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2002.01.10 조회 수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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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를 가기로 했다.
공휴일과 주말 껴서 2박 3일로 가자, 3박 4일로 가야 한다 등등 치열한 접전이 붙었다. 결론은 2박 3일로 났지만(비용때문에), 그 논쟁 속에서 난 다른 고민을 해야 했다.

세살박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이 데리고 가야 하나?
시골 시댁에 맡겨야 하나?
지금 맡기는 친척집에 그냥 둬야 하나? (친척집에 맡길 경우, 7-8시경에 데리러 가야 함)

친척집에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편.
공휴일과 주말이 있으니까 친척집에는 하루만 맡기면 되는데, 과연 휴일에도 남편과 아이가 잘 지낼까?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Oh, No~~~~~~

밤마다 깨서 엄마를 찾으며 울어댈 게 뻔하다..
아침에 깨서 또 울 것이고...
어떻게 할까????
이렇게 할까? 아님 저렇게??? 으~~~~~

그래, 결심했어!!
"떼어놓고 가는 거야. 지지던지 볶던지 둘이 알아서 해보라고 하는 거야.
엄마도 때론 휴식이 필요해!"

그렇게 나의 화려한 외출은 시작되었다.
연두빛 새싹들의 세상구경이 한창인 지리산 노고단 등반과
벚꽃 흐드러진 섬진강변 드라이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 무수한 대화들.

짧기만 했던 2박 3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서울로 오는 길은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에 앞서
그 자체가 투쟁인 '일상' 속으로 돌아온다는 버거움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우려는 이곳저곳에서 곧 현실로 나타났다.

- 친척 아주머니 : "아침에 아빠가 애기 데리고 왔는데, 둘다 핼쓱해져 가지구...
밤에 엄마 찾으면서 계속 울어댔단다.." (동정을 가장한 협박)

- 시어머니 : "너 애 떼어놓고 어디 가면 안되겠다.
전화를 했는데, 애가 어찌나 울어대는지...
다음부터는 애 떼놓고 어디 가지 마라!" (노골적 협박)

- 남편 : ...

험악한 얼굴 뿐 말이 없다. 때론 침묵이 더 무섭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되었으나,
마음 한구석에서 나는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럼 우리 엄마들은 언제 쉬나요???
출산 이후 3년 가까이 새벽에 두세번은 깨는 아이 덕분(?)에 잠 한번 푸욱 자 본 적이 없고,

아침이면 허둥지둥 씻는 둥 마는 둥 고양이 세수만 하고도 아이 맡기랴, 출근하랴 매일매일이 전쟁터같은 일상인데다가,

퇴근시간만 다가오면 오늘 처리하지 못한 일은 많은데 아이는 데리거 가야 하고, 집에 가서 일을 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는 아이의 굶주림(하루종일 엄마를 보지 못한 정의 굶주림) 앞에서 속수무책 무너지고 마는걸...?

나는 철의 여인이 아니에요!
나도 때론 휴식이 필요하다구욧~~~~~~~~~~~!!!!!!!!!!!!!!!!!!"

▲ 김이 영우의 야한 포즈(?)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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