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명서 *

1.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001년 3월 4일(일)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17회 한국여성대회"를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00여명 여성단체 회원과
각계 인사 및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개최하였습니다.

2. 오늘 3월 8일 맞이하여,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차별과 편견을 깨뜨리고,
평등·참여사회를 향한 희망찬 2001년 맞이하기 위한 여성의 요구를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차별·편견 깨뜨리고 남녀평등·공동참여 사회로 나아가자 !>

눈부신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을 축복으로 노래했던 20세기를 살아오면서
우리 여성들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분단에 맞서 평화와 화해를,
가부장제에 맞서 성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 해 싸워왔습니다.
그 성과로 사회 각 분야에 여성들이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여성을 단지 집안에만 머무는 존재이거나 아니면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시각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으며, 여성인권을 위협하던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희롱 등은 범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운동의 가장 큰 성과인 성차별적 법과 제도의 개선은
아직도 가정과 직장,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는
개선됐지만 뿌리깊은 가부장적 편견과 관행은 아직도 피해자에게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주는 반면 가해자가 오히려 활개치는 왜곡된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편견과 관행을 바꾸기 위해 가부장제
의식을 강화하고 평등한 가족문화를 저해하는 호주제 폐지운동을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성 평등사회, 민주사회, 생태사회를 향한 여성들의 노력은 많은 위험에
봉착해 있습니다.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유전자조작 식품과 광우병의 출현,
인간복제로 인한 생명경시는 위험사회에 대한 심각한 경고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중심이 아닌 이윤중심의 가치를 양산시키고 있는
신 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성장중심의 가부장적 한국사회를 더욱 왜곡시켜
사회적 약자와 여성의 희생을 전제로 한 생존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지난 40여 년간의 경제성장에 대한 공로를 보상받기는커녕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신 가부장제로 인해 차별 당하고 있습니다.
지속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악화되는 여성우선 정리해고, 여성의 비정규직화,
빈곤의 여성화에 맞서 가정과 직장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차별 없이 일할
권리를 위해 국가책임의 사회복지 확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진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보육의 공공성 확보, 가사노동의 사회화, 노인부양의 사회화는 아직도 요원합니다.
일하는 여성들에게 일이냐 가정이냐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현실은 여성뿐 아니라
가족 모두와 사회 구성원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위기는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을 향락산업으로 내몰며, 우리 딸들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춘여성들에 대한 성적 착취와 인권유린은
더 이상 사회의 치부로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성매매 예방과
매춘여성의 보호, 매춘산업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위한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신 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이윤중심의 시장경제를 유포시키고 있는 IMF,
World Bank, WTO 등의 국제기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세계여성행진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여성들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반대하는 힘찬 행진을 계속할 것입니다.

남북간의 화해와 교류는 진전되고 있지만 군축과 방위비 삭감 등의
가시적인 성과는 미흡합니다. 따라서 통일과정에 여성참여를 확대하여
평화정착을 위한 통일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의 산모와 아동에게
내복을 보내주기 위한 활동을 기반으로 우리 여성들은 통일을 준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여성통일운동을 힘차게 펼쳐나갈 것입니다.

남녀평등·공동참여 사회를 향한 여성행진을 가장 어렵게 만들고 있는 장애는
여성운동과 여성단체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의 미흡입니다. 재정부족과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여성단체에 대한 모금과 지원이 보다 확대되어야 합니다.

여성 모두의 뜻을 담아 남녀평등사회, 남녀공동 참여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올해의 여성운동과제를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이를 위한 힘찬 투쟁의 길로
나아갈 것임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요구

- 열린사회, 평등가족, 남녀평등 공동참여사회를 위해 호주제도를 폐지하라!
-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보육, 수발노동의 사회화를 위해 공공서비스를
확충하라!
- 무분별한 비정규직화 확산을 규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하라!
- 매매춘 예방과 매춘여성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가칭)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라!
- 통일과정에 여성참여를 확대하고, 방위비를 삭감하여 사회복지예산 증액하라!


2001년 3월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지은희, 신혜수, 이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