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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0일 미아리 화재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과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가 진상규명과 성매매근절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이 그대로 보였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난 3월 27일 일요일에 발생한 미아리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고대 병원 장례식장에 합동 분향소를 마련하고 화재 참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월 30일 오전 합동분향소에서 개최된 이날 기자회견은 화재참사 유가족 일동과 다시함께센터,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자립지지공동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희생자 지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 미아리성매매집결지화재참사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고 알선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방안 마련, 경찰의 경솔한 사건 발표로 인해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성매매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였다.

이번 화재 참사는 성매매방지법의 제정계기가 되기도 한 2000년, 2002년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 참사에 이어 세번째이다. 그러나 앞 서의 사건과는 달리 알선업주의 처벌과 성매매피해자 방지를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는 성매매방지법이 2004년 3월에 제정,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직도 성매매단속과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긴급구조요청을 받은 경찰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피해사실을 밝혀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매매 알선 등을 한 업주 처벌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업주의 관리·감독 하에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형식적인 조사만을 마치고 업주 등에 대해 불구속 수사키로 하고 여성들을 귀가조치 하였다.

또한 귀가조치 후에는 다음날 아침까지 성매매 영업을 지속했으며, 긴급 구조 당사자가 정신지체장애 3급으로서 인신매매가 명백한 사건이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찰의 성매매 업소 단속과 조사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피해자 유가족들은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 경찰들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섣불리 희생자들의 탓으로만 몰아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그들의 억울함이 밝혀지기도 전에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점에서 경찰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표시하였다.

유가족들 입장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희생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상에 촉구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이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신들을 모아 유족들이 여기에 있는데, "포주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분향소에 찾아가는 이들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이렇게 합동 분향소를 설치한 것은 유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을 한데 모아서 사회적으로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와 주의 환기를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이번 화재 참사로 희생된 집결지참사피해 현장 보도를 요청했으나,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 건물 외부에서 보면 창문이지만 내부에서 보면 밖이 보이는 창문은 우측의 쇠창살이 박힌 이중창 하나뿐이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 화재건물 4층에서는 합판이 아니라, 철재로 된 창문 막이가 휘어져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 건물 중 어느 한 곳도 두터운 합판이나 철재 창문 막이가 없는 곳은 없었다. 좌측의 사진의 창문에 벌어져 있는 합판을 보면 그 두께를 알 수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 지하에 위치한 가장 구석진 방에는 단속에 대비해 임시로 숨기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쪽방이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족들과 미아리성매매집결지화재참사공동대책위원회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매캐한 매연과 화염에 삼켜진 미로와 같은 화재참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탄식과 눈물을 흘렸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경찰에서는 감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대낮에도 이렇게 창문이 다 막혀서 칠흑같이 어두운 데다 화재가 나서 전기불도 없는 공간에서 도대체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였다.

또한 내부 공간은 모두 두꺼운 합판과 철판으로 둘러쳐져 있었으며, 손님을 받는 지하, 1층, 2층은 쉽게 출입이 가능하지만 3~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열쇠가 서너개씩 달린 철문이 세개나 있어 "감금" 의혹을 자아냈다. 또한 지하의 구석에서는 성매매단속을 피해 숨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낮은 쪽문이 달린 방도 발견되었다.

▲ 서울 시청을 찾은 유가족과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유가족들의 눈 앞에서 시청정문을 닫고 셔터를 내려버린 처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유가족들은 서울 시청을 찾아 사고처리 과정에서 경찰, 소방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건재발방지 등을 요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서울 시청에 도착한 유가족과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갑자기 시청 정문이 닫히고 셔터가 내려지는 것을 목격했다. 전날 종암경찰서 방문 때도 입구를 지키는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홀대를 받았던 유가족들은 "피해 현장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이렇게 우리를 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이런 실랑이는 2시간 30분 이상 지속됐다. 중간에 서울시 관련부서 책임자가 현장에 나왔지만 유족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30분 이상의 실랑이를 벌인 뒤 결국 면담장소로 가 있겠다며 혼자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서울시 태도가 완강하자 유족들과 단체 회원들은 "서울시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 철수하자"며 "대신 서울시 관계자가 장례식장으로 와서 사과 및 재발방지책, 향후 대책 등을 전해야 한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결국 오후 3시가 돼서야 이들은 시청 앞을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