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성단체연합에서 인턴을 하면서 겪을 일등 중 수요시위 주관은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기획해온 일이기도 하다. 혼자서 모든 걸 준비했어야 하는 예정이었지만 중간에 승리가 합세하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일도 훨씬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특히 퍼포먼스는 나의 짧은 상상력으로는 청중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참여도를 높이면서도 시위의 주제에 집중할 만한 이벤트가 쉽게 떠오르질 않았다. 그 시점에서 승리가 내온 희망뉴스의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하고도 즐거운 것이어서 곧바로 첫 번째 퍼포먼스로 결정이 되었다. 노래는 희망적인 가사와 함께 누구나가 알고 있어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사랑으로’가 채택되었다.
본격적인 준비는 둘이서 일주일 정도를 두고 시작했다. 성명서는 내가, 희망뉴스의 대본은 승리가 쓰기로 했고, 희망뉴스의 프레임은 둘이서 사무실에서 함께 만들기로 했다. 모든 일이 비교적 순조롭게 지나갔다. 그런데 시위 이틀 전에 온 큰비에 누군가가 사무실을 청소하다가 프레임을 망가뜨린 모양이다. 짧은 시간 동안 작은 사무실이 뒤집어 졌지만 결국 비에 대비해 방수도 할 겸 프레임을 테이프로 싸매는 쪽으로 수습이 되었다. 다음날 대본을 프레임 뒷면에 붙이고 주연언니가 수정해주신 성명서와 희망뉴스의 대본을 검토하고 준비는 끝이 났다.
전날은 비 때문에 신발이 망가질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정작 수요시위 당일 날은 너무나도 날씨가 좋았다. 바람도 솔솔 불고 햇볕은 일본대사관의 그늘이 가려준 덕에 서서 시위를 진행하는 데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주어서 기쁘기 이전에 조금 놀랐다. 학생들이 세 학교정도에서 찾아오고,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 선생님들이 역사탐방을 통해 이 자리를 찾았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과 부족한 순서지, 거기에 준비해온 ‘사랑으로’의 반주가 무용지물이 되는 둥 시작할 즈음엔 트러블이 많아 불안했다. 시작하고 얼마간은 말을 조금 틀리기도 하고 순서도 착각하고 정신없이 진행이 되었다. 나중에는 자유발언을 영어로 통역하느냐 마느냐 헷갈리기도 하고 흐름도 잘 따라가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정도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마음만은 조금 편해졌다.
▲ ⓒ 한국여성단체연합
자유발언은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참가한 학생들과 역사탐방 중에 들른 외국인 교사들, 재미교포 학생들 및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자원하였다. 시간이 조금 길어졌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뜻 깊은 생각들을 여러 시점에서 들어볼 수 있어서 정말로 나에게도 그리고 수요시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의 발언에 길원옥 할머니도 일어서서 가슴에 맺힌 말을 꺼내며 참가자들에게 감사과 격려의 말을 보내셨다.
퍼포먼스를 시작하자 분위기가 놀라울 만큼 밝아졌다. 인터뷰 대상자를 사냥(?)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활동적이어서 즐겁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이 있어서 그런지 호응이 좋아 다행이었다. 할머니들께서 가상이나마 기쁜 소식을 눈앞에 그려보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마이크를 잡아드신 할머니는 ‘농담이라도 이렇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서글픈 웃음으로 대답하셨다. 하기야 20을 넘도록 소리쳐 외쳤던 말이다. 그 외침을 듣고도 모른 척 20년을 등을 돌려 무시했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답답하셨을까.
▲ ⓒ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명서 낭독과 구호가 끝나고 (결국) 무반주로 ‘사랑으로’를 부르고 시위는 끝이 났다. 시위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할머니들에게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들은 몇 번이고 열심히 살라는 말을 반복하시며 학생과 선생님들의 손을 잡고 눈물지으셨다. 꽤 오랜 기간을 잡고 직접 기획해왔던 일이기에 조금 어설프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끝난 것이 뿌듯하고 좋았다.

글쓴이 정영재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2009년 5월부터 7월까지 여성연합 인턴으로 활동하였다.
추신 : 희망뉴스를 알려드립니다. (090811 댓글 보고 추가로 올립니다 호호.)
아나운서 :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시 희망뉴스입니다. 일본이 드디어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일본 현지의 관계자를 연결해 국회 발표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본관계자 :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인정하고 진상규명할 것입니다. 국회 결의사죄를 하고 법적 배상을 하겟습니다. 우리가 이런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도록 역사교과서에 기록할 것이며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 대한 위령탑과 사료관을 건립하는데 힘 쓸 것입니다. 또한 범죄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