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와 맞물려 여성부 출범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여성정책의 큰 특징은 제도화로는 세계1위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여성운동에 투쟁의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국과 비교할 때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제도적 평등을 일구어 낸 것만은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운동은 급속도로 개별화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제도개선 운동은 끝났다’라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WID(women in development)에서 GAD(gender and development)로, 또 GM(gender - mainstreaming)으로의 전환이 불과 십수년 만에 눈코 뜰 새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성주류화 전략과 여성단체의 활동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는 여성운동의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의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발제에서는 제도화운동으로 시작된 여성운동의 성과였던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예산이 곧 성주류화 전략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현실이 어디에서 기인했으며, 어떤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전문가(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진단과 현장활동가(김희경 성인지예산전국네트워크 대표)의 경험을 통해 명백하게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에서는 여성운동이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예산, 성별분리통계 등의 성주류화 도구들을 제도화함으로써 얻어내려 했던 본래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상기할 수 있었고, 이제라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성운동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들도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 정권교체를 통해 무너진 거버넌스를 회복하는 첫걸음을 시작으로, 정부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의 제도화된 삼각편대를 통해 정부 예산사업의 기획에서부터 예산책정, 실행, 평가와 환류로 이어지는 체계를 통해 성주류화 도구들이 그저 도구에 그치지 않고 성주류화를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여성단체들의 역량강화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공통의 인식이 도출되었습니다. 마침내 2013년 체제가 도래했을 때 준비되어 있어야만 10년 전의 전철을 밟는 데 그치지 않고, 풀뿌리까지 견고해지는 그래서 마침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건강한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실무자로서, 간담회는 애초 기획단계에서부터 뭔지 모르게 모호하고 추상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간담회가 끝난 지금은, ‘성주류화’가 목표와 수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가치와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의 여성운동이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된 움직임이었다면, 앞으로는 삶과 생활, 고민과 철학 속에 여성주의가 녹아드는 방식의 접근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이 아주 조금은 명확해졌달까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