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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총선연대 지도부들이 선거법을 위반해 낙선운동을 펼치고도 그 공(功)을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총선연대 활동과 같이 전 국민의 80%가 지지했던 의로운 일을 하고도 벌을 받는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패 정치인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악순환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겠습니까?"

지난해 16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였던 총선연대 지도부에게 법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하자 총선연대 지도부는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김용헌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특정 후보자를 선정, 낙선운동을 벌여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총선연대 지도부에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징역 1년이 구형된 최열, 지은희 전 총선연대 공동대표, 박원순 전 상임집행위원장, 장원 전 대변인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을, 정대화, 김기식, 김혜정 피고인에 대해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총선연대 변호인단이 요구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했다.

재판부, "공(功)은 인정하나 선거법 위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행 선거법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적절한 입법"이라며 "총선연대 활동의 공(功)은 인정하나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명선거 풍토의 정착을 위해 위반 주체에 따라 법규정을 달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뿐 아니라 시민단체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균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시민단체도 선거에 후보를 낼 자격이 있고 이미 후보를 내 당선을 시킨 적도 있다"며 "시민단체가 계속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이들의 활동도 선거법에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개정 선거법에 자신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이를 어기는 것은 시민단체 지도자로서 무책임하다"며 "이들의 행동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준법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법위반 국회의원 벌금 80만원, 총선연대 500만원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 총선연대 지도부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원순 전 상임집행위원장은 "재판부는 마치 시민단체들의 총선연대 활동이 선거법 위반의 예외라고 주장한 것처럼 말했지만 총선연대 활동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참정권과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들에게는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반면 공익적 차원에서 낙선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지도자들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총선연대 지도부들과의 일문일답.

- 시민단체의 활동도 선거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대에 뒤떨어진 판결이다. 미국의 경우 '퍼블릭 시티즌'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감시해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이를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이 단체 대표인 랄프 네이더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2번이나 출마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퍼블릭 시티즌'의 활동이나 랄프 네이더의 대통령 선거 출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시민단체, 나아가 전 국민이 선거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곧 유권자 운동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총선연대에서 벌인 낙선운동은 유권자들의 참정권 운동이었다.

법률은 상식이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유권자 운동이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재판부는 실정법에만 천착해 판결을 내려서는 안된다. 재판부는 헌법의 기본정신과 외국의 사례 등을 참조해 종합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에 비해 감형된 판결인데.

"설사 선거법 위반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부당한 판결이다. 최근 선거법을 위반한 현역의원들에게 8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그런데 공익적 차원에서 낙선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벌금 500만원을 부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전 총선연대 임원들 왼쪽부터 최열, 지은희 전 총선연대 공동대표, 박원순 전 총선연대 상임집행위원장.   ⓒ 진홍기혜



- 시민단체 지도자로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재판부의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재판부는 시민운동 지도자들이 선거법을 위반하며 낙선운동을 펼치고도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준법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연대 활동처럼 전 국민의 80%가 지지했던 의로운 일을 하고도 벌을 받는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패 정치인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악순환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가. 이들에게 부패 정치인들을 보고 배우라는 말인가."

- 법원에서는 시민단체도 선거에 후보를 낼 자격이 있고 이미 후보를 내 당선을 시킨 적이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객관적 입장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에서 예로 든 것은 모두 지방선거였다. 16대 총선에는 시민단체 관계자가 출마하지 않았다."

- 고등법원에 항소할 생각인가.

"처음에는 사법부의 판결과 현행 선거법에 전면적으로 항의하기 위해 항소포기를 고민했다. 그러나 항소를 포기한다면 오늘 기각된 위헌제청소송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항소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된다면 부당한 선거법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벌금을 내지 않고 실형을 살겠다."

장원, "벌금형대신 실형 살겠다"

한편 장원 전 대변인은 "항소를 포기한다"며 "벌금형 대신 실형을 살겠다"는 개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장씨는 12일 선고공판이 끝난 직후 기자들에게 나눠준 항소포기이유서를 통해 "총선연대 활동 직후 성추문으로 총선연대에서 이미 제명된 상태"라며 "이들의 활동을 욕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장씨는 또한 "총선연대 활동 당시 감옥을 가겠다고 공언한 것은 더 이상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상급법원에 가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대국민 약속이며 무엇보다 이 나라의 잘못된 선거법에 대한 나름대로의 항의방법"이라고 항소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법상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액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실형을 살아야 한다. 이날 500만원이 선고된 장씨가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일 4만원을 기준으로 125일 동안 교도소내 노역장에서 지내게 된다.

기사제공 기관 : 사이버 참여연대
전홍기혜 기자 onscar@pspd.org



낙선운동 유죄판결에 대한 입장


서울지방법원은 총선연대 지도부 6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실정법 위반으로 낙선운동의 지도부를 정죄하였으나 진정한 의미에서 정죄된 것은 낙선운동이 아니라 선거법 그 자체이다. 유권자들의 자구적 참정권 운동에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국민의 참정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을 그 본래적 목적으로 하는 선거법의 기본정신은 질식당하였고, 법으로서의 정당성과 권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말았다.

우리가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재판부가 국민 대다수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평화적인 참정권 운동인 낙선운동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외면했다는 점이다. 총선연대 변호인단이 요구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총선연대에 적용된 선거법 조항이 과연 무엇인가? 선거 전 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시민단체는 인터넷 자료게시와 기자회견 이외에 집회·유인물 배포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독소조항에 의한 것이다. 문제의 조항들에 대해서는 국민의 참정권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제한다는 법조계 내외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어 왔고, 시민단체들도 지난 5년간 일관되게 그 개정을 요구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독소조항이 개정되지 않은 것은 정치인들의 고의적 직무유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러한 정치인들의 태도가 낙선운동의 한 원인이 되었었다.

따라서 잘못된 선거법의 기계적 적용이 가져올 국민의 참정권의 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선거법의 독소조항에 대한 헌법적 논의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러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최소한의 제안조차 거부한 것은 낙선운동을 지지하고 이 운동에 동참했던 대다수 유권자들의 정치참여 요구와 정치개혁의 열망을 질식시키는데 동조한 것이며 이를 법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당한 노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선거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재판부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에 낙선운동에 대해 내려진 벌금 500만원, 300만원의 형량은 정치인들에게 적용되어온 선거법 위반 죄의 형량과 커다란 대조를 보이고 있다. 16대 총선 선거법 위반 관련 정치인 중 1심 판결을 마친 당선자 중 본인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해지거나 회계책임자 등이 징역형을 받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은 이는 12명이며, 이 중 1심에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해진 의원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또한 1심에서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3명 모두 2심에서는 80만원으로 감형,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므로써 이른바 '80만원 정찰제'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이번에 80만원으로 감형된 장영신 의원의 경우는 총선연대가 직접 장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애경그룹 직원들의 조직적인 불법선거운동 관련 자료 일체를 근거로 장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로 처리되고 말았다.

더욱이 일단 당선된 의원들은 선거법 재판을 기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심지어 방탄국회를 열면서 판결을 지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어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상식 아닌 상식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을 일삼는 낡은 정치인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정치개혁을 위해 나선 유권자들의 자구적 행동에는 철퇴를 가한다면, 이런 선거법이 과연 무슨 소용이며 재판부는 어떤 정의를 위해 존재한단 말인가?

총선연대는 지난 2000년 1월 12일 발족기자회견을 통해 "총선시민연대가 변화한 시대와 성숙한 유권자의 편에 서고자 한 것이 불법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법정에 설 용의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법의 권위를 존중할 것이며 총선이 시작되는 그 날까지 낡은 선거제도의 개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낡은 선거제도는 변화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총선연대의 합헌적인 실천은 위헌적인 낡은 법과 이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판부에 의해 정죄되고 말았다. 낙선운동을 지지한 국민 80%도 낡은 제도와 재판부의 낡은 사고에 의해 함께 정죄된 것이다.

우리는 이 판결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오늘의 판결은 몇몇 시민운동가에게 내려진 판결이 아니라 정치개혁을 향한 국민의 열망 전체에 내려진 유죄판결이기에 더더욱 승복할 수 없다.

비록 낡은 법과 왜곡된 적용의 문제점이 온존하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하지만 우리는 최종적인 순간까지 법정에서의 투쟁을 계속하여 유권자들의 참정권회복 운동의 정당성을 일관되게 주장할 것이다. 또한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선거법을 국민을 위한 선거법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유권자의 정치개혁 열망을 최선두에서 대변한 결과로 오늘 우리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낡은 제도와 낡은 사고로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잠재울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는 것을 세계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참여정치의 시대는 이미 열렸고 낡은 정치개혁을 위한 유권자들의 행동은 시작되었다.

2001. 7. 12
지은희 최열 박원순 정대화 김기식 김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