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단체연합 연합운동조직강화위원회는 성평등 퇴행의 흐름 속에 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 광역자치단체 모니터링을 진행하였습니다. 모니터링의 주요 결과를 여성신문사의 시리즈연재를 통해 공유합니다. |
민선 8기 2년, ‘저출산 위기 담론’만 있을 뿐 ‘위기’의 해법은 없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광풍이 몰아친 민선 8기 1년, 지역 성평등정책도 함께 퇴행했다. 여당 출신 단체장이 선출된 서울, 대구,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남, 경남 지역에서 윤석열 정부의 퇴행 흐름에 맞춘 동조현상이 강했다. 지역 성평등정책 전담부서의 위상을 격하·축소하고, 조직과 정책, 예산에서 ‘여성’, ‘성평등’을 삭제했다. 성평등정책 연구기관은 성격과 기능이 전혀 다른 기관들과 ‘효율’과 ‘예산 절감’을 이유로 통폐합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민선 8기 1년 포착된 지역성평등정책 퇴행 흐름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 파악하고자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 지역성평등정책을 지부·회원단체들과 함께 모니터링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2023년 합계출산율 0.72. 출생 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 등 ‘인구 위기 담론’을 강력하게 동원하며 인구정책 전담부처 신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역성평등정책의 실태와 영향은 어떤지 살펴봤다.
민선 8기 2년, 윤석열 정부의 ‘인구 위기 담론’에 적극 호응하며 ‘인구’정책 패러다임 안에 ‘여성’, ‘성평등’을 위치시키는 퇴행을 보인 지역들이 등장했다. ‘여성’, ‘성평등’이 지워진 자리에 ‘인구’, ‘저출생’이 채워졌다. 경북은 ‘경북 주도의 저출생 극복’을 이유로 부시장 직속 여성아동정책관을 저출생극복본부 산하의 여성가족과로 개편했다. 세종시도 “중앙부처 저출산 정책과제와 연계, 저출생 정책 업무를 강화”한다며 여성·가족정책을 인구·여성정책으로 바꿨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정 전반의 성주류화 정착과 성평등 인식 확산을 위해 도입한 젠더정책팀·젠더자문관 등 구조를 축소·약화시키며 “저출생·고령화에 선제적 대응”하겠다며 여성가족정책실을 여성가족실로 개편하고 기존 저출생정책추진반을 확대·개편해 저출생담당관을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정책이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요청한 이주가사노동자정책이라는 것은 상징적이다.
성별임금격차 개선 조례
경기·광주·충남·인천·제주에만
정부는 지난 18년 간 ‘저출산’ 대응을 위해 약 380조 원을 투입했다하나 광역자치단체 시행계획을 살펴보니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2023년 시행계획은 지역에 따라 전체 예산의 36.4%(경기)에서 14.2%(제주)까지 다양하지만 너무 자의적이고 일관성 없이 단순 나열, 끼워 맞추기식으로 작성되고 있다. 정책 분류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같은 사업이 서로 다른 과제의 시행계획으로 분류되고 ‘저출산’ 대응이라 보기 어려운 정책들이 다수 포함됐다. 일부만을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업도 예산 전체를 모두 포함, 과다 계상하는 등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지방자치단체 시행계획에 대한 관리체계가 부실 수준을 넘어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핵심 과제로 설정한 성평등 관점의 노동권, 돌봄권, 재생산권 보장 관련 시행계획은 지방정부의 기존 정책 나열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국가성평등지수가 높은 북유럽 국가의 경제활동참가율 성별 격차는 5%대다. 핀란드는 남성 80.8%, 여성 79%로 격차가 거의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의 성별 격차는 오랫동안 20% 정도였다. 2023년 17.7%로 줄었으나 OECD 평균(10%)보다 여전히 높다. 한국은 성별 격차도 문제지만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너무 낮다. 2023년 한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5.6%로 OECD 평균(70.7%)보다 15% 이상 낮고 지역적 편차도 매우 크고 심각하다. 성별 격차가 심한 지역은 울산(22.8%), 충북(21.3%), 세종(20.9%) 순인데 울산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0.2%로 최악이다.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전국적으로 15~29세 여성의 참가율은 높지만 이 또한 주로 도시 지역과 수도권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역의 청년여성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어렵게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해도 낮은 정규직 비율, 높은 성별임금격차 때문에 경제적으로 훨씬 더 취약하다. 그럼에도 성별임금격차 개선, 낮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향상을 위해 적극적 정책을 펴는 지방정부는 많지 않다. ‘성별임금격차 개선 조례’는 경기, 광주, 충남, 인천, 제주 5개 지역에만 있고 대구, 세종, 강원, 경기, 전북 5개 지역은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의 ‘성별임금격차 개선’과 ‘고용현장 성차별 해소’ 영역의 2024년 시행계획 자체가 없다. 인천, 충남, 제주도 추진과제는 있지만 모두 비예산 사업이다.
성평등교육·캠페인 예산은
줄거나 아예 사라져
지역들이 정부의 ‘인구 위기 담론’에 더 ‘몸이 다’는 이유는 ‘지방 소멸’ 때문이다. 2030세대는 유일하게 서울만 남성보다 여성(5.35%)이 많고, 나머지 지역은 여성청년 비율이 현저히 낮다. 울산, 충북, 충남, 경남, 경북, 강원 지역은 20대 인구 성별 격차가 10%를 상회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2030 지역여성 소멸 현상은 남아 선별 출산이라는 가부장 남성 중심, 성차별적 인식과 문화가 만들어낸 왜곡된 인구 구조와 누적된 성불평등의 결과다. 현재 대구시 30대의 출생성비는 125명일 정도로 심각했고, 극단적 남아 선별 출산율을 보인 지역(울산, 대구, 경북, 충북 등)은 낮은 여성경제활동참가율과 특히 심각한 성별 격차, 높은 성별임금격차를 보인다. 이는 가뜩이나 적은 여성청년들이 성차별적 지역을 탈출해 대도시로 향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역의 남성 중심의 인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불평등이 불평등을 낳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성평등교육·캠페인 예산은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줄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중 ‘남녀가 상생하는 양성평등문화 확산’ 분야 2024년 지방자치단체 시행계획 예산은 대구 0.2%, 울산 0.31%, 경북 0.72%이고, 지방정부 전체 예산 대비 2024년 전체 시행계획 예산은 대구 0.44%, 울산 2.51%, 경북 1.74%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의 인구 비상사태 선언,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 인구전략추진부 신설 추진 등 호들갑은 지방정부의 조직 개편과 ‘미혼남녀 연인만들기’(세종) 같은 보이기식 정책을 부추겼다. 모니터링 결과 지방정부의 ‘지방 소멸’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서 ‘여성’, ‘성평등’이 없다. 결혼·출산장려 같은 낡은 정책패러다임은 ‘여성청년 소멸’을 가속화할 뿐이다.
기사 원문 :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3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