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의 지명철회에 대한 성명서

여성계는 지난 9월초 대통령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으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여성이 사법부 첫 수장으로 탄생할 것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는 등 임명동의안 국회처리가 지연되었고,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정국의 최대 난제로 자진사퇴 권고가 운운되는 등 버리는 카드로 취급되어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 사태가 결국 청와대의 지명철회로 일단락되고 말았다. 이는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려다 더 이상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수 없게 되자 버리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여,야의 대립으로 빚어진 작금의 사태에 대해 지명자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평가가 아닌 정쟁에 휘몰려 지명철회를 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특히 또다시 어렵게 성장한 능력 있는 여성지도자 한 명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큰 상처를 입고 물러나게 되었다는 것은 도의상으로도 치명적인 인권유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것은 전 지명자 본인이겠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최초 여성이라는 장벽을 뚫고 역량을 발휘해야 할 여성 후배들 모두에게 아픈 상처와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당초 첫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라는 점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임명제청을 하여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점도 문제였지만 절차상의 하자는 국회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임전무퇴, 결사항전”등의 태도로 이 사안을 정쟁으로 몰아가며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통과를 저지한 행태는 적절치 못한 것이었으며, 더욱이 애꿎은 전 지명자에게 자질 운운하거나 국회 파행의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은 파렴치하고 졸렬한 태도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민들의 자발적, 주체적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사회의 각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가장 변화가 필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게 권력과 지배의 독점을 고수하며 구태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국회가 지난번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단상에 “헌법파괴 원천무효!” 현수막을 내 걸었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눈에는 정치권이 스스로 헌법파괴 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보여 질 뿐이었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국민의 대표로서 최소한 맡은 바 역할에 충실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한번 정치권이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을 경고하며, 마지막으로 지난 세 달여를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참고 꿋꿋이 자리를 지켜 준 전효숙 지명자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2006. 11. 27.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