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니 테러니 이런 말로 한국에서는 어느 때보다 이곳 우즈베키스탄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는데, 정작 그 곳에 사는 저는 이런 저런 일상에 치이다 이제서야 소식을 전합니다.
전쟁 이야기가 한창일 때 문득 전에 과학 시간에 배웠던 태풍의 눈이 생각났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는 지역은 비, 바람에 큰 피해를 입지만 정작 그 중심부인 태풍의 눈은 아주 고요하다는 것처럼 말이죠...
지난 두달 여 한국의 가족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메일로 안부를 물어 왔지만 정말 제가 있는 이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장은 이곳으로부터 몇 백 Km 밖에 있고, 저는 중간고사 시험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전쟁을 하나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처음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아주 난감한 순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수업에만 들어가면 학생들이 질문을 해댔으니까요.
"선생님은 이제 한국으로 갈 거죠? 여긴 이제 위험하니까"
물론 그 때 한국 대사관에서도 귀국을 해야 한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말이 많았고요.
하지만 솔직한 제 심정은 만약에 상황이 정말 악화된다고 해도 귀국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얼마 동안 이곳에서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죠.
"가능하다면 나는 너희들과 이곳에 남을 것이다. 너희들이 떠나지 않는다면 나도 이곳에 있겠다. 왜냐면 난 너희들을 가르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러면서도 집에서 전화가 오면 이곳은 안전하다고 만약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으로 귀국 조처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만약 정말 상황이 악화됐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겠죠? 다행히 전쟁은 그저 그런 소강기로 접어든 느낌입니다. 더 이상 귀국을 해야 한다느니, 비행기 운항이 멈췄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전에 전쟁을 이야기하며 한동안 전쟁이 일상적인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그 현장에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사라져 가고 있겠지요.
그런데 참 우습게도 지난 얼마동안 그 반대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곳 우즈베키스탄은 뉴스에서는 전쟁의 중심지 중의 하나로 비추어진 데 반해 이곳의 나는 아무런 위기의식이 없었으니까요.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이 문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학생들에게 잘 이해될까?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고민에 빠져 있다가 한국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오면 그때서야 전쟁을 생각했으니... 어떤 면에서 전쟁은 평범함 사람들의 일상과는 무관한 뉴스거리로 존재한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쟁 때문에 제게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도 제 귀국 여부를 묻지 않습니다. 전쟁이 이제 우리들의 일상이 되어 버린 건지, 전쟁과는 다른 바퀴 속에 우리들 일상이 놓여 있는 건지 가끔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상황이 다시 악화된다면 아마도 또 다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겠죠.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그 때가 되면 저는 가족들에게 귀국조처 될 거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그보다 먼저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요. 2001년 가을, 제가 누구에게도 거짓말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그런 평화가 오겠죠?
다음 번에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이야기를 보낼께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은 타슈켄트 국립 동방학 대학이고, 저는 한국어 문학부 1학년 한국어 회화, 3학년 한국어 강독, 그리고 일본어과 부전공 한국어 수업을 맡고 있답니다.
전쟁 이야기가 한창일 때 문득 전에 과학 시간에 배웠던 태풍의 눈이 생각났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는 지역은 비, 바람에 큰 피해를 입지만 정작 그 중심부인 태풍의 눈은 아주 고요하다는 것처럼 말이죠...
지난 두달 여 한국의 가족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메일로 안부를 물어 왔지만 정말 제가 있는 이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장은 이곳으로부터 몇 백 Km 밖에 있고, 저는 중간고사 시험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전쟁을 하나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처음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아주 난감한 순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수업에만 들어가면 학생들이 질문을 해댔으니까요.
"선생님은 이제 한국으로 갈 거죠? 여긴 이제 위험하니까"
물론 그 때 한국 대사관에서도 귀국을 해야 한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말이 많았고요.
하지만 솔직한 제 심정은 만약에 상황이 정말 악화된다고 해도 귀국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얼마 동안 이곳에서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죠.
"가능하다면 나는 너희들과 이곳에 남을 것이다. 너희들이 떠나지 않는다면 나도 이곳에 있겠다. 왜냐면 난 너희들을 가르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러면서도 집에서 전화가 오면 이곳은 안전하다고 만약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으로 귀국 조처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만약 정말 상황이 악화됐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겠죠? 다행히 전쟁은 그저 그런 소강기로 접어든 느낌입니다. 더 이상 귀국을 해야 한다느니, 비행기 운항이 멈췄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전에 전쟁을 이야기하며 한동안 전쟁이 일상적인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그 현장에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사라져 가고 있겠지요.
그런데 참 우습게도 지난 얼마동안 그 반대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곳 우즈베키스탄은 뉴스에서는 전쟁의 중심지 중의 하나로 비추어진 데 반해 이곳의 나는 아무런 위기의식이 없었으니까요.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이 문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학생들에게 잘 이해될까?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고민에 빠져 있다가 한국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오면 그때서야 전쟁을 생각했으니... 어떤 면에서 전쟁은 평범함 사람들의 일상과는 무관한 뉴스거리로 존재한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쟁 때문에 제게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도 제 귀국 여부를 묻지 않습니다. 전쟁이 이제 우리들의 일상이 되어 버린 건지, 전쟁과는 다른 바퀴 속에 우리들 일상이 놓여 있는 건지 가끔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상황이 다시 악화된다면 아마도 또 다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겠죠.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그 때가 되면 저는 가족들에게 귀국조처 될 거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그보다 먼저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요. 2001년 가을, 제가 누구에게도 거짓말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그런 평화가 오겠죠?
다음 번에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이야기를 보낼께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은 타슈켄트 국립 동방학 대학이고, 저는 한국어 문학부 1학년 한국어 회화, 3학년 한국어 강독, 그리고 일본어과 부전공 한국어 수업을 맡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