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느티나무에서 본<br> 시민운동가들의 원초적 모습

by 여성연합 posted Jan 0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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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매니저로 파견나오면서 내게 별명이 하나 생겼다.
<* 느티나무 : 환경운동연합과 참여연대가 공동투자하여 만든 카페이름. 편집자주>
이름하여 "마담 간사"
아가씨부터 매니저님까지 여러호칭으로 불리지만 환경연합에 있는 친한 언니가 붙여준 마담간사라는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비록 운동판에서 조금 떨어져있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운동가이므로......

환경운동가이지만 올 한해 나는 느티나무라는 카페에서 얼굴마담의 일을 하게 되었다.
시민운동사회에서 좋은 쉬임터로 만들어가는 막중한 임무가 어쩌구 어쩌구 하는 낯 간지러운 얘기를 쓰려고 했으나 이건 아무래도 내 체질에 안 맞고...... 하하 ^^

적자운영을 벗어나 보고자, 한마디로 돈 잘 버는 운영을 하려고 긴급 파견이 되었다.
뭐 이렇게 이야기해도 활동가들이 잘 와야 돈도 잘 벌리는 거고, 그러려면 활동가들이 원하는 분위기가 되고 서비스도 좋아져야 하고...

내가 이곳에 온 건 원초적인 이유였지만 따지고 보면 느티나무가 시민단체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곧 재정과 연결이 되니 엎어치나 메치나 똑같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지?

느티나무라는 곳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곳이니만큼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고 매일매일 시트콤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지면이 할애치 않으니 그건 나중에 느티나무와서 한잔 같이 하며 해드리도록 하구요.)

그중 우리 활동가들이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이야기가 있어 몇자 적고자 한다.
느티나무의 공간적인 특성상 참 많은 단체들의 많은 행사가 꽤 자주 있다.
여러 단체의 행사를 하면서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은 참...

행사를 할때는 정말 고고하고 품위있고 아름답다. 그치만
밥먹을때가 되면 정말 원초적으로 변한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전혀없음이다.

환경단체의 경우 환경문제 자연 운운하다가도 음식쓰레기 걱정? 이 또한 전혀없음이다.(아! 물론 모든 단체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밥 늦게 나온다고 엄청 짜증내고
반찬 더 달라고 엄청 도도한척 하고
더 먹을 수도 있을텐데 밥 따악~~ 한 숟가락만 남기고 더 달라던 반찬도 다 남기고...

예약시간 넘어 모든 홀의 자리를 점령하고 앉아있으면서도
다른 손님을 받아야한다고 시간 얘기를 하면 그것도 못봐주냐며 눈 흘기고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엄청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깎아달라고 한다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게다가 시민단체라는 무거운 이름을 달고 사는 우리들이기에 더욱더 매사 행동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일을 한두번 겪으며 나는 아르바이트생들 보기에 너무나 민망해("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 더 한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이런 식으로 얼버무린다.

"힘드니까 짜증이 나고 그러는거야. 너는 힘들면 짜증 안나냐? 그리고 내가 있으니까 편해서 그러는거야. 다 아는 사람들이거든."(알기는 뭘 다 알겠는가. 환경연합 식구들 밖에 더 알겠는가.)

이 글을 읽는 우리들,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나는 다른 행사장에 가서 그런 적은 없는지.
여성과 문화와 인권을 부르짖는 우리들,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 되면 인간 특유의 오만함이 나오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내가 다시 환경연합으로 돌아가 행사를 주관하거나 다른 단체의 행사장에 가게되면
나는 절대로 절대로 그러지 않으리라.
왜냐?
이미 그 상대의 입장에서 경험해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