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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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

- 성평등공시제 도입 요구 기자회견


▣ 일시: 2026년 3월 5일(목) 11:00
▣ 장소: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 주최: 여성노동연대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 프로그램
  ○ 사회: 모윤숙(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
  ○ 취지 발언 
       -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 현장 발언
       - 박시현(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박시현)
       - 최지원(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부지회장)
       - 현(구직중인 20대 여성노동자)
       - 강동인(한국노총 경기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전다운(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
  ○ 퍼포먼스
  ○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
성평등공시제 도입하고 성별임금격차 해소로 나아가자!

임금은 더 이상 개인정보도 기업의 기밀도 아니다. 우리는 채용에서부터 임금을 묻지 않는 것을 당연시 해왔다. 기업은 취업을 준비하는 노동자에게 임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회사 내규에 따름, 입사 후 합의라는 알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한다. 취업을 했어도 연봉 협상을 할 때 개인별 협상을 통해 차별적인 임금구조를 공고화했다. 여성의 임금은 가구임금으로 산정하지 않고, 돌봄책임과 근거 없는 가치절하로 상대적인 저임금을 당연시한다. 

공공기관도 민간기업과 다르지 않다. 공무원은 차별임금이 없는 조직인가? 같은 직급으로 입직을 해도 여성은 남성보다 장기간 육아휴직을 강요당하면서 자연스레 승진에서 밀려나고 연차가 쌓일수록 상대적인 저임금에 놓인다. 각종 수당으로 구조화된 임금은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는 남성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맞춰져 있고, 일과 돌봄이 병행되는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은 고려하지 않는다. 

디지털 창작플랫폼에서는 영업비밀이라고 디지털 창작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한 산정기준을 밝히지 않고 내부 기준을 내세워 여성에게 상대적인 저임금을 지급해왔다. 조회 수도 작가의 경력도 무시하는, 알 수 없는 임금구조를 가지고 개별 노동자들과 협상을 한다. 임금산정기준을 알 수 없는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플랫폼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또 다른 성차별의 구조에 놓여있다. 

우리가 성평등임금공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지 타인의 임금이 얼마인지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임금이 투명해지는 것에서 시작해서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구조적인 성차별을 없애는 것이 우리가 나갈 길이다. 

실효성 있는 성평등임금공시제를 위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공개청구권을 부여하고, 차별이 드러나면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강력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이다.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추진할 성평등가족부는 최근 500인이상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고용평등공시제를 시작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들은 100인미만 50인미만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고, 5인미만 사업장과 플랫폼에 고용되어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평등공시제가 성차별 구조를 깨트리는 도구가 되려면, 50인 이상 기업에까지 확대해서 도입을 준비해야 하며, 5인미만 사업장의 전면적인 근기법 적용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자신의 임금의 산정기준을 알 권리가 있다. 

성평등임금공시제가 정치권의 선거공약으로 올라온 지가 벌써 10여년이다. 임금공시를 기업의 자율로 맡긴 적극적고용개선조치처럼 실효성이 없으면 안된다. 대상 사업장을 제한해서 여성저임금 구조를 드러내지 못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노동자와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임금공시의 실효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을 수 있어야한다. 이에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성평등한 고용환경을 위해 여성노동자의 요구가 성평등임금공시제에 반영되어, 성차별을 없애고 모두의 평등을 키우는 일터를 만드는데 앞장 설 것을 다짐한다. 

 

2026년 3월 5일

여성노동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취지발언]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배진경

실효성 있는 성평등공시제의 설계와 집행을 위하여

성평등공시제는 꽤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논의되어 온 제도입니다. 여성노동계는 일찍부터 본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제도의 목적은 기업이 임금과 임금책정 기준 등을 투명하게 노동자들과 사회에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차별과 부조리가 있다면 시정해야할 책임을 기업에 부과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를 노동자가 권리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임금은 그간 기업의 기밀, 개인정보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 뒤에는 기업들이 임금 비밀주의를 통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임금 시스템을 감추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지금도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임금을 타인에게 말하지 않도록 약속하는 계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임금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주는 보상으로서의 공적 위치를 갖습니다. 공정하고 정당한 분배에 기반하며 평등해야 한다는 정의의 측면도 갖추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임금은 노동자가 땀흘린 노동의 결과물이자 부산물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공정하고 평등하며 투명한 임금시스템은 성차별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임금투명화제도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목표을 품은 채 발달해 온 이유입니다. 가장 거대한 차별의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임금투명화는 임금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차별이 발 붙이지 못 하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미 관련 제도를 도입한 세계 각국에서 입증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가 제대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정확한 목표와 목적을 갖고 과정과 체계를 섬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구인공고에서 정확한 임금을 고지하여 구직자가 정확한 기대임금을 알게하고 동일가치노동을 하는 동료의 임금이 나의 임금과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기업의 직종, 직무, 직급, 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을 공개하여 내가 제대로 대우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권리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업에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개선을 하도록 강제하고 이에 따른 상벌을 주는 시스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개가 목적이 아닙니다. 드러난 문제에 대한 개선이 이 제도의 궁극적 목적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관련 예산과 인력을 정확하게 배치하고 전담할 조직도 만들어야 합니다. 성평등공시제는 기업이 스스로 조직을 정비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이지만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체계가 필요합니다. 기업이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하고 알리는 이들과 문제가 있는 기업의 개선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이들도 반드시 배치되어야 합니다. 이는 별도의 조직의 배치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성평등공시제를 고용평등임금공시제라는 이름으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현재 성평등가족부 소관으로 본 제도가 추진되고 있으며 국회도 이에 발 맞추어 법 발의를 여러 의원들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실효성있게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에 대한 알 권리과 기업의 이윤을 정당하게 배분 받을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입니다.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이 땅에서 성별임금격차가 해소되는 날까지 힘차게 여성노동자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2026년이 부디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한 획을 긋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문1]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박시현
"120만 공무원 노동자의 사용자인 정부부터 당당하게 공개하라!"

동지들, ‘성평등 임금공시제’가 무엇입니까? 성별에 따라, 고용 형태에 따라 누가 얼마를 받는지, 왜 차이가 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서 성별에 따른 비합리적인 격차를 줄여나가자는 제도 아닌가요? 그런데 이 제도를 만들고 감시해야 할 정부와 공무원 조직은 과연 평등한가요?

제가 2021년 지부장이던 시절,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한 동료를 만났었는데 그 동료는 분노하며 말했습니다. “육아휴직 해도 승진 차별 없다는 말, 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남편과 결혼할때 나는 7급이었고 남편은 9급이었는데, 나만 독박으로 육아휴직 두 번 했더니 나보다 늦게 들어온 남편과 내가 6급 승진을같이했다 ”라고 말입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직급별 현황 자료를 받아 확인해 봤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9급~ 8급 때는 여성이 80%로 압도적이었는데, 승진의 문턱을 지날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7급부터 성비가 비슷해지더니, 6급부터는 남성이 앞서고, 5급 이상 관리직은 남성이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7~9급 여성 공무원의 생애주기가 임신, 출산 시기와 겹치면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역전된 것입니다.

이게 공정한 조직인가요? 이게 평등한 일터일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여성 공무원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의 짐을 홀로 지고 장기 휴직을 선택할 때, 조직은 그들을 승진 대열에서 슬그머니 밀어낸 것입니다. 작년 민주노총이 일반직공무원을 대상으로 남성과 여성의 육아휴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남성의 육아휴직은 10~30%대 였으며, 이마저도 승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9개월 미만의 육아휴직이 대다수였고, 여성은 1년이상, 3회 이상 장기 육아휴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육아휴직을 하지 않은 공무원과 육아휴직을 한 공무원의 직급 변동을 살펴본 결과, 육아휴직을 하지 않은 공무원이100% 승진할 때, 육아휴직을 한 공무원의 승진율은 60%~70%대에 머물렀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본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개한 임금공시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드러났는데, 서울시는 공개자료에서 남녀 임금 차이의 원인을 ‘근속연수 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근속연수가 짧을까요? 왜 여성만 장기 휴직을 고민해야 할까요?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는 문화속에서 휴직 후 복직을 보장받는 공공기관조차 노동시장의 성차별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민간 부문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정부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첫째,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를 성평등 임금공시제 대상에 즉각 포함하십시오! 국민에게는 공개하라면서 정작 자신들은 예외로 두는 위선을 당장 멈추십시오. 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제도의 신뢰가 사는 법입니다.

둘째, 50인 이상 모든 직장으로 공시제를 확대하십시오! 성평등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헌법적 권리입니다.

셋째,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닌, 구조를 공개하십시오! 채용부터 승진, 근속, 육아휴직 사용 현황까지 낱낱이 공개해서, 무엇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지 그 구조적 차별을 드려내야 합니다.

동지 여러분! 성평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며 기본권입니다. 정부가 스스로 예외가 되어 이 제도를 껍데기로 만들려 한다면,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노동자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날까지, 저와 우리 공무원노조는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발언문2]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최지원 부지회장

안녕하세요. 저는 웹툰작가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부지회장 최지원입니다.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작가들 사이에서 성별임금격차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소문이 아닙니다. 여러 실태조사와 연구를 통해 남성과 여성 작가 사이에 수입 격차가 있다는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웹툰, 웹소설은 플랫폼에 들어가 작품의 순위별 정렬, 조회수, 리플 수 등을 이용해 인기를 짐작해 볼 수 있고, 작가의 경력 또한 검색 몇 번으로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작품의 성과를 수량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데도, 플랫폼은 근거를 알 수 없는 내부 기준만을 이유로 들며 비슷한 성과를 낸 두 작품을 원고료, 계약 조건에서 차등을 둡니다. 단지 작가의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요.

작가들이 가장 납득할 수 없는건 그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일부 작가들이 플랫폼에 원고료 산정 기준과 수익 배분 구조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영업비밀”이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계약서상 조항을 근거로 작품이 이런 성과를 냈으니 고료를 인상해달라 요청했을 때에도 내부 기준상 불가하다는 답변 한 줄만 받았습니다. 이 한마디가 만능키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정작 거절의 기준은 알려주지 않으니 개인 작가로서 플랫폼의 답변 앞에 막막하고 힘이 빠질 따름입니다.

우리는 엄마의 월급으로, 이제는 나와 내 동료 작가의 아르바이트비와 원고료로 한국에서 성별을 이유로 다른 돈을 준다는걸 잘 압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요? 따질 근거마련을 위해 다른 작가에게 가서 계약조건과 받는 돈을 공개하자고 하면 몇 명이나 알겠다고 할지요. 이렇게 정보가 차단된 구조에서는 차별이 존재하더라도 입증하기 어렵고, 결국 많은 작가들이 격차를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시장 상황 탓으로 돌리게 됩니다.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격차를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임금공개청구권이 필요합니다. 내가 받는 원고료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었는지, 같은 조건의 다른 작가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요구하고 확인할 수 있어야만 차별을 문제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개인작가대 기업간 계약이 일반적인 업계의 구조에서, 기업에게만 편중된 정보는 작가를 더욱 약자로 만듭니다. 그래서 임금공개청구권은 성평등임금공시제와 함께 차별을 인지하고 시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는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가 이 제도에 포함되어야만 실질적인 성별임금격차가 해소될 수 있습니다.

성별임금격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저희 여성노동자 대부분이 놓여 있는 구조적 위치를 봐야 합니다.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등 창작노동자 대부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저희 여성노동자 대부분은 프리랜서, 특수고용, 비정규직 형태로 제도 밖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별임금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바깥에있는 여성노동자를 권리의 틀 안에 넣는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성평등임금공시제와 임금공개청구권이라는 틀로 법의 경계 밖에 있는 여성노동자까지 포괄해야 합니다.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약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성별임금격차를 당연한 현실로 남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보이지 않는, 가장 약한 노동자의 문제부터 가시화해야  비로소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 속에서, 울타리 바깥에 놓인 여성노동자의 임금 차이를 외면한 채로는 성별임금격차를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가장 보이지 않는 곳부터 드러내는 것, 그것이 진짜 성평등의 출발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며 발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문3] 구직중인 20대 여성노동자 현 

영어 성적 필수, 제2외국어 능통자 / 유관 경력 / 전문 자격증 보유자 우대. 이걸로도 부족해서 호감형의 인상의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적어두는 게 대한민국의 회사다. 내가 봐왔던 90개 이상의 채용 공고는 자기 하고싶은 말은 줄줄 적어놓는다. 딱 한 가지, 돈 얼마줄지만 빼고서 말이다. 

월200, 월300이 아니다. '회사 내규에 따름', '입사 후 합의'. 이것이 내가 받는 임금의 이름이다. 월급이 얼마인지, 수당이 어떻게 되는지, 인상률은 어떤지, 성별 간 차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이 모든 궁금함을 하나로 비겁하게 퉁쳐버린다. 

회사가 어떤 노동자를 원하는지는 줄줄 잘 말하면서, 노동자에게 줘야하는 당연한 임금만 말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들은 겁이 나서 물어볼 수도 없다. 인사팀에 문의했다가 채용 상 불이익을 받을까 무섭다. 임금은 채용이 되고 나서야 뒤늦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나와 내 친구들은 수당도 없는 회사에 울며 겨자먹기로 경력을 쌓았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프리랜서로 고용해놓고는 3개월 동안은 임금의 30%를 삭감한 수습 월급을 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회사도 있었다. 

고용주는 뭐가 그렇게 겁나서 줘야할 돈 하나 채용 공고에 못 적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생각해도 임금이 형편없어서 부끄러운건지, 언제든 임금을 후려칠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쉬쉬하는건지, 위법으로 찌를까 제 발 저리는 건지. 

구직자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받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구직자에게 외면당할까, 구직자가 기업의 임금을 줄 세울까 두려우면 임금을 높이면 그만이다. 정답은 기업과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발언문4] 경기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강동인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기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강동인입니다.
오늘 저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하나를 깨는 것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흔히들 공무원은 호봉제니, 성별 임금 격차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습니까?

겉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전체 여성 공무원 비율은 높으나, 본청이나 주요보직에서의 여성의 비율은 동일 입직 남성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습니다. 육아휴직 사용 빈도와 승진 소요년수의 차이까지, 보이지 않는 임금 격차를 만듭니다.

지금 노동자들은 근무지에서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임금 정보를 짐작만 해야 하는 깜깜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비교할 수 없으니 내 임금이 차별받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시를 요구합니다. 알아야 질문할 수 있고, 질문할 수 있어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성별 임금 총액만 공시하는 것은, 공시제도의 취지를 비웃는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격차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려면 훨씬 더 실질적인 정보가 공개되어야 합니다.
직종, 직무, 직급, 고용형태는 물론이고 육아휴직 사용 여부와 승진 소요년수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 격차가 채용의 문제인지, 보직 배치의 차별인지, 아니면 경력 단절로 인한 결과인지 명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무원 조직부터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입직년도와 경력, 보직별 남녀 임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공공부문부터 형식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시제는 격차 해소를 위한 '마지막'이 아니라 '첫걸음'일 뿐입니다. 공시만 하고 끝난다면 그것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합니다. 기업이 이 제도를 무거운 의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재방안을 포함한 강력한 법제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적용 대상을 대기업에만 국한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일하고 있는 50인 이상 10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그리고 우리 사회의 기준이 되는 공무원 조직까지 의무 대상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격차 유발 요인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임금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성별 임금공시는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실효성 있는 성평등공시제를 법제화하십시오!

우리의 노동은 투명하게 평가받아야 하며, 우리의 임금은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합니다. 투명한 공시로 평등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여성과 우리 사회 모두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발언문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전다운

성평등임금공시제, 노동자의 '권리'를 실현하는 실효성 있는 제정법으로 나아갑시다.

앞서 우리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자신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는 현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이유로 정보 접근조차 거부당하는 현실, 그리고 구직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정보의 비대칭까지. 이 모든 목소리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이제 성평등 공시를 통한 임금차별의 시정과 임금투명화의 과제는 기업의 선택이나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법 제도는 어떻습니까. 헌법과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은 모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고용관계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발표되는 고용통계를 보면, 성별임금격차 뿐 아니라 성별에 따른 저임금 근로자 비중, 평균 근속연수 격차 등 주요 지표에서 여성 근로자의 고용상 차별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매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주변만 둘러보더라도, 임금수준이 낮은 보건, 복지, 서비스업 등에 여성 종사자가 집중되어 있는 직종분리 현상은 여전히 뚜렷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는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형식적 통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AA 제도를 제대로 실행하고 운영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인력과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대다수가 일하는 중소·영세 사업장, 그리고 새로운 노동 형태인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아예 차별의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임기응변식의 법 개정이 아니라, 「성평등 공시 및 임금투명화에 관한 법률(가칭)」이라는 독립된 제정법이 필요합니다. 이 제정법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반드시 담겨야 합니다.

첫째, 노동자가 자신의 차별을 인식하고 구제받을 수 있도록 '임금정보 청구권'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노동자가 자신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관련 정보 공개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임금’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거나 개인정보라는 식의 항변은 멈춰야 합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도 실효성 있는 차별시정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 설계와 효과적인 차별 법리 재검토에 돌입해야 합니다.

둘째, 법의 적용 대상을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넓히고, 단순히 평균격차율을 공개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임금액 차이와 원인분석, 개선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에 갇혀서는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들이 겪는 구조적 차별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모든 노동법으로부터 부당하게 배제되어온 돌봄노동자, 소위 가사사용인 역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노무제공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성평등 공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법적 외연을 확장하고, 사용자가 직접 임금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부과해야 합니다.

셋째,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강력한 이행 기제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기업이 자율적으로 제출한 추상적인 수치를 기계적으로 나열하고 공시하는 것에서 끝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제출하는 고용정보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평가하여, 실효성있는 공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성별 임금격차가 확인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개선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강력한 시정 명령과 제재가 뒤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법제화를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분명합니다.

먼저 사업장별로 여성근로자가 겪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가시화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시정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기업 스스로 차별적인 임금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노동자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과 존엄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는 공정한 임금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노동 가치를 판단하고, 더 나은 조건을 위해 협상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자율적인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 역시 노동자가 직무에 따른 공정한 대우를 받는 일터를 조성함으로써 기업문화와 조직체계를 합리화할 수 있습니다. 임금공시제는 막연히 비밀시되어왔던 기업의 임금체계를 합리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며, 나아가 기업의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 투명성은 우리 사회의 노동 가치를 재정립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헌법적 원칙이 현장에서 작동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공정과 신뢰를 높일 것입니다.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는 말은 정보의 비대칭을 깨고 권리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 민변은 현장의 요구가 담긴 이 제정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 실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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