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70년,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침략과 식민 지배를 사죄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평화의 메세지여야 한다

4월 29일 1176차 수요시위가 열린 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하는 날입니다. 전범국 일본이 연합군의 선두에 섰던 미국 의회 연단에 선다는 소식에 세계인들의 거센 반대와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1176차 수요시위에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국내외 시민들이 모여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군국주의 움직임을 규탄했습니다. 또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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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전후 70년,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평화의 메시지여야 한다.
오는 4월 29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일본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앞두고 있다. 전범국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이 되는 올해 다른 곳도 아닌 연합군의 선두에 섰던 미국 의회 연단에 선다는 소식에 거센 반대와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차치하고라도 이를 앞장서서 왜곡하고 미화하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노골적으로 추진해 온 아베 총리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동북아를 갈등과 균열로 몰아넣고 있는 당사자이다. 무엇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성노예라는 엄연하고 명백한 사실마저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일본군의 관여와 일본정부의 책임을 최소한이나마 인정했던 고노담화마저 작성경위 검증이라는 꼼수를 통해 훼손시켜 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전쟁 책임을 청산하고 평화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 전후 70년이라는 중대한 시점에 오히려 이러한 특권을 받아 안게 되었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70년에 이르도록 일본정부로부터 정의를 회복 받지 못한 채 ‘진정한 해방’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전범국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에 미 의회 연설에 나서는 모순적인 상황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또 한 번의 인권침해나 다름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단에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향해 전해야 할 메시지는 자명하다. 다름 아닌 일본의 침략, 식민지배와 그에 따른 범죄행위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특히 UN, ILO와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세계 의회 등 국제사회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일본군성노예 사안으로 규정하고 문제해결을 일본정부에 요구해 온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명확하게 그 책임을 인정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해야한다. 그 책임의 인정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칭하는 교묘한 말장난이나 ‘가슴 아프다’ 식의 모호한 개인 감상 따위가 아닌, ‘위안부’ 범죄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명확히 받아들이고 사죄하며 국제법과 인권원칙에 반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사실에 입각해 법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욱이 2007년 미 하원의회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역사적 책무를 촉구한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미국 의회에 서는 아베 총리에게 부과되는 의무는 더욱 막중하다. 또한 아베 총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올바르고 명백한 책임을 인정하게 할 의무는 미국 의회와 정부에게도 주어진다. 전후 70년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아베 총리에게 미국 의회 합동연설 무대를 마련해주고 국빈 방문 격으로 레드 카펫을 깔아주는 데는 미국이 일본과의 사이에서 주고받을 카드가 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인권국가를 자처하며 여전히 세계질서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미국이 그들 스스로 중대한 여성인권유린 사안으로 규정해 분명한 인식과 책임 이행을 촉구했던 의회 결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이 담긴 세출법안에 서명했을 뿐만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강요된 성노예’라 표현하는 등 미 의회와 정부 모두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있고 그 책임을 이행해야 할 책임도 안고 있다.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는 전후처리 과정에서 일본군‘위안부’ 범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규명하고 처벌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아베 총리가 연설하는 4월 29일은 연합군이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해 전후 배상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공식 발효된 바로 다음 날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 미완의 과제를 잊은 채 일본 군국주의의 포문을 열어주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중대한 전쟁범죄이자 전시 여성폭력 사안으로서 그 직간접적 관련 여부를 떠나 이미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공동책무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후 평화정착과 인권증진, 무력갈등하에서의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각국이 합의하고 결의한 국제적 원칙들을 실현시키는 일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끝났어야 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이 70년이 흐른 지금도 끝나지 않고 오히려 가중되고 있는 이 불의를 중단시키는 일에서 시작됨을 거듭 강조한다.
아베 총리가 일본군 포로로 고통을 겪었던 퇴역 미군을 방미 만찬에 초대하고 홀로코스트박물관 방문 일정을 꾸리는 등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반성과 평화의 이미지를 내세워 과거사를 덮고자 하면서, 정작 진정한 사죄를 표해야 할 아시아 피해국은 거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어물쩍 넘어가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베 총리가 이러한 예측을 뒤엎지 못한다면, 진정성과 알맹이 빠진 아베 총리의 평화 위장술은 결국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에 대한 회피와 왜곡을 일삼아 온 아베 총리의 행보를 익히 아는 전 세계가 훤히 눈치 채고 보는 한바탕 쇼에 불과할 것이다.
자격 없는 면죄부를 내어주는 미국의 무대 연출도, 그 무대를 밟고 올라설 아베 총리의 쇼도, 눈감아 주기에는 일본의 전쟁, 식민 범죄 책임이 너무나 크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너무나 무겁다. 전후 70년, 미국 의회 합동 연설을 앞둔 아베 총리에게 요구한다.
-일본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범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법적 책임 이행하라.
-일본정부는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과오를 진정으로 사죄하고 군국주의 부활 책동 중단하라.
-미국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전시 여성폭력 중단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
2015년 4월 29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