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 상생의 탑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이 길쌈짜기와 강강수월래를 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 이날 펼쳐진 20개의 시민난장 중 총선여성연대가 주관한 "부패정치""금권선거" 때려잡기 한마당  ⓒ 한국여성단체연합
7일 여의도공원에서는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제20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1,500여명의 시민과 언론사 취재진들이 참여한 가운데 “남녀가 함께 행복한 상생(相生)의 공동체로!”를 주제로 여성운동의 핵심요구사항을 대내외에 알리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진행되었다.

여성대회는 크게 시민난장과 본대회로 구분되어 진행됐는데, 시민난장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여성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보호, 호주제 연내 폐지 등을 주제로 스무 개의 시민난장을 펼쳤다. 이는 ‘스무살의 여성대회’를 기념하는 방식으로 각 대회의 핵심 슬로건을 되짚어보며, 기념사진 촬영, 희망모자 만들기, 여성정치한마당, 역대 올해의 여성운동상 돌아보기, 총선물갈이 행사 등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 주관하여 진행했다.

▲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최재천 교수와 정현백 여성연합 상임대표, 오늘의 사회를 본 권해효씨(우로부터)   ⓒ 한국여성단체연합
본 대회는 3년째 사회를 맡아온 권해효, 최광기씨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으며, 참가단체 기수입장, 선언문 낭독, 여성운동상 시상 등에 이어 BMK의 열정적인 무대를 대형 퀼트퍼포먼스(상생의 탑)로 옮겨 끝을 맺었다.

상생의 탑 퍼포먼스는 전국의 여성단체 회원들이 직접 제작한 퀼트 형식의 플랜카드를 부패한 국회의 이미지가 그려있는 8미터의 원기둥에 늘어뜨려 참가자 전체가 길쌈놀이를 함으로써 부패한 국회를 여성의 힘으로 덮고 새 정치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변화와 희망 모자를 쓰고 기뻐하는 참가자의 모습  ⓒ 한국여성단체연합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와 참정권’을 요구하며 럿거스 광장에서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여 제정되었으며, 1985년 진보적 여성단체들이 연대하여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지 20년을 맞이했다.

오늘 행사에는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 박선숙 환경부 차관, 안재헌 여성부 차관, 이미경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이경숙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서주원 환경연합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이 날 여성연합에서는 1. 깨끗하고 평등한 정치 실현을 위해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할 것, 2. 여성빈곤화 방지를 위하여 여성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보호,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여야 한다는 점, 3. 호주제폐지를 통해 남녀가 상생하는 공동체 사회를 이루는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제20회 한국여성대회 기념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내용의 전문은 하단에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빈곤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남녀가 함께 하는 상생의 공동체를 위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당당하게 투쟁하며 평등·평화·상생의 세상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오신 여성, 그리고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1908년 미국 섬유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와 참정권'을 요구하며 럿거스 광장에서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여 제정된 세계여성의 날 96주기이며, 1985년 진보적 여성단체들이 연대하여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지 20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여성대회의 스무해는 사회민주화와 양성평등사회의 실현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여성운동의 생생한 역사이며, 가정과 일터에서 성차별 없는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이 일궈온 역사입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인권, 노동, 평화,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차별적인 법·제도의 개선과 가부장제 의식의 변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이제 남녀평등사회를 향한 우리의 노력은 모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여 여성, 장애, 나이, 인종, 학벌, 비정규직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고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힘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스무 계단을 발판 삼아, 새봄을 준비하는 대지처럼 세상을 변화시켜 온 여성운동은 남녀가 상생하는 성평등 사회를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1.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하여 깨끗한 정치, 평등정치 실현해야 합니다.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정치부패가 적고 민주정치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오는 4·15 총선에서 여성유권자들은 당당히 참여하여 지역주의 정당구조, 부패정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정치구조를 청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반여성적·반개혁적 16대 국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5.4%에 불과한 여성의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17대 국회에 성평등 관점이 분명한 친여성 후보들이 많이 진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 정당은 개정 정당법에 명시된대로 비례대표 중 50% 이상을 여성에게 반드시 할당하고 여성비례대표 선출도 성평등의식과 전문성, 개혁성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구에 진출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해 당 지도부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공천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는 전국적으로 친여성 후보의 당선을 위한 유권자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입니다.

2. 여성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보호, 사회보장제도 확충을 통해 여성빈곤화를 방지해야 합니다.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여성의 경제적 권리 퇴보, 환경파괴, 부의 집중과 사회적 양극화 등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키고 자율적 시민사회를 파괴시키는 과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실업 등 고용불안이 일상화되고 남성의존형 가구들의 경제적 불안정이 증대되면서 빈곤가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혼 등 가족해체 양상이 급증하면서 친족공동체가 담당해 온 위기대응 기제조차 부재하면서 여성의 빈곤화는 심화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비정규직 중 73% 이상이 여성비정규직이며 이들은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면서 임금, 사회보장제도 등에서 차별받고 있어 최저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여성일자리 창출과 가족보살핌 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종합적인 빈곤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와 사용제한을 철저히 시행하고 최저임금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하며,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수급대상자를 확대하여 여성 및 소외된 계층의 보호를 강화해야 합니다.

3. 남녀가 상생하는 공동체 사회를 가로막는 호주제를 연내 폐지해야 합니다.

호주제 폐지를 공약했던 참여정부의 등장과 함께 2003년 한해동안 호주제폐지를 위한 민법개정 활동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의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인식의 벽을 넘지 못하고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은 16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근거없는 부계혈통주의와 허구적 가장권을 온존시키는 호주제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피해만 가중시키고 남녀가 함께 공존하며 상생하는 사회로 나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딸만 있는 가구가 220만 가구에 이르고,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 및 재혼가정이 늘어나는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는 가족 현실을 반영하여 17대 국회가 구성되자 마자 호주제 폐지를 즉각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4.15 총선에서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보수적이고 퇴행적인 국회의원 후보들을 퇴출시키는데 주력하고, 평등가족문화 정착을 위해 호주제폐지운동을 범 국민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성평등을 향한 우리의 외침은 모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여 평등·평화·상생의 큰 바다로 향해 나갈 것입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다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2004년 3월 7일
제 20회 한국여성대회 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