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주도로 성주류화(gender-mainstreaming)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성주류화'란 성평등 관점을 정책의 모든 단계에 적용해 기존의 정책이 가진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성평등 정책 전략이다. 2000년대 초, 여성단체들은 성 주류화의 주요 정책 도구인 성인지예산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하였고, 이러한 NGO단체들의 정책운동은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성주류화 정책은 안타깝게도 정부와 전문가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시행됨에 따라 중앙정부 및 지자체는 법률(조례), 중장기 계획, 사업 등에 대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도록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위촉한 제1대 성별영향분석평가위원회는 정부 6인,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되었다. 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나 여성단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여성가족부가 성주류화 정책의 참여주체로 NGO를 설정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 전 여성단체들이 KTX 민영화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자, 곧바로 국토해양부가 여성단체와의 간담회를 요청해 왔다. 반면 여성가족부는 지난 해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의 도입과 지방자치단체 성인지예산제도 추진 등과 관련해 여성단체들과의 간담회나 설명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국내외 성주류화 정책 전략에 관한 각종 연구들은 NGO의 참여 활성화와 거버넌스 구축의 정도가 성주류화의 목표 달성 여부를 좌우하는 주요한 요인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 관료와 전문가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주류화 정책의 ‘과속 제도화’는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의문이다. 일례로 2009부터 3년 째 시행중인 중앙정부 성인지예산제는 각 부처 예산편성부서의 인식과 전문성 부족, 추진시스템의 미흡, 의회의 심의 절차 부재 등으로 인해 해마다 형식적이고 부실한 보고서가 제출되고 있지만 총괄부서인 여성가족부는 이를 변화시킬 권한과 힘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의회를 감시하고 압력을 가할 수 있는 NGO들과의 협력을 고민해 볼만도 한데, 현재 여성가족부는 성인지예산제의 지자체 확대와 '성별영향평가분석법' 시행에 대해서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 같다.
서울시도 2013년 예산부터 첫 성인지예산서를 작성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기 시작부터 서울시정의 성주류화 전략의 도입을 표명하고, 서울시민과 NGO,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성평등위원회’를 출범 하는 등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앞으로 진행될 서울시 성주류화 정책이 시민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우선은 서울시민과 여성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성인지예산에 대해 쉽고 재미있는 홍보가 필요하며, 서울시민의 다양한 참여공간과 프로그램이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지역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여성단체들과 서울시 성주류화 정책의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정책이라 할지라도 전문가와 공무원들 중심으로 탁상에서만 논의되는 것은 무용지물이다. 많은 시민이 알고,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해야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아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
* 본 원고는 '서울타임스'에 게재한 글(6/1)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