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책을 내며 - 임신중절, 불편한 진실
2. 문제의 시작 - 결국 모두의 행복을 위해
3. 사례 - 그녀들의 이야기 1
4. 안전한 임신중절
5. 그녀들의 이야기 2
6. 유럽의 임신중절
7. 그녀들의 이야기 3
8. 모자보건법 개정
9. Q&A 및 도움 받을 수 있는 곳
* 이 책은 ‘낙태’(落胎)라는 단어 대신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여성연합 임신중절 TFT에서 수차례 논의 끝에 “태아를 떨어뜨린다, 혹은 지운다는 의미”의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낙태’라는 단어를 대신하여 ‘임신중절’이라는 중립적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법률용어 등의 고유명사, 사례에서 사용되는 관용적 표현은 살려두기로 한다.
임신중절, 불편한 진실
세상에는 ‘공개된 비밀’이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임신중절이다. 임신중절은 불법이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지내왔다. 그러다 비밀의 봉인이 풀린 것은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는 명백한 불법, 그러므로 낙태는 하지 말라”는 주장을 한 이후였다.
여성의 몸과 깊이 연관되어 있지만 감히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었던 임신중절. 경제적인 이유로, 원치 않은 임신 때문에, 피임법을 몰라서 등의 이유로 불법인지도 모르고 일상화되어 온 임신중절. 때론 불가피하였던 임신중절의 문제는 단순히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명권의 논리로만 접근하기에는 많은 사람, 특히 여성에게 커다란 폭력이 된다. 임신중절에는 그만큼 짚어보아야 할 많은 이야기와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많은 이야기의 실마리를 꺼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임신중절을 할 수 밖에 없는 여성의 고통, 임신중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외국의 사례, 누구에게도 물어보기 어려웠던 내용을 담은 [Q & A] 등이 담겨있다.
특히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현재 수준에서 임신중절 문제를 해결하는 최소한의 타협선이며 그 핵심은 ‘경제적 사유’를 임신중절 허용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형법조항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내린 결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회,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까지 허용범위를 넓힌다면.... 인간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낙태죄 형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 중 4명의 헌법재판관은 “임신초기(12주까지).... 낙태로 인한 합병증이나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아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줄 여지가 큰 데도,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그동안 임신중절과 관련한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임신중절 금지는 임신중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지 않고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것은 대부분 비밀리에 행해지는 임신중절로 이어지며, 이는 여성에게 더 많은 정신적 외상을 일으켜 위험하다”(이 책의 13쪽)는 유럽심의회의 결의문을 눈여겨보기를 바란다.
이 작은 책은 2011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의 임신중절 논의를 반영한 것이다. 여성의 현실과 임신중절을 둘러싼 각종 담론에 대한 검토, 안전한 낙태를 포함해 여성건강의 관점에서도 임신중절을 조망했다. 논의는 시종일관 격렬했고 많은 논점들을 토론했다. 이 모든 것을 여기에 담아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복잡한 이야기들을 최대한 단순화해서 이야기하고자 했기에 거기에서 오는 오해들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