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2014.04.10 조회 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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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온콘' 2014 기획 시리즈 _ 생각을 바꾼 그녀들 세상을 바꾼 그녀들]

 

누가 20대를 희망이 없다 하는가

  

 새로움은 설렘과 동시에 낯설다.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많은 이들은 3월이 새롭고 그렇기 때문에 설레고 낯설 것이다. 3월도 지났건만 요즘 나는 사무실 출근이 설레고 또 낯설다. 8년만에 후배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분야의 후배 활동가는 계속 들어왔으나 내가 담당하고 있던 ‘정보홍보’분야로는 만 7년만에 이른바 ‘곳간 열쇠’를 맡길 후배가 들어온 것이다.


2014년 지금 이 순간, 여성운동이 필요한 이유?!

 

 여성운동 8년차인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듣는 말 중 두 가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지금도 여성운동이 필요한가요?” 또는 “(역시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저는 자라면서 (성)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이 여성운동은 이제 필요 없다고 성차별은 끝났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보는지?

 

춤 추는 걸 좋아하고 혼자 놀기 잘하는 여성운동가 '김손'의 등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3월 3일부터 바로 여성단체의 활동가가 된 김손경미(사진)씨가 여성운동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심오했다.

 

"여성운동가가 되겠다는 결심 전에 활동가(운동가)가 되겠다는 마음이 먼저였고 이후 여성주의자로 살겠다는 마음이 더해지면서, 짠!하고 합쳐진 게 지금의 여성운동가가 된 저에요."

 

신기하다. 운동가가 꿈이었다니!

물론 NGO 활동가가 당연히 하나의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직업을 떠나 인생의 큰 목적과 목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시민운동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어려운 지점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명감과 정의감만으로 운동을 ‘버텨내라’는 요구가 더 이상 젊은친구들에게 설득력을 잃었다는 현실을 비추어볼 때 운동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먼저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든든했다면, 이것 또한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의 이 시대 청년에 대한 편견일까?

    

"많은 사람들이 여성주의에 매혹된 이유로 자신의 언어를 갖게 되었다는 점을 꼽듯이 저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여성주의는 제가 그동안 뭐라 설명할 수 없었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어요.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지든 여성주의자로 살겠다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여성운동가가 되는 것이 가장 여성주의적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어디든 이 정도는 힘들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출근 한 달 반,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예상외로 3.8 여성대회가 아니라 여성연합 사이트 개편을 위한 회의였다고 한다. 일단 정보홍보 업무를 하겠다고는 했는데 첫 회의에서 트랙백, 인포그래픽, 레이아웃구성 등이 저쩌고 하는데 그 순간 '난 누구? 여긴 어디?' 한 마디로 '멍-' 이었다고. "활동가 채용 공고시 기타사항으로 '온라인홍보의 경우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고 적혀 있는데, 사실이었어요. 특별한 지식을 요할 뿐! ㅠ.ㅠ" 이라며 지금도 멍-하다고 손을 젓는다. 그럼에도 ‘대중성과 연합’이라는 정체성 사이의 줄다리기가 쉽지 않기에 동시에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여성연합 정보홍보활동 한 달 반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한다.(물론 일이 많다는 느낌도 있고 여성연합 정보홍보만 이렇지는 않을거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고도 했지만 그건 .. 쉬잇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4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0회 한국여성대회

출근하고 일주일만에 2,000명 규모의 큰 행사를 치뤄냈다.

그런데 이 대회보다 더 기억에 남는건 '사이트 개편회의'였다니!

 

 아직까진 함께 일하는 사무처 사람들이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알아가는 재미와 '긴장감'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뭐해야 되지?’ 출근하면서 ‘오늘 뭐뭐 해야 되지?’, 자리에 앉아서도 ‘이제 뭐하지?, 지금 뭐하면 되지?’ 퇴근하면서 ‘오늘은 뭘 못했고 집에 가서는 뭐하지?, 내일은 뭐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니 아아 쿵- 가슴 무겁게 한없는 반성모드로 들어간다. orz

 

 이쯤에서 진지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동시대 같은 또래로서 대한민국 20대에게 가장 큰 고민(불안요인)은 뭘 지 또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오, 막힘없이 줄줄줄 훌륭한 대답이 이어진다. 이미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고뇌의 단계를 거쳐 대안을 제시하는 내공까지 쌓여 있었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고 불안요인이겠지요. 학창시절 책도 많이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꿈을 키워가야 하는데 우리에게 꿈은 언제나 ‘장래희망=직업’과 동일시되고 그 마저도 5지선다 객관식처럼 정형화되어 있고요. 원하는 걸 찾았을 땐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고 봐요. 다만 그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론 절대적으로 역부족이고 사회가, 교육이 개인에 대해 져야할 책무이죠. 문제의 원인은 단순한데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듯 해결은 포괄적,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위기랄 수 있는 여성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싶어

  

 만약 여성연합 활동가가 되지 않았다면 집에서 백수로 지내면서 공부를 하고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여성연합 활동지원을 할 때 이미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신청도 해놓은 부지런한 열정이 있다. 퇴근 후에 엄마께 영어를 가르쳐주며(아아 저도 가르쳐주세요!) 취미발레도 하고 주말은 필수적으로 늦잠을 잔다. 그리고 일요일은 와.식.생.활. (부럽다!)

 

 최근의 고민은 ‘이제 나는 여성활동가가 되었는데 여성주의자이기도 한가?’ 이다. '여성주의자로 살기 위해 여성활동가가 되었는데 여성활동가이긴 하나 여성주의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여성주의자로 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구나 반성하고 있다면서 이쯤에서, "여성활동가는 정체성일까요, 직업일까요?" 이 인터뷰를 보실  수많은 언니들에게 묻고 싶다고 하니 여러분도 한 번쯤 고민해주시길.

 

 "여성주의는 우리 모두에게(여성뿐만이라 남성에게도!)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근래의 여성계 이슈 중에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역시 근원적으로는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비남성들의 압박과 분노, 박탈감이 여성을 향해 표출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부장제는 여성에 대한 착취뿐만 아니라 남성 사이에서의 구별과 배제라는 기제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여성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꼴페미’라는 낙인과 혐오도 여성주의는 여성우월주의,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보고요."

 

 여성운동을 하는 많은 ‘언니’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로서 허물없이 지내고 특별한 용건 없이도 밥도 먹고 놀러가는 사이가 되는 언니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김손에게 여성연합은 한 마디로 '오리토끼' 란다. 관점의 차이를 보여줄 때 등장하는 대표적인 그림 '오리토끼'. 여성연합이라는 오리토끼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너무나 감사하기도 하면서 무겁고 막막하기도 하다면서 "근데 오리든 토끼든 둘 다 귀엽지 않나요?" 웃는 모습에서 나는 누가 20대를 희망이 없다 했는지 되묻고 싶었다.

 

이렇게, 설레고 낯설지만 뿌듯한 새로움을 만난다. 세상에는 여성운동을 해야 할 이유가 아직도 무수하며 여성운동이 있어 기쁘고 감사한 이유 역시 무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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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든 토끼든 둘 다 귀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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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성연합의 '온콘'은 전국의 여성운동가 인터뷰로 진행됩니다.

 

'생각을 바꾼 그녀들 세상을 바꾼 그녀들' 에서

우리 사회 통념을 바꾸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만들어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인터뷰어 김손경미 활동가가 언니들을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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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루용은 보라색, 고양이, 토요일의 늦잠을 사랑하고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아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더 즐겁게 놀자는 모토를 가지고 활동하는 여성운동가이다. 자주 업데이트는 못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외계에서 온 모녀의 러브스토리’라는 routine project 블로그를 운영한다. 어쩌면 정말 지구평화특명을 받고 외계에서 왔을지도,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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