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2008.02.27 조회 수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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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봄을 알리는 날은 바로 3.8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3. 8 세계여성의 날이 되면

저는 치열하게 살아간 여성들을 생각하며,

이미 세상을 떠난 페미니스트 시인 고정희를 생각하며

올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방학 중에 저는 꽤 많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 하는 어두운 영화들이었지요.

그런데, 영화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들은 한결같이

여자들, 나이로 보면 ‘아줌마들’이었습니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은

지혜롭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중년의 여자들이었다는 겁니다.

물론 실화를 영화화 했다는 <마이클 클레이톤>의 주인공처럼

‘카지노 자본주의’의 가장 악독한 앞잡이 역을 여자가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세의 질서를 넘어서서 다음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이미’ 비제도권에서 그런 질서를 살아내고 있던 ‘아주머니’들이었습니다.


여자로서 올해, 나/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해 봅니다.

1980년대에 우리는 여성들의 근로 조건 향상을 위해 싸웠고

고학력 여성들의 경제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이기도 했지요.

2007년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알파 걸’들은

자신이 오로지 자본을 불리기 위한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감수성을 지니지 못한 여성들도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디지 못해

결혼시장에 나서서 돈잘버는 남자를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부장제는 다시 공공해지고 있지요.


아이를 먹이고 과외비를 벌기위해 노동시장에 나간 가난한 여성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온가족이 모여서 따뜻한 밥을 지어먹고

자장가를 부르면서 아이를 재우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21세기판 콘베이어 벨트에 묶여 돌아가느라 골병이 들어 있습니다.

부모가 지어준 밥, 엄마가 들려준 삶의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없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있습니다.


일하는 것 자체가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되면서 또한,

세상을 좋게 만들었던 시대에

우리는 노동의 권리와 노동 조건의 향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효율과 경쟁의 가치 안에서

“강자만이 이긴다.”고 말하는 적자 생존의 사회,

개인의 성공과 부만이 전부인 듯 말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그런 주장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제는 시대의 전체적 흐름을 보면서 근본을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가고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경제 생산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기르는 재생산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니라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모성지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끝없이 ‘욕망’ (desire)을 제조해내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미친듯 일하게 하는 고도의 광고소비자본주의를 넘어서

개개인이 절실하게 원하는 '필요' (need)에 근거한,

공동체적 삶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찾아내고

그를 바탕으로한 형태로 사회를 재편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의 무리한 근대화 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과 상처들을 바로 잡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좀 더 크게 시대를 읽고 좀 더 포용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혹 우리는 지난 20여년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자칫 아이들의 권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만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이들의 피해를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최근의 이런 저런 반격 back lash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우리는 그간의 운동에 대해 이런 저런 성찰적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들이 키운 아이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일단 심각한 실업난과 암울한 시대를 보면서

무기력증에 걸리고 있는 청년 세대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사회, 문화 산업, 창의산업, 복지산업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청년들에게

이 사회의 장년층들은 기회를 주고 있지 않습니다.

무지, 또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면서 모든 것을 웅켜쥐고 나누려 하지 않는 것이지요.

여전히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는 가부장들이

가장 많은 자원을 확보한 국가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은 이제 여성들이 오랜 세월 그러했듯,

불안정한 직업구조 속에서 불안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간 공식, 제도적 영역에서 소외당한 여성의

노동의 권리를 이야기 해온 우리들은 이제

청년세대의 소외에 눈길을 돌리면서

그들과 함께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늘어나는 노인세대의 소외문제도

우리들이 가장 잘 다루어낼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사라져가는 '사회‘를 회복해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남녀노소가 다 함께 일을 벌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일들은 아마도

‘이윤 창출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의 유지를 위한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새로 짜내는 그런 일일 것입니다.

다시 공동체적 삶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에 합의하고

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각자의 삶의 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일을 벌이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서양에서는 ‘에코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네요.

자칫 상업주의가 만들어내는 열풍일 수 있지만

이제 여성들이 나서서 아이들 먹거리와 성장을 챙기고

생노병사의 사이클을 ‘자본’과 거대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짜나가야 할 것입니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다음 세대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여성들이 만든 날이었고,

이 날이 많은 이들에게 기념되는 한 인류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여성의날 100년 3.8 여성축제가 성별, 세대별의 구분을 넘어,

사라져 가는 ‘공동체’ 곧 ‘사회’를 회복하려는

작으나 아주 큰 발걸음을 떼는 자리이기를 기원하면서.

 

 

 

 

  2008년 3월 8일

  또하나의 문화 동인

  조한 혜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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