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여성연합은 체제의 전환기가 될 2012년을 계기로 온라인 활동의 일상화를 위한 운동방식으로의 전환을 계획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업의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적 내용을 온라인 콘텐츠 형태로 생산하여 블로그 및 sns를 통해 확산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의 폭을 넓히고 쉽고 참여 가능한, 재미있는, 함께하는, 생활 속 여성운동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온라인 콘텐츠 과정의 1차 시도(1/18~20)는 노동&복지/인권/정치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되었으며 본 내용은 담당활동가 개인의 생각과 입장임을 밝힙니다.

오전 6시-8시 아이폰 알람소리에 의식이 들지만, 좀처럼 극세사 이불과의 뒤엉킴을 해제하지 못한다. 손으로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용케도 더듬더듬 거려 결국 요란스러운 알람을 끈다. 5분만 더, 10분만 더... 머릿속은 온통 더 자고 싶다는 생각으로 채워진다.


8시 허겁지겁 출근준비로 분주하다. 거울을 보며 오늘 머리를 감을까 말까, 이 시간에 머리를 감고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다는 판단을 하고서 머리감기를 생략한다. 겨울이 되면, 욕실로 들어가는 것이 춥다. 결국 아침을 거르고 집을 나선다.


9시 지각을 면하고자 건널목에서 무단횡단을 하고 만다. 무단횡단도 오고 있는 버스의 속도를 좀처럼 추월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아슬아슬하게 출근 버스에 오르지만 버스 탑승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경험한다. 버스에 앉아서 가고 있지만 맨 뒷자리. 그런데 양쪽에 남자가 있다. 이 남자들 쩍벌 다리와 팔 때문에 의자에 뒤로 기대지도 못하고 의자 앞에 걸터앉아서 가는 정도? 서서 가는 것 보다 더 불편함을 느낀다.


10-11시 턱걸이로 사무실에 도착. 나는 생각한다. 사람 붐비는 버스 안, 지하철 안에서 서서가든 앉아서 가든 신체가 닿으며 가는 것은 정말 불쾌하다. 그래서 모르는 남자가 옆자리에 앉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한 대안은 없는지 생각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리고 의자에 앉기도 전에 컴퓨터 전원을 킨다. 컴퓨터 전원을 키는 것이란, 노동의 시작이다.


12시 아침과 점심을 겸하는 본능적인 시간. 잠시라도 엉덩이를 의자에서 이탈하고자 마음먹어보지만, 계절탓, 산책할 곳이 없음을 탓하며 식사후 남은 30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써버린다.


13-15시 본격적으로 업무를 다시 시작한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 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세상 속에서 눈의 휴식을 취한다. 포털사이트 뉴스캐스트에 있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기사, 연관검색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클릭한다거나, 헤드라인으로만 짐작해본다.


16시 점심을 먹은 후지만 점점 배가 고파오는 시간. 어쩔 때는 배고프고, 어쩔 때는 배가 고프지 않으나, 뭐가 먹고 싶은 입안이 심심한 시간.


17시 퇴근시간이 한 시간 전이라는 마음으로 점점 마음은 급해진다. 컴퓨터 화면 아래에 있는 시간을 유심히 관찰한다. 퇴근에 대한 욕구가 상승한다.


18시 퇴근에 대한 욕구가 절정에 오르지만, 두리 번 거리니 아직 사람들은 일하고 있다. 딱히 나도 일이 없는 것도 그렇다고 다 마친 상태도 아니지만 일분일초를 다투는 일이 아니라 내일을 기약하며 퇴근하려 하지만. 왠지 눈치 보이는 시간. 혼자만 먼저 가보겠다는 말을 하기에는 미안하고,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마음이 더불어 불편해지는 시간. 그래서 이것저것 꼼지락 거리다 보니 퇴근시간을 넘긴다.


19시 사무실에서 나와 퇴근길 버스에 오르는 시간. 아침 출근길 버스 풍경처럼 퇴근길 버스 안의 풍경도 여유란 찾아볼 수 없다. 몇 분이라도 일찍 도착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버스를 닭장차처럼 가득 태우게 한다. 서로 몸이 부대끼며 자유로를 그렇게 달린다. 버스 안의 노근함에 눈이 감긴다.


20시 집에 귀가하는 시간. 의존에 대한 섬세한 본능의 부재. 난방비 절감을 위해 한기가 느껴지는 냉골에서 전기장판만으로 껐다 켰다로 일시적인 연명을 하고 있다. 본의 아닌 북극형 20대 청춘, 힘겨운 겨울나기에 서글프다.


21-22시 저녁 먹기에 어중간한 시간. 하지만 본능적인 먹을 권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집 앞에 두리번거리다 김밥2줄을 사서 먹는다. 배부르다 싶어서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다 설잠이 든다.


23시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고, 3초 세안법이라는 것을 어설프게 해본다.


24-2시 어질러진 방을 대충 치우고, 침대에 오르니 벌써 자정. 아이폰을 손에 쥐고서 세상이야기를 내려본다. 개인적인 속내, 세상에 대한 분노들이 뒤섞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세계. 같은 문제를 놓고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고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이폰 좀 만지작거렸는데 벌써 이 시간.


3-5시 막상 자려고 하니 잠이 안온다. 이러다가 또 뒤늦은 잠으로 늦게 일어날 게 뻔할테고, 억지로 눈을 감아본다.

구성 : 문윤 (여성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