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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5개 종단 여성단체들은 11일 국회 헌정기념관 2층 강당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종교 여성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신미영 호주제폐지를위한천주교연대 사무국장은 "우리 모두가 여기 모인 이유는, 각 종단의 용어가 달라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호주제가 반종교적이라는 공통된 생각 때문"이라며, "이번 가을 정기국회 기간 내에 호주제가 폐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국회 내에서 행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격려사에 나선 이오경숙 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제가 결혼할 때 아버지 손에서 남편 손으로 넘겨지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져 남편과 공동입장을 한 적이 있다. 이것이 획기적이라 생각을 했는지 우리 결혼식 사진이 한국일보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혼인신고를 했더니 내 허락도 없이 내 호적이 남편 밑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그때 죽기 전에 내가 이것을 꼭 고치겠다고 각오를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여성연합은 21세기를 평등·평화·공존의 세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것은 5대 종단의 이념과도 같다.
2-3년 전부터 여성연합을 비롯해서 많은 여성.시민단체들이 연대해 호주제폐지운동을 벌여왔는데, 이제 부처님, 하느님, 한울님들이 모두 나서셨으니 호주제가 곧 폐지될 것 같다"고 발언해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200여명이 자리를 꽉 메운 이날 행사는 1부 문화공연, 2부 기원식, 3부 종교여성 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원불교 풍물패의 풍물공연, 수녀회 노래모임의 노래공연, 수원YWCA 연극팀의 연극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졌고, 2부에서는 5개 종단의 기원문 및 결의문 낭독이 있었다. 1, 2부의 실내행사를 마치고 국회 앞에서부터 여의도 전철역까지 종교여성행진을 벌이며 '호주제 폐지'를 외쳤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운동이 급진적인 여성주의자들이나 몇몇 피해여성들의 요구라는 오해를 받아왔는데, 이번 종교여성행진을 통해 호주제 폐지야 말로 '인권 존중과 평화, 공존'이라는 종파를 넘어선 불변의 원칙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기원문 전문
개신교 /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성영자 회장)

우리의 어머니요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
우리 여성들이 가부장제로 인한 고통과 피곤에 절어서
살아갈 힘이 없을 때 당신은 고향 같은 품으로 우리를 안아주셨음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여자라는 것' 때문에 멸시를 받고
눈에 안보이는 존재인 것처럼 무시당할 때
새 날을 열어갈 소망을 주신 것을 또한 기억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은 아직도
차별과 폭력의 칼부림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도로 인하여 숨죽이고 괴로워 우는 딸들의 곡하는 소리를 들으사
이 땅에 진정한 양성평등이 올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하나님은 은혜로우시고 평화를 사랑하시고
하늘에 닿고도 남을 모든 차별을 싫어하여 멀리하시는 분인 줄
우리가 믿습니다.
정의의 하나님, 평등의 하나님
이 시간 공의를 바라는 여성들이
남성 위주의 가족법을 깨뜨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의 모임이 생명을 살리는 연대가 되게 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앞당기는 사건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여성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이들의 오만한 목을 꺾으시고
설 자리를 잃어버린 여성들이 제 몫의 길을 만들어
오고 오는 세대에 평등의 대로가 열리게 하옵소서.
해방자의 영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찬미하며 기도하나이다. 아멘.

불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 (이인자 원장)

저희는 이 생에서 길을 보여주신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저희는 이해와 관용의 길인 거룩한 진리에 귀의합니다.
저희는 화합과 깨달음 속에 살아가는 공동체인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
어머니이신 모든 중생들을 고통스런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게 하소서.

모든 존재자의 불성을 보시어 두루 평등함을 설하신 부처님!
오늘 이 땅에 가부장제를 강화시키고 남아선호사상을 유발시켜 여성차별을 구조화 시켜온 호주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에 부처님의 지혜롭고 자비로운 법에 따르는 실천행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저희들이 함께 모여 여성인권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어온 호주제 폐지를 간절히 서원하옵니다.

우주에 충만하사 아니 계신 곳 없으신 부처님!
세간의 등불이시며, 온갖 공덕으로 중생을 인도하시는 부처님!
발원하옵나니 무한한 지혜와 자비의 빛으로 저희들 마음의 어두움을 밝혀주옵소서.
모든 생명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평화롭도록 두루 살펴주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원불교 / 상생세상을여는 원불교여교무회 (이혜화 교무)

천지하감지위
부모하감지위
동포응감지위
법률응감지위

피은자 저희 기원인들은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 전에 고백 하옵 나이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저희 종교인들이 세상에 많은 어둠을 방관하고 침묵하면서
좀더 적극적으로 사랑과 자비와 은혜와 개벽을 위해 정진하지 못했음을
우선 이 시간을 통해 먼저 참회합니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새롭게 종교적 양심으로 거듭나서

한마음 한뜻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저희들이 되고자 합니다.
86년전 원불교는 가부강적 문화가 팽배한 당시에 태동하여, 새롭게 거듭나는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남녀가 평등하게 의무와 권리를 다 해야 함을 천명하였습니다.

호주제는 남녀평등을 저해하고 가정에서부터 여성을 종속시키는 제도일 뿐 아니라 폐쇄적인 혈연중심의 가족문화를 양산하는 뿌리가 되어 왔습니다.
그간 시민사회 단체의 많은 사람들이 이일을 위해 연대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희 종교인들도 호주제 폐지를 위해 뜻을 함께 하고 힘을 모아 나갈 것입니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저희들은 이일이 서로 살리고 화합하여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구현하는 일임을 믿습니다.
크신 위력으로 함께 하여 주시기를 모두의 마음 모아 기원 드립니다.

천도교 / 천도교여성회 후천개벽실천모임 (유남실 교화부장)

한울님과 스승님 감응하시옵소서!
해월신사님께서는 부인은 한 집안의 주인이라 하시고 일남구녀에 비하는 후천개벽의 운을 당하여서는 부인도통으로 사람 살리는 이가 많으리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스승님께서 100여 년 전에 말씀해 주신 것을 아직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구별은 엄연하나 그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여성은 남성에게 남성은 여성에게 서로 보완적일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지난 때의 낡음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호주제라는 남성우월주의적 법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이 있으니 이는 마땅히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신사님께서 100여 년 전에 일깨워 주신대로 여성이 한 집안의 주인이 되는 역할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도와 법은 시대와 짝하여 바르게 정비되어야하므로 부인의 역할을 앞서서 일깨워주신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남성 위주의 일방적인 호주제를 바로잡아 그로 인해 고통받고 희생 당하고있는 많은 여성들의 인격을 온전히 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호주제의 굴레를 뒤집어 쓴 채 새 세상으로 가는 길을 더디게 하는 남성들에게도 자유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한울님의 덕으로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새 세상을 열어 가는 역할에 동참하고
신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이 되고자 간절히 발원하오니 한울님과 스승님 감응하시옵소서.

천주교 / 호주제폐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하느님!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당신의 모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

'사람을 지어내시되 여자와 남자로 지어내신' 당신의 피조물인 우리들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사랑과 기쁨에 넘쳐 살기를 바라며 기원합니다.
교회도 "하느님은 남자와 여자에게 동등한 인격적 존엄성을 주시고 인간에 적합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셨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가정 공동체]22항)라며 우리가 서로 존엄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회공동체의 이상과는 달리 집안에서는 남자만이 대를 이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해 남자아이 골라낳기가 행해지고 사회에서는 여성들에 대해 성차별이 제도와 문화로
뒷받침되는 현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버이 하느님!
"하느님 안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차별이 없습니다."(갈라디아서 3장 28절)라는 말씀대로 남성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받은 존재임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받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느님의 소중한 피조물인 인간들이 서로를 억압하지 않고 남성과 함께 여성이, 어른과 함께 청소년과 아동과 태아가 한 생명으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게 하소서!

이를 위해 그간 걸림돌 역할을 해온 호주제를 폐지하고 평등한 가정, 사회, 교회 공동체를 일구어 갈 수 있도록 하느님, 저희에게 힘과 지혜와 하나된 마음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