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지난 5월 11일, 유엔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해 호주제가 법에 명시되어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신설된 여성부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위원회는 여성과 이주노동자 등 특정 집단을 주변화시키고 있는 장애요소를 한국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전통적·문화적 편견으로 꼽고, 이것이 아들 선호 및 여아낙태 등 차별을 존속시키는 한, 한국정부가 일반 대중들의 인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대중 캠페인을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호주제도의 남녀차별성과 반인권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99년 11월 유엔 인권이사회를 통해서 '호주제가 여성을 종속적인 역할로 위치짓는 가부장적 사회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강화시킨다'며 호주제 폐지를 권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서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을 하고도 16조(가족성씨 선택의 자유권)만은 유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회에서는 지난해 114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청원한 '호주제폐지를 위한 청원'을 해당 상임위의 안건으로조차 상정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를 중심으로 호주제도에 대한 위헌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미 서울지방법원의 두 지원에서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심판해줄 것을 요청하는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려 호주제의 위헌성을 인정하여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헌법에 따르면 규약은 국내법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한국정부에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사회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남아선호를 부추기고 여성을 차별하는 호주제도를 올해 안에 폐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체 정부예산의 0.03% 밖에 안되는 여성부의 예산을 확대하고, 그 외의 우려사항인 가정폭력, 직장 내의 여성차별과 성희롱, 남녀의 평균임금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 우리의 요구사항 -



1. 한국정부는 사회권 위원회의 지적사항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즉각 이행하라!

2. 한국정부는 부계혈통 중심의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만들어 21세기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라!

3. 한국정부는 여성부가 효과적으로 기능하면서 법률과 사회에 성평등적 관점(gender perspective)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체 정부예산의 0.033%(94조 1,246억원 중 317억 7900만원) 밖에 안되는 여성부의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라!

4. 한국정부는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정폭력 발생비율(월 평균 920여건, 1999년 10월 이후)을 낮추기 위해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교정·교화프로그램 및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홍보와 예방교육을 실시하라!

5. 한국정부는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직장내의 여성차별과 성희롱(여성공무원 19.7% 경험, 여성부·행자부 조사 2001. 4)을 처벌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마련하라!

6. 한국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임금, 연금혜택, 실업, 의료혜택, 직업안정성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와 남녀의 평균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마련하라!

7. 한국정부는 여성인권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전통적 관행을 타파하고 일반 대중들의 인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대중 캠페인을 수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