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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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위헌이다

 

 

2018년 5월 24일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변론이 열린다. 2012년 헌재 재판관들의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 합헌 결정이 난 후 6년 만에 낙태죄 위헌 문제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게 됐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상황은 6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가 매우 거세며,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사회적 여론 또한 매우 높다.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낙태죄 폐지를 외치며 ‘검은 시위’를 이어왔고,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에 관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한 달 만에 23만여 명이 서명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만16세~44세 여성들을 대상)에서는 77.3%가 낙태죄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과 임부의 건강이라는 본래의 법익을 실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을 임신중단과 지속이라는 과정 속에 고립시킨다. 이는 결국 안전하지 못한 임신 중단으로 이어져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5월 23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현행 형법이 임신중단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임신중단 시술이 불법적‧음성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로써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재생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낙태죄 존치로 고통받는 현실에 주목한 여성가족부의 입장을 환영한다.

 

반면, 법무부는 “통상 임신은 남녀 성교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강간 등의 사유를 제외한 자의에 의한 성교는 응당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임신중단을 마치 여성의 ‘자유로운 성교 후 책임지지 않는 행위’인 양 전제하는 것으로, 임신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적 맥락과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이며 반인권적 견해이다. 이미 임신중단 비범죄화는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주요한 흐름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지난 3월, 2011년 권고에 이어 한국정부에 ‘낙태 비범죄화 및 수술 이후 질 높은 지원 체계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보장 의무를 오래도록 방기하고 있다.

 

낙태죄는 모두를 위해 폐지되어야 한다. 현행 낙태죄는 임신중단을 줄일 수 없고, 위험한 시술을 양산할 뿐이다. 임신을 지속할 수 없는 수많은 사회적·경제적 조건들 속에서 여성만을 처벌하는 낙태죄는 여성들의 삶을 뿌리부터 위협하고 있다. 임신의 지속과 중단,출산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하는 낡은 관점의 낙태죄는 폐기되어야 한다.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이 아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의 기본권 보장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이다. 낙태죄 폐지는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존치가 실제 여성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증언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1953년의 낡은 틀로는 2018년의 평등과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촛불혁명 시대의 시대정신에 맞게 모든 이들의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들은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낙태죄 폐지를 위한 서명을 이어가는 등 낙태죄가 폐지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8년 5월 24일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지부 28개 회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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