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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5일 오후 한국여성개발원 국제회의장에서 17대 총선에 대한 여성운동대응활동에 대한 평가토론회를 가졌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 ||
여성연합이 진행한 다양하고 폭넓은 총선대응활동 과정과 총선의 결과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제기와 비판에 대하여 보다 폭넓은 토론과 의사소통을 위하여 여성연합은 5월 25일 화요일 한국여성개발원에서 17대 총선과정 대응활동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의 장을 마련하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성연합의 남윤인순 공동대표가 발제를 하였으며, 참여연대의 김기식 사무처장, 여성개발원 김원홍 연구위원, 중앙일보 문경란 차장, 상지대 정대화 교수,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가 토론으로 참여 하여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여성연합이 ‘여성정치참여 확대’과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한 것은 1995년 지방의회 선거를 앞둔 1994년부터 이며, 이 과정에서 여성연합 및 회원단체의 지원으로 여성의원들이 당선되었고, 이들의 지역 과제 수행은 바람직한 지방의회 참여모델이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통해 여성연합은 2000년 총선을 맞게 되었고,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의 정치체계가 충분히 민주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여성운동은 참가의 정치가 아니라 영향의 정치에 방점을 둔다’는 방침 아래 총선연대 등을 통하여 선거감시운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2004년 총선에 대비하여 여성연합은 2003년 정책기획위에서 ‘총선방침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책토의 및 내부 토론 시작되었으며 2003년 9월 임시 대표자 회의를 통해 17대 총선에 대한 대응 방침이 ① ‘영향의 정치’라는 기본 전제 하에서 이를 실현해 나가는 단기적 전술로서 ‘참가의 정치‘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방향 규정 하에서 ② ’공동대표가 임기 중 정치진출 불가‘ 규정을 개정하고 여성의 정치참여 활대를 위한 제도 개선운동과 여성후보 추천 및 지지운동을 연대 방식으로 추진하였다. 제도개선은 총선여성연대와 정치개혁연대를 통해 추진하고, 여성후보 추천 및 지지운동은 맑은넷을 통하여 추진하였다. 또한 여성정책 공약 요구 및 여성유권자 운동은 여성연합과 총선여성연대를 통해 추진하였다.
위와 같이 여성연합의 17대 총선 대응활동에 대한 경과를 보고한 남윤인순 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총선을 통해 여성의원의 비약적 증가와 정치구조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 마련, 지역구도의 약화, 부패·무능 정치인 교체 등 많은 개혁적 과제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맑은넷을 통한 여성정치네트워크 구성은 여성을 배제해온 남성정치집단에 대항하여 ‘여성은 정치능력이 없다’, ‘여성은 전문성이 약하다’는 일상적인 남성들의 반론을 불식시고 정치적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운동의 입장을 관철하는 큰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의원의 비율이 상승했다 하더라도 정책결정권한 척도 향상, 성평등 의제의 주류화, 가부장적 정치의 재구조화는 여성당선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으며, 맑은넷을 통한 여성리스트 활동은 ‘참여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과도적 행동으로서 질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토론에 나선 김원홍 여성개발원 연구부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여성의원 비율이 증가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며, 제도적 개선을 통해 돈쓰는 선거가 개선되었다는 것은 여성 후보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여성비율이 13%인 반면에 지자체 선거에서 여성의원은 비율은 역전하고 있어 여성정치인이 자생적으로 배출될 토양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영향의 정치에서 참여정치로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원칙이나 과정은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연합 전 대표가 17대 총선과정에서 갑자기 사퇴하는 등 목적을 위해서 원칙이나 과정이 훼손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정치참여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할 사람과 조직, 그리고 정치에 진출하는 사람과 조직이 구분되어 존재해야 하고 이를 위한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운동의 영역과 참여 영역은 조기에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며, 앞으로 이러한 구분을 위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는 여성연합의 대응방침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관점을 발표하였다. 국회 내 여성의원수를 늘리기 위해 선택한 여성할당제는 많은 성평등 전략 중에서도 매우 협소한 전략 중에 하나인데, 맑은넷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여성의원 수만을 늘리려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실질적인 여성지위 향상이 아닌, 여성의원 수 증가는 여성지위 향상이라는 환상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여성후보 추천이라는 전략이 여성연합의 '권력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였다.
여성의원 증가라는 전략은 이제까지의 여성관련 법제정이 여성의원 수에 근거한 것이 아닌 여성운동진영에서 주도되었다는 점을 볼 때 의원 비율이나 수의 증가가 아니라 여성운동이 여성주류화를 이룩할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운동단체장이 정계진출을 한 경우, 여성운동이 비판 기능과 권력 감시 기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며, 운동의 순수성마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여성단체장의 정계진출에 금지를 참여로 바꾼 여성연합의 결정에 대해서도 이를 결정한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잠재적으로 정계진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인데, 이들이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이러한 사안은 총회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맑은넷 후보 구성에서 보수와 진보적 성향의 후보들이 혼재되어 잇는 것은 진보여성운동을 지향하는 여성연합의 활동으로 적절하지 못했다는 조순경 교수의 지적에 대하여 정현백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여성정치세력화에 대해 단계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은 각 지역의 단체장의 추천과 집단 토론을 통해 가능한 심사과정에 신중을 기하였으며, 안정을 추구하였다. 또한 17대 총선에서 여성참여가 양적인 증가로 나타났다면 다음단계에서는 질적인 후보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맑은넷의 여성후보자 추천 운동의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이 시기의 과도적 운동방식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 보며, 위에서 언급된 대로 정치 세력화를 위한 제도 개선은 단체가 진행하지만 참여를 위한 조직과 인력은 분리된 주체가 진행하여할 것을 주장하였다. 2006년 지방자치제 선거는 풀뿌리 정치개혁을 위해 지역에서는 힘들지만 이러한 분리의 시도가 매우 중요할 것이고 하였다.
또한 여성연합이 지속적으로 상층부 운동에 집중하면서 권력화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남윤인순 대표는 “권력과 권력화는 다르며, 시민·민중권력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지속적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이 발전적 방향이라고 본다. 특히 여성 권력은 많은 동의를 끌어내어 여성의 힘을 세력화하여 다른 권력에 대하여 대척점으로 견제 기능해 왔다”고 주장한다. “‘권력화’는 권력의 오용과 남용 이라는 내용을 뜻하며 따라서 여성연합에 대해 '권력화'를 이야기 하려면 이에 대한 실체가 있어야 논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시장권력, 자본권력으로 대척점으로 여성권력이 갖는 의미를 부정한 채 그 자체를 ‘권력화’로 규정할 경우, 여성연합의 주요활동이었던 인권활동과, 성매매, 호주제폐지운동 등과 같은 운동의 평가는 간과한채 , ‘권력화’로만 여성연합의 활동을 규정함으로써 전국의 회원단체들과 그 속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헌신성과 운동에 대한 의지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라고 하며, ‘권력화’로 규정될 실체를 가지고 논의함으로써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하였다.
이 토론회는 여성연합이 17대 총선과정에서 보여준 정치대응방침과 활동들에 대한 각계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이에 대한 대안을 토론하는 장이었다. 정치제도의 개혁과 여성의 정치세력화 기반 마련, 정치부패의 청산 등은 성과로 남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의 정치진출 증가가 반드시 진보적 여성운동의 세력화로 나타날 수 있는가는 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여성운동의 권력 감시활동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였다. 또한 여성연합이 여러 비판과 질타 속에서도 이를 공론화된 장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이 토론회가 그러한 첫 자리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