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권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7월 21일 오전 서울 YMCA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근혜 패러디'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후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인터넷에 걸쳐 진행되던 공방이 여성단체의 입장표명의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를 통해 여성연합은 이제까지 성명서를 내거나 견해를 밝히지 않은 것은 단체 내부에서 정치 패러디 문화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와 '여성인권 침해', '정치패러디 형식에서의 성적 비하 문화에 대한 사안의 중대성 인식에 있어 각기 이견이 있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가 매우 다양하고 길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패러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등 패러디 사안에 대하여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박근혜 패러디'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온 점, 여성의 인권침해나 성희롱의 사안과는 별개로 입장을 내지않은 여성단체에 대한 비난이나 폄훼 등 공격을 유도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 등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정치 패러디가 정쟁을 일삼고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표출하는 효과적인 표현으로 인터넷 문화 속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폭력적이고 인권침해적 요소가 빈발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여성단체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인정하지만 인권·여성·환경·평화 등의 사회적 지향 가치들이 함께 존중되는 대안적 패러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번 사안에 대해 여성연합은 야당대표의 인격을 침해하는 패러디를 장시간 게시판에 방치한 청와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과 전 직원과 수석 및 비서관에 대한 성평등 및 성인지 교육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간담회 이후에 이러한 입장을 담고 있는 의견서를 청와대와 여성부, 국회 여성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하였다.

아래는 이날 여성연합이 발표한 ['박근혜 패러디' 논란에 대한 우리의 견해]자료의 전문이다.

‘박근혜 패러디’ 논란에 대한 우리의 견해


지난 13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특정 언론과 한나라당의 공조 행태를 나타낸 패러디를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가 열린마당 초기화면에 게재한 사건 이후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인터넷에 걸쳐 진행되던 공방이 소위 ‘박근혜 패러디’에 대한 여성단체의 입장표명 여부를 둘러싼 것으로 비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밝힌다.

1. 우리 내부에서 정치 패러디 문화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와 ‘여성인권 침해’를 둘러싼 관점이 상충하면서 논란이 있었다.

우리는 소위 ‘박근혜 패러디’는 이미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혐오가 팽배한 상태에서 일반 시민들에 의한 자유로운 정치 패러디가 보편화되었고, 새로운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네티즌들에 의해 표출되어온 일련의 정치패러디 중의 하나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그동안의 정치 패러디 문화 중에 일부가 여성에 대한 성희롱 또는 여성비하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음에 대한 문제인식 역시 갖고 있었다.

이번 ‘박근혜 패러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성 활동가들은 정치패러디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 성희롱과 여성비하적인 패러디라는 의견, 나아가 이번 패러디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패러디라 하더라도 이번 사건만을 별건으로 대응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가의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패러디에 익숙한 활동가들과 그렇지 않은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드러났고, 따라서 기존의 성희롱 및 여성인권 침해 사안과는 달리 회원단체와 입장을 정하기 위해 시간을 요하는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2. 정치권과 언론이 정략적으로 성희롱 등의 여성인권 침해 사건을 이용하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번 ‘박근혜 패러디’ 사건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정치패러디이며, 이 사안의 가장 중대하고도 일차적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과 함께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전 직원과 수석 및 비서관 등에 대한 성 평등 및 성인지 교육 계획을 즉각 수립하고 여성부가 이를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은 그동안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편으로는 패러디를 적극 이용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등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함으로써 당사자인 여성 정치인뿐만 아니라 여성일반 모두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정치패러디의 부정적 영향력에 대한 진지한 대안모색에서라기 보다는 자신들이 필요한 경우에만 여성인권을 언급하는 정치권의 태도에서 우리는 여성의 인권이 그 자체로 존중되기 보다는 당리당략의 도구로 거론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한 ‘박근혜 패러디’ 사건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이 정쟁을 부추기고, 여성단체에 대한 폄하와 공격을 유도하는 보도 행태는, 오늘날과 같은 다원화된 사회현상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신중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음해이자,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질곡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대안적 패러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인터넷을 통해 지난 몇 년 사이 급속히 퍼져온 패러디는 이제는 대중적 문화현상이자, 국민들의 정서적 배출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현재 공방이 되고 있는 소위 ‘박근혜 패러디’ 역시, 권력층 특히 정치가에 대한 풍자가 만연하는 최근의 경향 속에서 발생한 것이며, 그만큼 정쟁을 일삼고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패러디는 그 자체로 순 기능과 상반되는 역 기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패러디 문화의 확산 이후 우리사회는,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패러디의 묘사에 드러나는 폭력적이고 인권 침해적 요소가 빈발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번 논란이 인터넷 패러디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인권·여성·환경·평화 등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들이 함께 존중되는 대안적 패러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각 분야에 걸쳐 해결해 나가야할 차별과 폭력이 남아있다. 모든 사람의 인권이 지켜지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 모두가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을 더 이상 정쟁으로 확대 재생산하여 국민에게 거듭된 실망과 분노를 확산시키지 말고 산적한 민생현안과 여성문제 해결, 사회 통합을 위해 앞장서길 바란다.

2004. 7. 20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