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권

▲ 608차 수요시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현백 상임대표  ⓒ 한국여성단체연합
2004년 5월 19일 전세계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 포로 학대로 분노하고 있는 이 때,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전쟁범죄의 규명과 처벌, 그리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반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608차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하였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여성단체들이 참여한 이날 수요시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의 처벌과 전쟁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경험이 있는 한 독일인이 자유 발언을 통해 "인류 역사상 유래없이 잔혹한 성범죄인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사실 규명에 미온적인 일본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철저한 전쟁범죄의 규명과 전범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시위에 참여한 한 일본인은 일본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수요시위와 같은 정기 시위가 일본 참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아이를 데리고 참여한 한 여성운동가는 발언을 통해 "작년에 나눔의 집에 견학을 간 적이 있는데, 지하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괴로움을 겪었던 '위안소'를 보게 되었고, 그것을 보는 아이가 "이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이에요?"라고 물었을 때 매우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같이 시위에 참여한 아이와 함께 "할머니들 건강하세요!!!"를 외치며 발언을 마쳤다.

일본의 공식적 사과와 전범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할머니들은 점차 연로해시지고, 한분 한분 세상을 떠나고 있다. 과거가 없이는 미래도 없다. 미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로 전쟁범죄가 국제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전쟁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지금,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규명하고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이 지구상의 모든 전쟁범죄를 몰아내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이 날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발표된 성명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성명서
일본은 피해자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실시하라!
1992년 1월 8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한 정기 수요시위가 오늘로 608차를 맞이했다. 12년, 무려 600이라는 숫자를 넘기는 긴 세월동안 우리는 일본정부에 의해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며 계획적으로 자행된 일본군‘위안부’라는 전쟁범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사죄, 배상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싸워왔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범죄행위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국제기구의 권고에 따라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국가적 차원의 배상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현재까지도 범죄사실을 부정한 채 오히려 기만적인 태도로 피해자들과 피해국을 무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주변국의 반발에도 여전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하고 있고 심지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사를 영웅시하는 몰역사적인 망언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들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일본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일본정부는 전쟁범죄 시인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고이즈미는 신사 참배 즉각 중단하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최연소 생존자는 75세이다. 대부분 80을 넘은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과 전쟁 반대를 외치며 오늘까지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거청산은 미뤄둔 채 또 다른 전쟁에 우리 군대를 파병함으로써 스스로 전쟁범죄의 공범이 되려 하고 있다. “미군들이 옛날에 내가 일본군들한테 당한 것처럼 그러더라고. 밤새 벌벌 떨려서 잠을 못잤어. 왜 그런 짓을 해. 그런 끔찍한 곳에 한국 젊은이들을 보내면 안 돼.” 치떨리는 기억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우리는 한국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정부는 더 이상 안일한 태도로 과거 청산을 미루지 말라. 전쟁범죄에 가담하는 파병결정 철회하라!

과거가 없이는 미래도 없다. 미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로 전쟁범죄가 국제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전쟁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지금,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규명하고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이 지구상의 모든 전쟁범죄를 몰아내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지구상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유린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일본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일본정부는 아시아 지역에 저지른 모든 전쟁범죄의 피해자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실시하라!

2004. 5. 19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608차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사)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