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입장

by 여성연합 posted Oct 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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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에 있었던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가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에 대한 징벌로서 여러 제재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북제재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긴장고조와 그 결과로 남북 양측이 입을 예측 불가능할 정도의 막대한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자위적인 차원에서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무기의 확산이 인류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은 20세기 인류의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입니다. 유연성이 결여된 미국의 대북강경정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비타협적인 맞대응으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대결의 심화와 긴장고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대결이 심화되고 긴장이 고조되면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 민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반세기전에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고, 아직도 그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지 못한 채, 정전협정이라는 불안정한 체제 아래서 항상 전쟁의 위협을 의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화해와 협력, 대화와 협상은 평화의 씨를 뿌리지만, 제재와 긴장고조 그리고 대립은 전쟁의 악몽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이 꿈꾸어왔던 가장 큰 열망이 있다면 그것은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화해와 협력 속에서 남북의 공존공영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소망은 남북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선언, 6.15 공동선언과 같은 남북합의서를 도출하게 하였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안보정세가 불안과 긴장고조 속에 휩싸여 있지만 우리는 차분하고 냉철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과 대결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평화와 공존공영의 희망을 일구어왔듯이, 지금 이 엄혹한 순간에도 우리는 이 땅과 이 민족의 평화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정세가 이처럼 심각한 경우에는 우발적인 작은 사건이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 기관의 가벼운 언행이 비극적인 사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결을 촉발하거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는 언행에 대해서는 각별히 유의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난국의 시대일수록 분열과 쟁투보다는 토론과 화합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큰 충격을 받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한반도가 다시 전쟁터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진지한 우려와 불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지금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제재조치의 확대가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압력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소한 무력충돌이 전면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이 예상되는 제재조치에 한국정부가 참여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촉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한국 국민들의 심각한 우려에 대해서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엔은 우리민족을 유사 이래 최대의 비극으로 내몰았던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만큼,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끈기 있는 노력을 경주해 줄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비핵화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핵확산의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북한은 핵실험과 같은 위험한 방법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서 스스로의 체제안정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도모해야 합니다.

둘째, 미국과 국제사회는 제재와 봉쇄와 같이 북한을 고립시켜서 출구 없는 궁지로 내모는 강경한 방법보다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히 군사적 제재 혹은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경제 봉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합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마련된 6자 회담의 틀 내에서 갈등의 핵심주체인 북한과 미국의 건설적 대화를 촉진하는데 맞추어져야 합니다.

셋째, 남과 북은 화해와 협력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될수록,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는 남북 간에 신뢰와 이해를 깊게 해주는 소중한 통로이므로, 어떤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2006. 10. 17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사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