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아빠는 5등?

by 여성연합 posted Jan 0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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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일요일, 하림이랑 아내랑 교회에 다녀오다가 쓸데없이 주책맞은 질문을 하림이한테 했다.
이해를 돕기위해 가족사항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는 처가집에 세를 들어산다. 윗층이 처가고 우리는 3층에 산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가 윗층에 살고 있다. 낮에는 할아버지께서 하림이를 봐 주신다. 하림이는 이제 32개월된 범띠 여자아이다.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안고서 물었다.

중렬(나) : 하림아, 가족 중에 누가 제일 좋아?
하림 : 할아버지
중렬 : 그러면 두번째로는?
하림 : 이모
중렬 : 세번째로는?
하림 : 엄마
중렬 : 네 번째로는?
(속으로 잔뜩 기대를 하면서 물었다. 4등도 괜찮다고.)
하림 : 음..... 할머니

역시 4등을 기대한게 좀 무리였나보다 생각했다. 평일엔 맨날 늦게 들어가서 아침에나 잠깐 얼굴보지만 주말엔 일 없으면 꼭 하림이랑 놀러가고 했었는데..... 하는 생각에 좀 서운했다. 하지만 뭐 꼴찌하는게 당연하지했다. 그래도 하던 질문 끝까지 해서 '아빠' 소리 들어야지 생각했다.

중렬 : 다섯번째는?
하림 : 음..... 음..... 음.... 나뭇잎
(오잉? 이녀석이 벌써 농담을?)

중렬 : 아니 나뭇잎 말고 가족 중에 그 다음으로, 다섯번째로는 누가 좋냐구?
하림 : (딴데를 쳐다보며) 음..... 음..... 음..... 꽃

흑흑흑.....
아내랑 그냥 웃었다. 아내는 그러니까 평소에 잘해야지 했다.
그런데 조금은 슬펐다. 가족이 다섯명 있는데 5등도 못하다니.....

내 딴에는 토요일에 둘이서만 어린이 대공원도 가고 사무실에 나와서 강아지랑 놀아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했는데..... 갓 태어났을 때 엄마 꼬리뼈가 부러져 아빠가 목욕도 많이 시켜줬는데.....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절대적인 시간의 한계는 어쩔 수 없나보다.

딸사랑 아빠모임에도 참여하고 여성문제, 육아문제에 대해서 밖에서 무지 많이 떠드는 스타일인데도 집에서는 5등도 못하는 아빠라는 냉혹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았다.

아빠들! 앞으로 집에서 왕따 안당할려면 좀더 잘해야겠지요? 저도 그렇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