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시작되어 매주 수요일 열리고 있는 수요시위가 어느덧 600회를 맞이했다.
때아닌 진눈깨비에도 불구하고 일본대사관 앞은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주부 풍물패의 공연을 시작으로 정대협 윤미향 사무총장의 주도하에 진행된 이번 수요시위에는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각 단체 대표와 시민 그리고 학생대표의 발언, 대학생 율동패의 공연, 일본인으로 구성된 오키나와 평화회 회원들의 노래공연, 참가자 전원이 함께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와 참여가 이루어졌다.
그동안 끊임없이 일본정부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사죄 배상을 요구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600차 수요시위를 맞아 600인 서명에 동참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걸개를 만들어 시위장 주위에 걸고 전범의 이름이 적힌 깡통을 참가자 전원에게 나누어 주어 모두가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번 수요시위에 각별한 의지를 담은 듯 했다.
이날 학생대표로 발언에 나선 한 남학생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자신이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것 등을 얘기하던 도중 위안부 할머니를 만났던 일을 회상하다 결국에는 목이메어 참가자 모두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도 했다.
총여학생회 대표로 참석한 여학생들은 학우들의 정성스런 편지로 한잎한잎 붙여 만든 나무를 위안부 할머니들께 선물하고 멀리 일본에서 온 오키나와 평화회 회원들은 정성들여 준비한 노래공연으로 시위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각 여성단체 회원들, 시민들, 학생들, 종교인들, 그리고 일본인들까지 참가자 모두는 할머니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전쟁범죄 인정, 전범자 처벌'이 앞뒤로 적힌 빨간 카드를 높이 들어 일본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사죄 배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우리의 뜻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한 후 일본대사관측에 전달했다. 이 날의 시위는 정대협에서 준비한 전범의 얼굴이 그려진 깡통을 참가자들의 손으로 부수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끝이났다.
이날 수요시위를 통해 발표된 600차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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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600차 수요시위 성명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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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기 있게 전쟁반대 ! 멈추지 않는 평화 울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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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배상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군국주의 부활을 중단하라!
한국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정책을 수립하라!
국제사회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정의회복을 위해 기여하라!
끝없는 외침이었다. 끈기와 투지로 이겨 온 행진이었다. 지난 12년 동안 우리는 이 행진을 결코 멈출 수도! 잊을 수도! 없었다. 우리의 것만이 아니었다. 전세계에서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였고, 아시아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함께 하였다. 우리의 이 외침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폭력과 힘으로 지배되는 세계를 거부하고 평화와 인권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1992년 1월 8일 시작하여 오늘로서 600차를 맞이한 수요시위는 일본, 대만, 미국, 벨기에, 스페인, 독일 등지와 한국의 서울과 전국의 대학들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정의를 향해 달음질쳐왔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그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해 끈기 있게 싸워온 우리의 승리라고 확신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결국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앞에 무릎 꿇게 될 것이다. 역사왜곡과 망언으로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는 드디어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우리들 앞에 굴복할 것이다. 아직도 전쟁을 꿈꾸며 전쟁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들, 그들은 평화의 외침 앞에 마침내 전쟁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세계 시민의 의지를 모아 다시 한번 우리의 외침을 전하고자 한다.
1. 일본정부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권고대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이행하라!
지난 600회 수요시위 기간동안 우리는 일본정부에게 1. 범죄인정 2. 진상규명 3. 공식사죄 4. 법적 배상 5. 책임자 처벌 6. 역사교과서 기록 7.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느 것 하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세계에 전례없는 범죄를 저지른 일본이 세계에 전례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일본정부는 하루속히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라!
2. 한국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주적 외교정책을 수립하라!
80세 고령의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이 오늘 600차 수요시위를 맞이하기까지 한국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유엔으로 ILO로 다니며 일본정부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국제여론을 모을 때 한국정부는 어떤 외교활동을 하였는가? 일본정부를 대상으로 사죄와 배상청구, 책임자처벌 소송을 제기하고, 일본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할 때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였는가? 더 이상 고령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길거리에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국정부는 시급히, 적극적으로 외교정책을 수립하라!
3. 국제사회는 국제기구의 권고를 거부하고 있는 일본정부에게 다시 한번 강력히 권고하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의회복을 위해 기여하라.
92년부터 유엔과 ILO, 국제민간단체들은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배상을 권고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뻔뻔하게도 정의회복과 평화실현을 염원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자국의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군국주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국제사회는 일본정부에게 국제기구의 권고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련 정부에게 행정적, 법적 조치를 촉구하라.
4. 우리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운동 속에서 끈기있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실현시킬 것이다.
지난 600차라는 긴 세월동안 우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수요정기시위를 해 왔던 것은 다시는 이와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지구상에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지구상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일본군성노예 범죄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끈기있게 투쟁할 것이다.
2004년 3월 17일. 일본군‘위안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600차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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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그동안 599차에 이르기까지 한번도 성명서를 전달받지 않던 일본대사관측에서도 이번만큼은 직접 성명서를 전달받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