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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은 우리의 사회적 의식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일반적인 통념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고, 미디어는 이러한 일반화를 다시 제작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비추어 오늘은 드라마에 나타난 여성의 직업의 형태와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시청자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에서는 여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여성의 직업활동에 관한 드라마의 관심과 한계’라는 모니터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자체가 사회성을 띠고 있지 않은 데서 오는 현실과의 괴리는 여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를 드라마는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KBS의 일일, 주간, 주말 드라마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일 드라마로는 ‘찔레꽃’과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 ‘백만송이 장미’, 주간 드라마로는 ‘백설공주’와 ‘꽃보다 아름다워’, 주말드라마는 얼마 전 방송을 마친 ‘진주목걸이’와 현재 방송중인 ‘애정의 조건’, 그리고 ‘무인시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주연급들의 직업의 형태를 살펴보면 ‘찔레꽃’의 경우 김수옥은 생산직, 최유경은 무직, 안성희는 전업주부입니다.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의 경우에는 채영주가 피아노 교습을 하면서 주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유승혜는 화랑을 경영하는 전문직여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백만송이 장미’에서는 박혜란이 이벤트기획팀의 사원으로 나오다 남자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오고 있으며, 서유진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서유경은 건축설계사로 소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어머니 역할의 세명중 상류층의 2명은 전업주부로, 혜란의 어머니는 파출부를 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또한 현규의 친이모인 명주는 투자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백설공주’에서는 마영희가 제과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장희원은 방송국 아나운서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이영자는 전업주부, 김미옥은 생선가게운영, 김미수는 창투사에 캐피털리스트, 고모는 남편과 함께 슈퍼를 운영하고, 재건엄마는 전업주부입니다. ‘진주목걸이’에서는 박난주가 뮤지컬 기획자로 정인숙이 사장으로 나오고 있으며 노순복은 전업주부이면서 가계를 도맡아 꾸려온 집에서 끊임없이 부업하는 어머니로 나오고 있습니다. ‘애정의 조건’에서는 강금파는 전업주부로, 강진파는 국제 변호사로, 강은파는 학생신분이나 나이트클럽의 아르바이트 종업원입니다. ‘무인시대’의 경우 최씨는 기혼의 주부로, 아란은 정치 상담가로 홍련화는 로비스트로 등장합니다. 현대극과 달리 사극인 무인시대의 경우에는 정치 분야까지 그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러한 현황 속에서 이 여성들의 직업을 바라보는 드라마의 시선을 앞의 보고서에서는 지적하고 있는데요. 먼저, 여성들은 공사를 구분 못하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백만송이 장미에서 명주는 자신의 직업을 개인적인 복수에 이용하며, 혜란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직업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진주목걸이의 경우 정인숙 역시 대표라는 자신의 위치를 악용하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능력 있는 여성을 악녀로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여성의 사회진출을 거의 묘사하지 않던 시절의 드라마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앞에 말한 백만송이 장미의 명주가 그러하고, 진주목걸이의 정인숙은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과거를 숨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결국 불행한 최후를 맞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시작된 주말드라마 애정의 조건에서는 후배 여 변호사가 유부남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파렴치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부와 능력과 외모를 겸비한 여성을 악녀로 설정하고, 결국 이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 및 불행한 결말을 준비하면서 대비되는 여성 역시 비슷한 미모와 능력을 지녔음에도 가난하고 착하다는 이유로 성공한 남성과 맺어지게 되는 뻔한 스토리로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아무리 능력 있고 전문직의 일하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드라마에서의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에게 전담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에서 채영주는 피아노 교습도 하면서 가사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백수가 된 뒤에도 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엄마의 부재시 아들의 대사에서는 엄마의 자리를 밥하고 빨래하는 것으로 한정짓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기도 합니다. ‘백만송이 장미’에서는 유진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직업적 승부욕은 거의 묘사되지 않고 주방에서 시어머니와 가사일 하는 모습이 더 많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 혜란은 직장을 끝내고 와서도 주방에서 엄마의 일을 돕기 바쁜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습니다. 더구나 혜란의 오빠가 백수시절에도 혜란만이 가사를 돕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요즘 남자들은 예쁜 여자보다 돈 버는 여자를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이 경제력이 있는 만큼 가사나 육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점점 더 슈퍼우먼을 요구하는 풍조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이러한 드라마에서 조장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가사의 사회적 시각이 변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사는 우선적으로 여성의 일이며, 남성은 보조자로서 도움을 준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남녀의 가사분담의 묘사 같은 것은 드라마에서 앞장서서 사회적 인식의 틀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줄 것을 요구합니다. 말은 전문직이나 늘 여유 있고, 가사를 전담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려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본을 쓰고 제작을 할 때 좀더 많은 조사와 고민이 선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가부장적 묘사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에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디어가 사회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합니다. 따라서 드라마에서도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유포하거나 재생산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올바른 성정체성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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