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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1년 4월, KBS 노조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목요일 아침마다 KBS 본관 앞에서 규탄시위를 가졌다.  ⓒ KBS성폭력공대위
자신의 성폭력 혐의를 실명공개한 피해자 2명과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이하 100인위) 회원 1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강모 전 KBS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10월 23일 돌연 형사소송 고소를 취하했다.

강씨는 고소취하서를 통해 "취재활동이 바빠 사사로운 개인 일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피고인 중 한 명이 자녀를 출산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씨는 "돈이 많이 걸려 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은 취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온갖 주위의 편견과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법정 싸움을 끌어왔고 거의 이겨놓은 상황인데 강씨가 일방적으로 재판을 끝냈다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직을 위해 개인의 불명예 잊겠다
진실은 판결로 가려지는 게 아니다"


강씨는 "이미 노조 임원을 사퇴하고 초급간부로 승진돼 근무지를 옮겼다"며 "낯선 취재현장에 적응하며 연일 취재활동을 지시하는 입장으로 단 한시도 본인의 사사로운 일에 매진할 수 없다"고 취하이유를 밝혔다. 강씨는 "새로운 지역에서 자신의 옛 문제로 인해 조직 전체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강조했다.

강씨는 또한 "피고인 중 한 명이 자녀를 출생한 어머니가 됐다는 것도 마음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인사로 인해 짐을 챙기는 과정에 새로운 물증이 일부 더 나오기도 했지만 일단 마음을 비우기로 한 상태에서 모든 것을 덮어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법적소송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를 나타냈다. "진실은 반드시 판결로 가려지는 게 아니다. 정황증거를 기초로 똑같은 인간인 판사의 심중으로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씨는 민사소송은 취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씨는 "현실적으로 (민사소송에는) 돈이 많이 걸려 있고 이미 변호사를 사뒀으니 내가 직접 법정에 출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주위 편견·정신적 고통 극복하며 버텨온 2년
"이대로 싸움을 접을 수 없다"


▲ 지난 2001년 5월 1일, 민주노총 노동절 집회에서 선전전을 벌이는 공대위 회원들  ⓒ KBS성폭력공대위
피고인들은 강씨의 갑작스러운 고소 취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5일 법원으로부터 강씨의 고소취하 사실을 통보받은 피고인들은 "2년 가까이 힘들게 싸워왔는데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끝낸다는 것이 허탈하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출산한 피고인은 "마음을 졸이며 재판을 준비하며 열 달을 보낸 것에 대해 아이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웠지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나의 출산을 이유로 들어 고소를 취하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피고인들 역시 "고소취하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 10월경 KBS 노조 내부에서 공식적인 진상조사가 이루어졌을 때 "법정에서 밝힐 일"이라고 말하던 강씨가 갑자기 "진실은 판결로 가려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피해자와 법정에 대한 우롱이라는 것이 피고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강씨가 재판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고소를 취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피고인들에 따르면, 강씨 측 증인들의 말이 자주 엇갈렸고 공판검사도 구형을 연기하는 등 최근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승소가 확실해지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피고인들은 재판이 예정됐던 10월 31일 마지막으로 법정에 출두한 자리에서 진정서를 낸 상태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온갖 모욕적인 뒷공론을 감내하며 정신적·신체적·물질적 고통을 받고 있는 반면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이나 제재도 받지 않고 공영방송 기자로 활동하는 현실이 분개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미 강씨가 고소를 취하한 상태에서는 피고인들이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이번 사건의 법적 공방은 일단 중단될 전망이다.


권박효원 기자 10zzung@ohmynews.com

 
'KBS 노조 강 부위원장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들에 따르면, KBS노동조합 전 부위원장인 강모씨는 지난 95년 8월경 부산에서 과거 한 사무실에서 부하직원으로 일한 피해자 1이 묵고 있던 호텔 방에 양주를 들고 찾아와 술을 권한 뒤 피해자 1을 끌어안고 강간을 시도하였다. 피해자 1이 소리지르겠다고 하자 강씨는 어쩔 수 없이 방을 나갔다.

이후 97년 3월경, 강씨는 역시 과거 친분이 있던 피해자 2가 부산에 여행왔을 때 함께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일행이 화장실에 가자 강씨는 피해자 2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며 손을 옷안으로 집어넣으려 했다.

피해자들은 "성폭력의 충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가해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활보하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피해자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2000년 10월 중순. 강씨가 노조 8대 위원장선거에 부위원장으로 출마한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씨는 가해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도리어 피해자들의 '배후'를 거론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2월 26일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며 사건을 알린 피해자들과 '100인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 권박효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