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제 쟁취 10,000인 시국선언

by 여성연합 posted Jan 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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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쟁취를 위한 사회각계 인사 10,000인 시국선언


오늘 우리는 국민의 정부 출범 3주년에 즈음하여 작금의 반개혁적 상황에 대한 시민사회의 심각한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국민의 정부 3년, 국가개혁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의 '뼈를 깍는 개혁'의 약속은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다. 국민적 합의 속에 착수되었던 각종 개혁과제들은 대부분 좌절되었거나 빈 껍데기 개혁으로 전락했다. 고통전가의 현실 속에서 대다수 국민들 속에 개혁에 대한 절망과 냉소가 팽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진정한 위기는 3년 전 우리가 겪은 일시적인 경제적 공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통탄하고 있는 바 '총체적인 신뢰공황'에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낡은 정치의 악순환과 개혁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 상황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개혁을 공문구로 전락시킨 대통령과 집권여당에게 있다. 국민의 정부를 자처한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3년간 국민의 요구에 충실했다기보다 스스로 기득권 집단이 되어 관료화, 보수화되어 왔다. 소수정권의 한계라는 변명은 그 동안 개혁추진과정에서 보여준 무소신과 무책임을 설명할 수 없다. 한편, 우리는 당리당략에 매몰된 야당이 소아적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집권시절 경제위기를 방치한 책임이 야당에게 있는 만큼 야당은 개혁추진에 적극 앞장서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도리어 개혁의 걸림돌이 되거나 소모적 정쟁의 한 원인이 되는 등 건전한 개혁적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국민의 진정한 관심사와 동떨어진 여야간의 비생산적인 정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이미 낡은 정치현실을 타개하고 국민의 한결같은 개혁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젊고 개혁적인 일부 여야의원들의 하나 둘 나서고 있다. 이제 여야 지도자들이 결단하여 새로운 시대상황에 걸 맞는 개혁적 리더십을 발휘할 차례이다. 여야지도자들은 작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을 위한 개혁의 대의에 함께 해야 한다.

부패방지법, 국가인권위원회법, 국가보안법 등 3대 개혁입법은 국가개혁의 출발점이자 시금석이다.
인권유린과 부정부패와 같은 개발독재 시대의 낡은 잔재를 그대로 두고 위기극복을 말할 수 없고 제2건국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3대 입법의 온전한 처리는 사실상 좌절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는커녕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7조조차 삭제되지 않고 있어, 노벨상과 남북정상회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부패방지법, 인권위원회법은 검찰 등의 반대 속에 빈껍데기법안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개혁의 명분만은 놓치지 않으려는 여야 정치인들의 이율배반적 태도에 깊이 절망한다. 세부적인 공직자윤리규정과 특별검사제가 포함된 부패방지법, 수사기구와 권력기관의 인권침해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수단을 갖는 국가인권기구 없이 아들 법안의 통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육개혁 언론개혁 역시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중등학교의 50%, 대학교의 80%가 사립학교인 현실에서 사학재단을 개인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낡은 사고와 이를 가능케 하는 왜곡된 사립학교법은 교육개혁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우리는 국민 대다수가 사학비리의 근절과 공공성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외면하고 있는 정치권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 사학재단의 민주적 운영과 사학 부패척결을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사립학교법의 개정이야말로 참된 교육개혁의 출발점이다. 언론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진정한 개혁도 이루어질 수 없다. 언론개혁은 결코 정략적 고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신문사의 소유분산 및 지배구조 개혁, 편집권 독립, 독자권익보호, 경영투명성 확보 등의 핵심내용이 포함되도록 정기간행물법(신문개혁법)을 개정하는 한편, 국회에 언론발전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언론시장의 정상화와 언론의 장기적 발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은 우리사회가 직면한 진정한 위기의 핵심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경제부실의 책임과 개혁의 고통이 여과 없이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현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부의 변칙세습, 재산도피, 족벌지배 등 재벌경제의 폐해는 별다른 개선 없이 계속되고 있다. 재벌 지배구조의 개선, 소액주주의 권한 확대의 약속은 어디론가 실종되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100조 이상 투입하였지만 수많은 부실기업주와 부실금융기관장, 그리고 분식회계의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추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부실로 인한 고통은 높은 실업률과 이미 50%를 넘어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 각가지 고용불안의 형태로 전가되고 있다. 경제위기에 이은 일방적 개방농정으로 인해 농민들의 삶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 또한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 모성보호의 권리가 위기에 처했고 외국인노동자들이나 장애인들의 권리 역시 극심하게 후퇴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국가적 대책이 없는 '생산적 복지'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주 5일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 보장 및 차별 철폐, 적정 농산물가격 보장,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의 실질적 보장, 모성보호를 위한 사회적 비용분담의 법제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 등 노동자와 서민, 기타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장할 실효성 있는 장치들의 마련이 시급하다.

정치적 기득권과 관료적 무사안일주의를 뛰어넘을 개혁적 힘은 국민참여를 통해서만 발휘된다.
주지하듯이 15대 국회는 스스로를 개혁하는데 실패했고 낙선운동이라는 사상초유의 유권자 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총선기간 동안 유권자들은 부패정치인의 추방과 함께 국민의 참정권을 가로막는 낡은 선거제도, 비합리적인 공천제도, 고비용 정치의 개혁을 요구했다. 내년 지방자치선거와 대선 전까지 이들 정치관계법이 여야 정치인들의 기득권 장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개정되지 않는다면 총선연대에 버금가는 심각한 유권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또한 우리는 부실과 낭비 속에 왜곡되어 가는 지방자치 10년의 현실을 개탄하는 한편, 이를 빌미로 개발독재시대의 중앙집권적 통제로 회귀하려는 낡은 시도가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빈사상태에 빠진 지방자치를 회생시킬 길은 참여민주의 전면화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등을 즉각 도입함으로써 주민 스스로 지방권력의 남용과 예산낭비를 견제하도록 하고 과감한 지방분권 등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조치를 단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새만금사업 등 비극적 결말이 예고된 환경파괴적 공공사업 역시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결단을 게을리 하고 어리석은 환경파괴 행위를 강행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 지우게 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주체적 개혁의 기회를 놓친 나라와 그 국민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 경제위기와 정치불안, 부정부패의 악순환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 역시 그러한 기로에 서 있다. 이제 김대중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선택만이 남았다. 우리가 오늘 제시한 최소한의 개혁과제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적 저항 외에는 없다.

2001. 2. 21
각계 시민사회지도자 13610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