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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임신·출산·양육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아니라 심각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등장한 지 10여년. 2001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1.0에 근접한 이후 세계적인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추진해 왔고, 2011년부터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제2차 기본계획’이 조만간 확정될 계획이다.

 출산율이 10년 째 제자리인 이유는 미래가 불안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기 때문이다. 취직이 어려우니까, 일자리가 해결되어도 경력단절, 자녀양육 등이 부담되어 출산을 꺼리게 된다. 출산율이 1.5 이상인 나라의 경우 성평등 지수가 높은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도 경력단절이나 고용차별이 없고, 국가가 자녀양육을 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를 믿고 아이를 낳는 것이다. 그러한 나라의 정부는 일과 가족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여성 고용정책과 육아지원정책, 남성의 가정 내 돌봄노동 참여와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2차 기본계획(안)에는 이러한 성평등 관점과 가치가 빠져 있다. 게다가 육아를 시장에 맡기는 정책을 확대하고, 양육수당을 확대해서 여성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한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고, 성평등 정책과도 배치된다. 또한 보육정책뿐만 아니라 교육·주택·일자리 등 일-가족 양립을 위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하겠다고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속이 없다.

 우선 보육정책의 경우 보육료 지원대상 확대를 내세우지만 이는 1차 계획의 연도별 시행계획에 따른 것이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1차 계획에서 수립한 국공립보육시설 이용아동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사라졌다. 게다가 보육료 상한선 제도를 통해 그동안 보육료 인상을 규제해 왔는데, 이를 전면 허용하는 ‘자율형 어린이집’ 시범사업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자율형 어린이집’이 제도화되면 교육에 이어 보육에서도 계층간 위화감은 심화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일-가족 양립지원정책이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유연근무시간제 확대는 기본적으로 가족 내 돌봄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을 당연시 하고, 여성에게 적합한 업무를 만든다는 이유로 남녀간 성별직군분리나 고용격차를 유지하거나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그리고 육아휴직급여를 정액 50만원에서 정률로 변경해 50만~100만원까지 확대한다고 하지만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급여 수준 확대도 필요하지만 적용대상 확대가 더 시급한 문제인데 이런 과제는 언급조차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육아휴직을 적용하려면 보험료를 면제해서 고용보험 가입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의 일-가족생활 양립만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남성의 아동양육에 대한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은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 3일’뿐이고, 육아휴직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 과제는 전혀 없다.

 여성·가족·결혼·출산·양육 문제는 상호 연관되어 있다. 남녀 모두가 일과 가족이 양립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 사회적 양육 확대, 성평등이 보장되어야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토대가 빈약하다면, 목적하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글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