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개혁연대와 총선여성연대는 19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여성정치참여확대를 위해 비례대표수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에 환영의 뜻을 표했던 총선여성연대 등 여성계가 '비례대표 확대, 50% 여성 할당'이라는 최초 입장에 다시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이는 국회 정개특위가 의원정수 문제로 다시 파행을 겪으면서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까지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성계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그동안 여성광역선거구제를 둘러싸고 분열 양상을 보였던 시민사회 진영의 행보가 다시 '비례대표 확대'라는 원칙으로 단일화되는 의미를 가진다.

총선여성연대와 총선연대 등은 정개특위 파행과 관련, 19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8일 정개특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에 무책임과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진정으로 정치권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의원정수를 늘리기로 한다면 이제라도 비례직을 확대해 여성에게 50%를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조현옥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운영위원,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기식(참여연대 사무처장)·서주원(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총선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애초 여성단체들은 정개특위 간사단이 지역구와 전국구 의원정수를 273명으로 동결하면서 따로 여성광역선거구를 도입해 26명을 할당, 전체 국회의원 숫자를 299명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례대표 확대와 50% 할당'이라는 최초 입장에서 한발 양보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 18일 오후 열린 정개특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각당 간사간 합의를 깨고 여성광역선거구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고, 정개특위 활동 시한이 오늘(19일)로 마감됨에 따라 사실상 여성광역선거구 도입은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총선여성연대 등은 정개특위가 지금처럼 파행을 겪을 경우, 여성광역선거구 폐기는 물론 비례대표마저 축소돼 17대 국회에서는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가 16대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총선여성연대 등은 이날 성명에서 "각 정당이 여성광역선거구를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당론과 상관없이 반대 의견을 서슴없이 내놓고 말로만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며 "지역구만 확대하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것은 제 몫만 챙긴 최악의 정치개악으로 기록될 것이며 유권자의 냉혹한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발표된 총선여성연대와 정치개혁연대의 공동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성 명 서
여성정치참여 확대의 취지를 살려 비례대표수를 확대하라!
1. 2월 18일 오후, 여성광역선거구제와 석패율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는 또다시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안겨줬다. 선거일이 채 5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개특위는 본 안건에 들어가기도 전에 지난 2월 9일 정개특위 간사회의에서 잠정 합의한 10만5천에서 31만5천으로 정한 인구 상하한선 결정이 지역구 의석을 어느정도 규모로 늘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각 당의 해석이 분분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맴돌기만 하였다. 지역구 의석수 결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주장과 사실상 227석으로 동결하되 행정구역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조금 늘어날 수 있다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장작 본 안건인 여성광역선거구제 논의가 시작되자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고 급기야 정족수가 모자라 정회를 선포하는 경악을 금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2. 지난 2월 9일 정개특위에서 잠정합의한 지역구 확대, 비례직 축소에 대해 여성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자 급기야 각 정당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명분으로 의원정수를 299석까지 늘리고 여성광역선거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더니 이 또한 18일 열린 정개특위 회의에서의 의원발언을 보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각 정당이 여성광역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당론과 상관없이 반대의견을 서슴없이 내놓았으며 말로만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선거법 소위에서 합의한 여성광역선거구제 조차도 결정하지 못하는 무책임과 무관심을 드러냈다. 진정으로 정치권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의원정수를 늘리려고 한다면 이제라고 비례직을 확대해서 여성에게 50% 할당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2월 9일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그 이후 선거법 소위에서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을 합의했을 때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라는 명분으로 의원정수 늘리는 것에 대해 합의한 것 아닌가?
어렵게 연장한 정개특위 논의시한이 하루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구 확대, 비례직 축소만을 확정하고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이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만 확대하려는 정치개악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3. 지금까지 정치개혁연대와 총선여성연대는 주요한 정치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여성, 장애인, 각 분야의 전문가, 소수 정당의 정치참여 확대를 촉구해왔다. 비례대표를 늘려 정책전문성, 직능대표성, 여성 및 소외계층의 정치진출을 확대하여 지역 대표성과 더불어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와 이해를 반영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각 정당에서 여성의원이 5.9%에 불과한 한국 정치의 비정상성과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광역선거구제라는 새로운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의원정수를 299석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던 기본 취지가 진심이라면, 이제라도 의원정수를 299석으로 확대하고 확대되는 증가분만큼 비례대표를 늘려 여성할당 50%를 실시해야 한다. 국민들도 지역구만 늘리는 형태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여성, 소외계층, 소수정당 등의 진출을 위해 비례대표직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의원정수를 증가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4. 만일 이를 무시하고 지역구 확대·비례대표 축소를 강행한다면 국민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산산이 깨뜨리는 것이며, 정치권이 정치개혁을 열망해온 전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제 몫만 챙긴 최악의 정치개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 기회이다. 온갖 미사여구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결과적으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지역구만 늘린다면 정치개혁연대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관계법 개악을 주도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17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냉혹한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다.

2004. 2. 19
정치개혁연대 / 총선여성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