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여성연합은 체제의 전환기가 될 2012년을 계기로 온라인 활동의 일상화를 위한 운동방식으로의 전환을 계획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업의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적 내용을 온라인 콘텐츠 형태로 생산하여 블로그 및 sns를 통해 확산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의 폭을 넓히고 쉽고 참여 가능한, 재미있는, 함께하는, 생활 속 여성운동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온라인 콘텐츠 과정의 1차 시도(1/18~20)는 노동&복지/인권/정치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되었으며 본 내용은 담당활동가 개인의 생각과 입장임을 밝힙니다.

오전 6시 아직 엄마 품이 필요한 36개월 둘째가 밤새 칭얼거리는 통에 잠을 설쳤다. 세 시간은 잤으려나 .. 언제쯤이면 맘 놓고 푹 잘 수 있을까. 어슴프레한 새벽,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힘내자 워킹맘! #워킹맘


7시 매일 아침 반복되는 뭘 해먹어야 되나 고민, 아이들은 시리얼과 우유로 남편은 햇반과 김으로 대강 떼우는 반복되는 부실한 식사, 그래도 아이들은 급식을 먹으니까 라고 위로하면 너무 무책임한 엄마일까? #워킹맘


8시 방학이 되어도 학교 보육교실에 가야하는 큰아이가 오늘따라 힘들어한다. 어르고 달래 겨우 학교에 데려다주니 방학이라 썰렁한 학교 교실에 우리 아이를 포함 일곱 명 뿐이다. 직장 다니는 다른 엄마들은 방학 때 보육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건지 ..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부모가 함께 일하며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 쉽지 않다. #워킹맘


9시 다행히 버스에 자리가 있구나, 앉는 순간 바로 잠들어 버린다. 흰 머리 할아버지가 서서 가시지만 내 컨디션이 영 안 좋으니 좌석버스 자리를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한숨 속에 출근하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위로, 새해에는 커피를 줄이고 싶은데 과연 잘 될까? #워킹맘


10시 어제 다 못 한 밀린 업무와 밤새 들어온 이메일을 체크하고 자료를 보는 기본업무만 하는 데도 1시간이 훌쩍 간다. 전업주부라면 이 시간에 뭘 하고 있을까? 아이 학원 등원? 운동? .. #워킹맘


11시 가끔은 집보다 사무실 내 자리가 더 자유롭고 홀가분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어서 알 수 없는 죄책감 같은 게 느껴진다. #워킹맘


정오 12시 직장생활의 꽃 점심시간, 우리 사무실은 도시락을 싸오는 분위기이다. 살림하는 엄마지만 도시락을 싸오는게 나에겐 더 힘든 일, 오늘은 뭐 먹을까? 바쁘다보니 어느새 아침을 굶는 게 습관이 된 나에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워킹맘


13시 업무일정을 확인하다가 불현듯 아이 예방접종일이 다가오는데 혹시 필수접종을 놓치지는 않았나? 첫째 때는 초등학교 입학 직전 학교에 예방접종 확인서 제출할 때 부랴부랴 밀린 접종을 몰아서 하느라 애가 고생을 많이 했다. 반성! #워킹맘


14시 아이가 학원차를 잘 탔을까, 보조교사 없는 학원차량에서 내리다가 일곱 살 여자아이가 사고를 당한 뉴스를 보았다. 그것도 바로 집 앞에서. 남 일 같지 않다. 큰 아이는 반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 학원을 다니기로 결정하자마자 그날로 아이 핸드폰을 사주었다. 내가 불안해서. 학원에 잘 도착했다는 아이의 문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학원 밖으로 나와야 화장실이 있던데 화장실 갈 때는 꼭 친구랑 같이 가라고 답문을 보낸다. 동네도 안심이 안 된다. 영어 학원에서 2시간 그리고 피아노와 미술로 연결, 순전히 내 퇴근시간과 맞추기 위해 아이가 고생이다. #워킹맘


15시 일에 집중하려고 모니터를 노려보는데 원하는 만큼 속도와 성과가 안 난다. 이럴 때 제일 속상하다. 내 전문성을 더 쌓고 싶지만 한계가 종종 느껴진다. 나에게 주어진 일, 잘 해내고 싶다. 엄마이기도 하지만 나는 직장인이기도 하니까. #워킹맘


16시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는다. 둘째도 어린이집에서 간식을 먹고 있겠지? 싫어하는 간식이 나와도 단체생활이니 꾹 참고. #워킹맘


17시 일정에 없던 회의가 오후 늦게 잡혔다. 6시 전에는 끝나야 하는데 .. 걱정과 짜증 ㅠ_ㅠ #워킹맘


18시 해가 일찍 져서 벌써 컴컴해지는 퇴근길, 일명 칼퇴근 정시 퇴근을 하는데도 왠지 사무실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오늘따라 버스는 왜 이리 안 오는지, 내가 5분 늦으면 아이에게 가는 길이 20분은 늦어진다. 보육선생님에게는 늘 죄송한 마음, 보육교실 선생님 아이도 아직 초등 3학년이라고 들었다. 고민이 끝이 없다. #워킹맘


19시 큰 아이 데리고 다시 작은 아이 어린이집으로, 언제나 제일 꼴찌 하원은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의 소원이 “친구들아 나 먼저 집에 갈게”라니 참 마음이 찹찹하다. 내 소원은, 평일 오후 2시 동네 카페에서 여유있게 커피 마셔보는 것? 또는 한 일곱시간 깨지 않고 푹 자는 것? .. 참 소박하다. #워킹맘


20시 저녁은 또 뭐 해먹지? 친정엄마가 지난 주말 싸주신 반찬을 주섬주섬 꺼내놓는다. #워킹맘


21시 이번 주말에는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했다. 애들이 좋아할 걸 생각하면 기쁘지만 주말이라 얼마나 복잡할 지 지금부터 머리가 아프다. 아, 여유있는 평일에 나도 아이들과 놀러 가고 싶다. #워킹맘


22시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아이들이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사이 늦었지만 오늘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밀린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방바닥은 대충 물티슈로 닦아내고 .. 공부까지 봐주기는 힘들다. 요즘 엄마들은 학습매니저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데 .. 그렇게 살기도 싫지만 그렇게 살 수도 없다. #워킹맘


23시 아이들이 겨우 잠든 밤 11시, 이제 밀린 일 시작이다. 오늘은 언제쯤 잘 수 있으려나, 늘 잠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깨지 않게 조심히 스탠드를 켜고 컴퓨터를 연다. #워킹맘


24시 남편의 늦은 퇴근, 얼굴이 몹시 지쳐있다. 내일은 남편이 아이들 저녁을 돌볼 차례이다. 그러면 난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야근을 하겠지. 집과 회사만 반복하고 있다.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가 싶다. #함께일하고함께돌봐요 #워킹맘

구성 : 이루용 (여성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