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의 오랜 노력 끝에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되었을 때, 아마도 가해자였을 몇몇 사람들은 '범죄가 아닌 것을 범죄로 만들었다', '국가가 남의 가정사까지 개입하려 한다'며 가정폭력의 '폭력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한편 '맞을 짓을 했다'는 통념에 가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던 피해 여성들은 '꼭 있어야 할 법이 이제서야 생겼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상반된 인식 속에서 여성의전화는 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가정폭력처리불만신고센터를 운영하여 가정폭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파출소, 경찰서에 항의하고, 가해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5주년을 맞아 지난 7월 1일 마련한 토론회 또한 피해자에게 절실한 이 법이 현실에서 제기능을 해 왔는지 돌아보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주발제를 맡은 정춘숙 서울여성의전화 부회장은 경찰 초동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문에 따르면 폭력 신고시 경찰이 가정폭력방지법을 고지한 경우는 37.8%에 불과했고, '집안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한 경우가 28.6%였으며 '법으로 고소하라'고 한 경우는 60.4%나 되었다. 가정폭력을 신고했을 때에는 피해자의 고소여부와 상관없이 강제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추가로 고소를 요구함으로써 가정폭력을 효과적으로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찰의 반응은 가정폭력의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찰이 '집안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한 경우, 경찰이 돌아간 뒤 60.0%가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고, 조심했다고 한 사례는 전혀 없었다. 또한 '법으로 해결하고 싶으면 고소하라'고 한 경우 38.6%가 폭력적 행동을 보였고 6.8%만이 조심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경찰이 가정폭력방지법을 인지시킨 경우에는 폭력적 행동이 20.3%로 줄었고 위협에 그치거나 (43.3%) 조심(26.7%)한 사례가 대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폭력피해여성들 역시 경찰이 가정폭력방지법을 인지시킨 경우에는 51.6%가, 집안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한 경우는 8.3%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여 경찰의 대응태도가 피해자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했다.
가정폭력방지법의 완전한 집행을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서는 일반인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당사자의 신고의지(34.3%)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고, 폭력피해여성은 법원의 강력한 판결(33.3%)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부회장은 "피해자들에게 가정폭력 문제가 상대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만 하는 절대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자포자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로 이해하게 하며 적극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 집행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가정폭력방지법 적용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한 이찬진 변호사는 "경찰단계의 수사가 엄정하게 집행되기만 해도 가정폭력에 대한 일반예방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며 현장 출동시 간이조서 작성 매뉴얼을 만들어 경찰의 초동수사 조서작성을 충실히 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폭력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피해자를 행위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제도"인 임시조치의 활용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이며, "임시조치에 대해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고 경찰단계에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의 대부분의 경우 임시조치를 청구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사회적 범죄라는 점을 확인시키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가해자를 처벌, 교화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가정폭력이 '가정사'로 간주되고 '맞을 짓을 했다'거나 '있을 수 있는 부부싸움'이라는 통념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법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원칙하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할 때 가정폭력방지법은 비로소 제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상반된 인식 속에서 여성의전화는 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가정폭력처리불만신고센터를 운영하여 가정폭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파출소, 경찰서에 항의하고, 가해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5주년을 맞아 지난 7월 1일 마련한 토론회 또한 피해자에게 절실한 이 법이 현실에서 제기능을 해 왔는지 돌아보기 위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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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수사원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소하라'는 경찰의 대응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 김정혜 | ||
이러한 경찰의 반응은 가정폭력의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찰이 '집안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한 경우, 경찰이 돌아간 뒤 60.0%가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고, 조심했다고 한 사례는 전혀 없었다. 또한 '법으로 해결하고 싶으면 고소하라'고 한 경우 38.6%가 폭력적 행동을 보였고 6.8%만이 조심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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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의 태도는 가해자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 김정혜 | ||
폭력피해여성들 역시 경찰이 가정폭력방지법을 인지시킨 경우에는 51.6%가, 집안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한 경우는 8.3%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여 경찰의 대응태도가 피해자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했다.
가정폭력방지법의 완전한 집행을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서는 일반인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당사자의 신고의지(34.3%)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고, 폭력피해여성은 법원의 강력한 판결(33.3%)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부회장은 "피해자들에게 가정폭력 문제가 상대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만 하는 절대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자포자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로 이해하게 하며 적극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 집행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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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 1999-2001년은 사법연감, 2002년은 법원통계월보 ⓒ 김정혜 | ||
또한 "폭력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피해자를 행위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제도"인 임시조치의 활용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이며, "임시조치에 대해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고 경찰단계에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의 대부분의 경우 임시조치를 청구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사회적 범죄라는 점을 확인시키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가해자를 처벌, 교화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가정폭력이 '가정사'로 간주되고 '맞을 짓을 했다'거나 '있을 수 있는 부부싸움'이라는 통념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법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원칙하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할 때 가정폭력방지법은 비로소 제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