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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8일 대법원에서는 출가 여성의 종중 재산 분할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는 대법원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공개변론으로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합의체로 진행됐다.

용인 이(李)씨 사맹공파 여성 5명이 종회를 상대로 "출가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하게 종중 재산을 분배하라"며 낸 소송이며, 이것의 쟁점은 출가한 여성에게 종원(宗員) 자격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 된다.

용인 이씨 33세손 출가자들인 원고들은 종중이 99년 3월 임야를 건설업체에 매각해 생긴 현금 350억원을 남녀 차별을 두어 분배하고 여성들에게는 '분배'가 아닌 '증여' 형식으로 지급하자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여성에게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이 소송 사건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남성중심의 부계혈통 전통에 근거한 성차별적인 가족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호주제도와 함께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하고 여성연합의 입장을 담아 건의문을 발표하였다.

아래는 건의문 전문이다.

[여성연합 건의문]
용인 이씨 사맹공파 출가여성회의 종중원 획득에 관한 한국여성단체연합 건의
1.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결정한 것은 이 사건을 판단하는 가치기준을 기존 관습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여 매우 바람직하다고 보입니다. 특히 여성계에서는 그동안 대법원이 여성관련 사건 판결에서 매우 보수적이고 전근대적인 입장을 취해 온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차에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변신을 가름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2. 부계혈통 전통에서 내려오는 ‘종중’은 장차 사라져야 할 가족제도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과도기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동일한 성과 본을 가진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해서 종중이 구성되고 봉제사나 묘소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종중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재산분배 시 종중원의 자격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대법원 판례에서는 ‘20세 이상의 성인남성’으로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어 여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맹공파 출가여성회의 경우 봉제사에 참여해서 여성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출가외인’이라는 이유로 재산분배 시 성과 본이 다른 며느리들보다 차등해서 분배한 것입니다. 이러한 용인이씨 사맹공파 종중원의 성차별적이고 시대역행적인 행태를 합리화해주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례는 이번 판결에서 달라져야 합니다.

3. 노무현 정부는 부계혈통 가족제도의 근간인 호주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무회의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장자 승계를 통해 조상을 숭배하는 전통적인 가족제도는 변화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인식입니다. 농경사회의 대가족 제도에서 후기 산업사회의 핵가족제도로 변화하고 있고, 딸만 있는 가족이 220만 가구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남자만을 종중원의 구성원으로 한다는 것은 가족의 변화와 시대의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유물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종중의 자격을 남녀 동일하게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4.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마)항에 따르면 '여하한 개인, 조직 또는 기업에 의한 여성 차별도 철폐되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중원이 동일한 성과 본을 가진 조직이라고 볼 때 국제적인 기준에서도 대법원의 판례는 매우 성차별적이고 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따라서 용인 이씨 사맹공파 출가여성회의 종중원 획득은 국제적인 흐름, 양성평등을 명시한 헌법, 시대정신에 따라 자격이 주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여성은 ‘출가외인’이라는 관습을 바꿔야 합니다.


2003년 12월 17일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