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의전화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해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한 당한 사건이 이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성폭력 역고소 대구특위는 9월16일 정오 대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장에는 본회를 비롯하여 지부 활동가, 회원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성폭력 역고소 대구특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개요와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서를 낭독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피켓을 노랑색과 빨강색으로 통일했는데 이는 성폭력 가해자의 명예훼손 역고소에 대한 부당성 제기와 경고의 의미를 둔 것이었다.
의견서를 낭독 후 성폭력 역고소 대구 특위는 의견서를 대법원 민원실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구 명예훼손 역고소 사건 경과
<성폭력 사건발생>
2000.5.12 K교수에 의한 조교 성폭력 사건 발생
2000.7 L교수에 의한 제자 성폭력 사건 발생
<성폭력 사건에 대응>
2000.5.27 K교수의 피해자와 면접상담
2000.7.31 L교수의 피해자와 피해자 대리인 상담함
2000.8.3 ‘경북대 L교수에 의한 제자 성추행 사건 대책위’ 구성하여 공동대응
2000.8.28 L교수의 성폭력 사실 대구여성의전화 홈페이지에 공개(실명포함)
2000.8 L교수의 성폭력 사실 대구여성의전화 소식지에 공개(실명포함)
▶이 건 게재 이전에 이미 교내 대자보 및 언론을 통해 신분과 실명을 적시한 L교수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널리 알려져 있었음
2000.10.13, 2000.11.7 K교수의 성폭력 사실 대구여성의전화 홈페이지에 공개(실명포함)
▶대구여성의전화는 먼저 피해자들을 면담하여 사실을 듣고, 관련 주변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정황을 확인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주장이 진실함을 확인한 후 이에 기초하여 각종 활동을 전개하였던 바,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식지에의 게재도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임.
<가해교수 구속기소>
2000.6.23 K교수 구속기소
2000.9.27 L교수 구속기소
<가해교수 판결선고>
2000.10.24 L교수 피해자와의 합의로 고소 취소되어 대구지방법원에서 공소기각판결
▶2001.2.14 L교수 그의 재직학교에서 해임됨
2000.11.7 K교수 징역2년 선고 받음. 항소함
2001.3.13 K교수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받고 상고하였으나 기각됨
<명예훼손 역고소>
2001.8.24 K교수, L교수에 의해 대구여성의전화 공동대표 2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됨
▶2000.6.30 K교수가 피해자인 조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
2003.8 L교수가 피해자의 대리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대구여성의전화 판결>
2002.1.24 대구여성의전화 공동대표 2인 명예훼손죄로 각각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고지
2002.10.17 대구여성의전화 공동대표 2인 각각 200만원의 벌금형 선고. 항소함
2003.4.11 항소심법원은 피고인에게 각각 100만원의 벌금형 선고함. 상고함
<명예훼손 역고소에 대응>
2001.9-12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및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탄원서 제출
2002.10 대구지역 성폭력 역고소 대책위 구성, 활동
2002.11-2003.3 성폭력가해자 역고소 반대 1만인 서명운동
2002.11.29 성폭력 가해자 역고소 관련 토론회 개최
2003.6 성폭력 역고소 공대위 대구특별위원회 구성, 활동
2003.8.29 성폭력가해자에의한 대구 명예훼손재판 분석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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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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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교수)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대구여성의전화의 무죄판결을 촉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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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법원 판사님께
최근 성폭력 가해자들이 성폭력 피해자나 이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를 상대로 역고소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두 대학의 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하였고 성폭력의 증거가 확실함에도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이었고 대구여성의전화가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서 대학 내의 성폭력을 예방하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에 대한 경고를 하기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사건 경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유죄 판결과 합의를 했지만 학교에서는 해임되는 등 모두 성폭력 사실이 확인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고소인들은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서 고소를 하였습니다. 경찰서에서는 이건에 대해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를 했으나 검찰은 이를 무시한 채 기소하였고 결국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를 보면서 여성단체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에서는 참으로 참담함을 느낍니다. 이에 2003년 8월 29일 이 사건의 재판과정을 분석하는 토론회를 가졌고 내용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1. 성폭력 생존자(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권리가 피해자의 권리보다 훨씬 비중있게 보장되는 법체계에서 생존자(피해자)들의 “이제는 말하자!”의 용기는 좌절과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성폭력 피해의 특성과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배제한 채 "합리성"으로 무장한 법논리로만 주장되고 있음을 상담현장 활동가들은 경험을 통해 가슴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역고소를 당하는 현실에서, 자칫하면 여성단체가 매우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피해자 지원을 하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피해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가족들에게 말조차 하지 못한 채, ‘내가 고소를 하면 가해자는 당연히 벌을 받게 되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멀고 먼 형사소송의 길에 들어섭니다.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사실과 가해자의 유죄를 입증해내야 할 경찰과 검찰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시각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오히려 생존자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음은 많은 상담통계와 조사연구들에서 이미 지적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형사소송 절차에서 생존자는 소송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가해자 측에서 어떤 논리와 증거로 자신을 반박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수사자료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막막한 상황에서 생존자들은 성폭력상담소와 같은 여성단체를 찾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들과 상담을 하면서 절박한 생존자의 입장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조교를 또는 제자를 성폭행한 가해자는 교수(공인) 입니다.
공인이라 함은 공무원이나 정치인, 연예인 등을 포함하는 공적인 인물을 말합니다. 이러한 공인은 사인보다 언론에의 접근권이 용이하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공인의 경우에는 사생활의 자유가 확고하게 보장되는 일반 사인과는 달리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를 성추행한 L교수의 경우, 그는 국공립대학인 경북대학교의 교수인바, 그 신분 자체로서는 공인이며 제자를 성추행한 사실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조교를 강간한 K교수 역시 경일대학이 사립대학이기는 하지만 그가 사회적으로 수행하는 업무가 공익을 실현할 사람을 키워내는 교수라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미 공적영역에 들어와있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그가 저지른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공적 관심사가 되는 대학교수의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공론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인으로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성폭력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경우 본인이 스스로 그 명예를 훼손하였음이 맞습니다.
3. 대구여성의전화가 성폭력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공익을 위한 활동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이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가해자를 비방하거나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부인하고 왜곡하는 성폭력 가해 행위를 명백하게 밝히고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권을 회복하고, 사건이 은폐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제2, 제3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함입니다.
성폭력 범죄의 반복성,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차원에서 볼 때 일반 범죄와 달리 성폭력 범죄에 있어 가해자의 실명 공개는 그 필요성이 보다 큽니다. 특히 이 사건은 성폭력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교수와 조교 또는 교수와 제자라는, 권력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실명공개는 공익의 활동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중요성과 우리의 입장
공공의 이익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먼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 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거나 또는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서 과장되어 있더라도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판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2. 1. 22.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도3191 판결, 1989. 11. 14. 선고 89도1744 판결 등 참조)
이에 우리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은 대법원이 성폭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이러한 공적인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피해자의 명예보다 가해자의 명예가 존중되는 부당한 판결이 아닌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대구여성의전화 유죄판결은 앞으로의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는 여성단체의 활동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며, 이와 더불어 용기를 내어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려내는 피해자들의 의지를 실추시키게 되고 또한 가해자의 역고소 사건의 증가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위해 성폭력역고소공대위 대구특위는 이 의견서를 대법원에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9월1일부터 판결이 있기 전까지 대법원 앞에서 일인시위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본인의 성범죄 사실로 스스로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함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지원한 단체를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여 여성인권단체들을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부당하게 괴롭히는 부당 제소 행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법원의 판결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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