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권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지난 7월 21일 국회에 박종웅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된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에 대해 의견서를 발표하였다.

1. 지난 7월 21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건강가정을 육성하기 위한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추진하도록 하는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이 국회에 의원발의 되었다. 주요골자는 국무총리 산하 중앙건강가정육성위원회 구성(안 제13조), 5년마다 건강가정육성기본계획 수립(안 제15조 내지 제17조), 5년마다 가족실태조사(안 제20조), 건강가정육성업무 전담 부서 설치(안 제36조), 건강가정육성협회 설립(안 제37조) 및 건강가정육성종합센터 운영(안 제38조), 건강가정지도사 운영(안 제40조), 건강가정육성기금 설치(안 제43조) 등이다.

2. 지금까지 가족문제에 있어 가족 안에서 주로 여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가족은 사회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국가의 가족정책은 출산억제 정책, 문제가족에 대한 부분적 지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가족정책은 가족을 통한 가족복지로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탈가족화 즉 가족부양부담의 사회화를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가족관련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가족정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및 대안적이 가족상이 제시되어야 하며, 그 내용에 반드시 성평등 관점이 포함되어야 한다.

3. 7월 21일에 발의된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은 '건강가족'이라는 전형적인 가족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현재의 가족문제를 구성원의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의식과 도덕적인 문제로 접근(안 제1조, 제4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가족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한 가족복지 전달체계에 있어 기존의 전달체계가 아닌 '건강가정육성종합센터'와 '건강가정지도사' 등 새로운 전달체계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전달체계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예산을 낭비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복지 전달체계는 기존의 다양한 전달체계를 활용하고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정을 건강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으로 이분화하고 있는데, '건강한 가정'이 전통적인 가족형태를 의미할 경우 그 외의 가족형태는 비건강한 가정으로 간주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또한 이 법안의 근본취지가 국가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정책 혹은 서비스임을 동의한다면, 국가가 가정을 '육성'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는 배제되어야 한다.

4. 가족관련 법 제정에 있어 각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촉박하게 진행되기보다는 대통령비서실 사회통합기획단 내에 가족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인구·고령화사회대책기획단'에서 조사와 연구,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래는 여성연합이 발표한 의견서 전문이다.
 
의견서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에 대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의견

1. 총괄적인 문제제기

(1)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가족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매우 미흡하다.

1) 우리가족의 현실은 이혼율이 전세계적으로 미국 다음으로 높으며 이혼과정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독거노인, 한부모 가족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게 지금까지의 우리의 가족정책은 가족이나 친족이 우선적으로 가족성원에 대한 양육과 부양의 기능을 책임지는 가족과 친족 책임주의형으로서 잔여주의적 정책을 지향해왔다.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저출산과 노령화, 가족의 기능 약화, 빈곤가족의 증가, 가족가치관의 변화 등은 개별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급변하고 있는 가족형태 및 기능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하는 가족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가족서비스를 위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 강화, 평등한 가족관계 수립, 빈곤가족에 대한 가족서비스 확대 등 통합적인 가족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기본법에 열거된 가족관련 시책이 선언적인 성격에 그치고 있어 가족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2) 현재 우리의 가족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가족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자녀양육 및 가족부양이 더이상 가족 안에서 여성이 일차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은 현재의 가족문제를 구성원의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의식과 도덕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제 1조 목적, 국민의 권리와 의무 강조, 제 4조 국민의 권리와 의무) 가족문제인식을 개인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으로 가정의례를 포함한 문화적 접근(28조)과 상담 및 교육중심의 접근(34조, 35조), 여가문화 , 소비문화, 생활문화, 가정의례를 준수하고 결혼준비교육, 가족윤리교육, 가정생활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을 한다고 해서 현재의 가족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2) 기본법(안)은 가족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가족’이라는 전형적인 가족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정책으로 변화하는 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

‘건강가정’으로 상정되는 ‘전형적’ 가정형태로서의 핵가족은 전체 가구의 57%로 그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건강가정의 육성이라는 접근이 특정가족형태의 유지를 지원하고 그 외의 가족의 욕구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결혼대비 이혼율은 2002년 현재 47.4%로 이러한 결혼해체( 이혼 및 별거)의 증가로 인한 한부모 가정의 증가와 아동부양문제 등의 가족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부모의 자녀에 대한 노후기대 심리 약화, 결혼욕구 약화, 비혈연 공동체가족 등장, 독신가구 증가 등 가족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으며 남성 1인의 생계부양 규범도 부부 2인 부양 규범으로 변화하는 등 가족가치관이 전통적인 가족규범에서 크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가족문제를 가족형태 및 기능의 변화과정에서 노정된 문제로 인식하고 전형적 가족상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형태의 가능성을 수용해야 해당가족의 복지욕구를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3) 가족복지 전달체계는 기존의 다양한 전달체계를 활용하고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달체계 간에 갈등을 야기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기본법은 “건강가정육성종합센터”라는 새로운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하므로(39조) 이에 소요되는 재정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담인력으로 ‘건강가정지도사’라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력이 복지적 성격의 일을 처리하는 인력으로 상정되어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어 기존의 사회복지전달체계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센터의 장을 건강가정지도사로 국한함으로써( 제 43조) 가족문제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를 제한하여 효과적인 문제해결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복지 지원사업을 담당할 인력은 사회복지사, 가정관련 상담전문 인력, 여성관련 상담전문인력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또한 앞으로 시행될 “사회복지사무소”가 운영되게 되면 공공전달체계 부문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가족지원 관련 업무를 분담하여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그리고 기존에 있는 사회복지관 및 가정상담소, 여성상담소, 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 지역사회에 있는 복지서비스 내용과 연계해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족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4) 법안명칭의 타당성 문제이다.

1) 기본법(안)은 가정을 건강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으로 이분화하고 있다. ‘건강한 가정’이 전형적인 전통가족 형태를 의미할 경우 그 외의 가족 형태는 비건강한 가정으로 간주하는 낙인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2) 또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는 일차적으로 가족 안에서 여성이 자녀양육, 가족간호 등을 책임지게 되므로 결국 ‘건강가정’이란 여성이 가족 안에서 가족보호노동을 담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으로 ‘건강가정’의 가치는 가족 내 평등과 배치될 수 있다.
3) ‘건강가정’의 개념이 가족의 신체적 또는 심리적인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이해되기도 한다. 이처럼 ‘건강가정’이 질병이 없는 가정을 의미하면 건강가정을 만들기 위해 의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법안의 명칭과 내용이 불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3) 이 법안의 근본취지가 국가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정책 혹은 서비스임을 동의한다면, 국가가 가정을 ‘육성’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는 배제되어야 한다. 즉 국가는 가정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져서는 안되며 ‘지원’하는 입장이어야 한다는 것이 복지국가의 기본적 합의사항이다. 따라서 이러한 낙인의 위험성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의 정의에 모든 유형의 가족을 포함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으로 이분적으로 분리하지 않아야 하며 또한 ‘육성’이라는 용어도 적당하지 않은 것이다.

2. 가족관련 법제화의 방향 제안

지금까지 가족은 사회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가족문제가 발생하면 가족안에서 주로 여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국가의 가족정책은 출산억제 정책이나 문제 가족에 대한 부분적인 지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가족문제 해결방식의 차이가 가족부양 부담을 가족에게 전담시킬 것인지 혹은 사회가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있다고 볼 때 가족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며 가족을 통한 가족복지가 아닌 탈가족화 즉 가족부양부담의 사회화에 두는 방식이다.
가족관련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가족정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및 대안적인 가족상이 제시되어야 하고 그 내용에 반드시 성평등 관점이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족관련 법 제정을 서둘 것이 아니라 대통령비서실 사회통합기획단 내에 가족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인구?고령화사회대책기획단’에서 조사와 연구,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가족 형태와 가족의 기능 변화에 따라 가족문제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정기적인 가족조사를 포함해 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 가족의 변화를 수용한 상태에서 가족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복지 욕구가 수렴되어야 한다.

(3) 가족의 기능인 출산, 양육, 부양, 가족문화, 정서적인 유대 등을 가족 안에서 여성 중심으로 해결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평등가족 정책과 가족지원 정책이 실질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4) 가족관계를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미디어 정책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5) 가족문제에 대한 예방 및 해결을 위해 상담, 가족복지서비스 정보 제공 및 연계, 교육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하되 기존의 다양한 전달체계를 활용하고 이를 네트워킹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03년 8월 6일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