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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후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이루어진 여성단체 기자회견  ⓒ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매매방지 특별법 시행 첫날인 23일 대법원이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으로 숨진 피해여성들의 유족들이 국가와 포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6천 7백만원의 위자료를, 업주들은 5억 9천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국가와 업주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것은 지난 2000년 9월19일 군산 대명동의 '쉬파리 골목'이라고 불렸던 집창촌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에서 쇠창살이 달린 쪽방에 감금당해 성매매 여성들이 희생된 지 4년만에 얻는 소중한 결실이었다.

이날 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관한 경찰관이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감금 및 윤락강요행위를 제지하고 업주 이씨를 체포, 수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다"며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윤락업소의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윤락 및 감금행위를 방치한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 성매매 현장에서 피해자 구조 및 지원을 10여년 넘게 해온 전문 활동가 새움터 김현선 대표  ⓒ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어 재판부는 "원심이 같은 취지로 판단하면서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로 인해 망인들이 이 사건 업소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게 됨에 따라 망인들 및 그 가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피고에게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면서 "(국가의) 상고이유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상고를 기각하고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1부 김영란(재판장), 이용우(주심), 윤재식·이규홍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모아졌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까지는 대명동에서 희생된 성매매 피해 여성과 유가족, 사건 대책위에 참여했던 많은 여성단체들의 일치된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다.

▲ 2000년 군산 대명동 사건을 맡아 수임료도 없이 변론을 해온 배금자 변호사  ⓒ 한국여성단체연합
사건 발생 이후, 유가족들은 여성단체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째,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청구소송 둘째, 이러한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의 제정 셋째, 한국의 심각한 성매매여성 인권침해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의 세가지 사항를 요구했으며, 요청사항은 이후 새움터, 군산여성의전화, 전북여성단체연합, 한소리 회 등 현장 여성단체들의 활동목표가 되어 실천되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매매방지법 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운동 시작하였으며, 국가의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인권 보호책임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법의 제정을 이끌어냈다.

이날 판결이 확정된 이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여성단체 기자회견을 통해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오늘의 승소는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희생되어간 여성들의 힘이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성매매문제를 그들의 목숨을 바쳐 사회로 알려낸 희생의 결과"라고 울먹였다. 이어서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첫날 대법원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적극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며 "죽음을 통해서나마 성매매 현장의 비참한 실체를 세상에 알려준 피해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군산지역 성매매 현장에서 대명동 사건에서 1차적 지원 및 조사에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정미례 전주 성매매여성인권센터 소장  ⓒ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송대리인으로 하급심에서부터 참여해왔던 배금자 변호사는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60년대 윤락행위방지법이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고 처벌의 대상으로만 봐 왔다"며 "이번 판결은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의 시각으로 본 최초의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여성연합 김금옥 국장은 "이 판결은 성매매범죄를 방조함으로써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대법원 판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국가의 책임와 의무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 성매매방지법은 이 제정 취지와 목적에 맞게 시행되는 데도 이 판결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은 하급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유엔 산하 여성인권 단체는 물론 일본, 필리핀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직접 재판을 방청하는 등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이후 여성단체들을 결속시켜 오늘날 성매매방지법 시행을 앞당겼다는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여성단체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이 최초로 인정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2004년 9월 23일 오후 2시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2000년 발생한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로 인해 사망한 5명 중 3명의 유족 13명이 국가와 군산시, 그리고 포주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6천7백만원의 위자료를, 업주들은 손해배상금 5억9천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확정판결했다. 이로써 2000년 10월 26일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이후 4년여의 기나긴 법정공방은 대법원이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끝이 났다. 대법원이 이제껏 외면하여온 성매매피해여성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미 1심과 2심에서 재판부는 "관할 파출소 일부 경찰관들이 윤락업소 각 방의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윤락녀들이 감금된 채로 윤락을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제지하고 업주들을 체포하는 등의 의무를 게을리 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방치한 점으로 미루어 국가는 업주들과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화재로 숨진 윤락여성들과 유족들에 금전적으로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오늘의 판결은 첫째, 성매매업소에 인신매매되어 감금 및 성매매강요, 착취행위를 당하는 피해여성들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이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구조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하였고, 둘째, 성매매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오히려 업주들과 결탁하여 직무유기를 한다면 이는 국가가 포주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공동불법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였으며, 셋째, 지금까지 단속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유착비리로 인해 국가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던 많은 성매매피해여성들이 국가에 그 책임을 묻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이번 판결은 성매매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끌 뿐만 아니라,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에관한법률’및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매매방지법)의 집행과 정부의 성매매방지 노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오늘의 판결을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열렬히 환영한다.

오늘은 대명동 화재참사를 계기로 여성단체들이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을 결의한 직후 지금까지 끈질기게 추진해 왔던 새로운 법률이 시행되는 날이다. 이런 날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이 이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성매매 범죄에 짓밟혀 그동안 소리 소문 없이 죽어가야 했던 많은 성매매피해여성들의 억울함이 새로운 법을 만들고 새로운 판결을 이끌었다고 믿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는 성매매방지법과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이 철저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만연해 있는 단속공무원들의 유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릴 것을 촉구한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매매방지법이 실효성을 거두고,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줄 것을 사법부에 요청한다.

2004년 9월 23일


한국여성단체연합(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기독여민회,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사회교육원,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새움터, 수원여성회, 안양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울산여성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여민회, 충북여성민우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보육교사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함께하는주부모임, 이주여성인권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광주전남여연 부설 성매매피해여성쉼터 한올지기,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모임,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새움터, 제주여민회 부설 성매매피해여성지원 쉼터 불턱, 자립지지공동체, 전북여연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