험은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실천해낼 것인지에 상상력과 영감을 줬다. 이번 탐방은 운동의 주체는 바로 사람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누구와 같이 운동을 할 것인가도 문제였는데 더 소외되고 가난한 여성들, 지역 여성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하승우: 유럽은 사회민주주의 전통에서 이런(풀뿌리 운동) 공동체들이 유지, 발전돼 왔는데 한국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시장경쟁주의로 가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인 국가다. 유럽의 모델을 한국적인 경험으로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 내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호: 외국의 잘된 사례를 본 감동은 1년을 채 못 간다. 분석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상황의 차이에 따른 변수, 해야 할 것, 포기할 것. 달리 변용해서 점검할 것 등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다.
우타 - 유럽의 공동체들과 같은 사례가 한국에도 많이 있나. 한국은 유럽과 문화가 달라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을 것 같다.
박신연숙: 지역이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전, 울산 등 국내에도 그런 그룹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대전여민회의 짜장 도서관은 동화 읽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주민자치센터의 별관을 접수(?)해 어린이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여성 단체는 이념과 철학이 좋아도 주민들이 가까이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드나들면서 주민들 간 소통이 생기고 지역 이슈를 자연스럽게 토론한다.
주민들의 무관심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마더센터 조직가가 “1000가지를 물어봐라. 모를 것이다. 그냥 시작해보라” 하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하다가 모르겠고 어려우면 다른 마더센터에 전화로 물어본다고 했다. 풀뿌리 운동 간 교류가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또 빠랑부주 등 유럽의 지역 주민 조직들은 정부, 기업, 학교, 주민센터와 상호 네트워크가 아주 활발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그런 능력이 참 필요하다.
이호: 지역에서 풀뿌리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운동이 이 여성들을 왜 이제야 주목하기 시작했는지가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여성운동뿐 아니라 우리 시민사회운동이 그동안 개발 중심, 성장 중심의 조급함을 가졌던 것이 풀뿌리 운동이 부각되지 못한 원인이다. 최근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운동을 하면, 또 운동 이슈가 생활, 여성, 초록이면 풀뿌리 운동으로 오해한다. 풀뿌리 운동은 풀의 뿌리, 즉 민초들이 주축이 되는 운동이다. 그리고 풀뿌리 운동만 하면 우리 사회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도 문제다. 참여연대가 풀뿌리 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참여연대는 행정, 정치 권력을 바꾸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분담해야 한다.
하승우: 사회의 큰 문제에 풀뿌리 운동이 어떤 관점을 갖는지도 중요하다. 풀뿌리 운동이 주목받지 못한 원인이 사회 전체를 바꾸는 사회 경제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풀뿌리 운동도 대안적인 자기 모델이 있어야 한다.
박영미: 유럽 사례를 많이 알리려고 한다. 풀뿌리 지역여성운동은 지금까지 여성운동 안에서도 주류가 아니었다. 나름대로 외로울 수 있었는데 ‘이게 맞는 방향이다’ 하는 자신감을 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실현하는 사례는 우리가 생활에서 바라는 것을 자신 있게 발언하고 지역에서 실험해볼 수 있게 해준다. 마더센터처럼 ‘그것 참 좋겠다’, ‘그런 방식이라면 나도 하겠다’ 이런 걸 여성운동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우타 - 풀뿌리 운동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박신연숙: 성폭력, 가정폭력 관련법이 제정된 지 10~15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열 가정 중 네 가정에서 폭력이 발생한다. 지역일수록 가정폭력에 더 취약한 것은 지역 주민, 경찰, 학교 등 지역공동체가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지역의 변화가 중요하다. 풀뿌리 조직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네트워킹할 때 가능하다. 더불어 주민 조직들이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빠랑부주에서는 회의 전 커피 한 잔, 회의 후 여행 등 헤어지면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테르에도 의사소통 담당자란 직책이 있었다. 소통이 중요하다.
박영미: 과거 공동체 발전에는 관혼상제를 함께하는 공동 노동과 우물터, 빨래터, 사랑방 등 공동의 공간의 힘이 있었다. 아파트에도 사랑방, 도서실, 외부 정자 등이 필요하고 지역의 주민자치센터, 학교가 주민들에게 공간을 열어야 한다. 주택 건설, 마을 건설에서 공동체 공간 마련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풀뿌리 공동체들은 제도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것 이상에 관심을 가져야 다른 공동체와 힘을 합쳐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울산여성회 산하 농수3동여성회가 홈에버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 중에 동네 홈에버에서 일한 사람이 있어 자연스레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농수3동이 속한 북구 전체가 참여하게 됐다. 이처럼 풀뿌리 운동은 지역과 결합해야 효과가 있다.
이호: 일본의 풀뿌리 운동에 대해 2%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그만 움직임은 활성화돼 있지만 사회 비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독립운동사를 풀뿌리 운동 관점에서 쓴 책을 봤다. 섬의 부족들이 식민지 통치에 투쟁하다 보니까 부족끼리 연대하면서 ‘하나’라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풀뿌리 운동은 결국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역량이 강화된 지역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지역의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작용, 제도 개선은 물론 국제적인 연대를 이룰 수 있다. 특히 제3세계와 더불어 사는 인간 중심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 FTA 반대 투쟁에도 이러한 대안적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하승우: 풀뿌리는 민주주의와 함께 간다. 여성운동과 풀뿌리 운동이 친화성을 갖는 것은 소통 방식 때문이다. 계몽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것,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과정에서 힘을 기르는 것이 여성운동, 풀뿌리 운동의 가치고, 그게 민주주의다.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를 학습한 경험이 없어 문제가 생긴다. 풀뿌리의 민주적인 소통 양식이 대안적으로 제시되고 학습돼야 사회적 변화를 이끌 힘을 갖는다.
하승우: 우리 시민사회운동은 아직 풀뿌리 운동이 뭔지 잘 모른다. 최근 이랜드 문제 역시 풀뿌리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기업은 민주노총의 비난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인 지역단체가 안 간다고 하면 긴장한다. 풀뿌리 단체뿐 아니라 노조, 사회진보연대,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로 서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 이 기사는 우먼타임스에서 전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