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낙선운동과 후보자 유세 동일시 한 헌재판결 유감

by 여성연합 posted Jan 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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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운동과 후보자 유세 동일시 한 헌재판결 유감

-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권리 제한 정당화한 실망스러운 판결



1. 헌법재판소는 오늘 유권자들의 낙선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 58조, 59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결정으로 낙선운동을 비롯한 선거 전후 시기의 유권자 정치개혁운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

2.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낙선운동이 그 주관적인 목적과는 관계없이 실제의 행동방식과 효과에 있어 당선운동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보자의 당선을 위한 유세활동과 유권자들의 정치개혁 차원의 낙선운동은 그 목적의 차이뿐만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라는, 운동주체의 객관적인 위치의 차이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이를 동일한 선거운동으로 보는 헌재의 판결을 납득하기 힘들다. 헌재는 "제3자측의 낙선운동은 후보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자기의 선거운동을 대신하여 주는 결과가 된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히고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후보자의 입장'에서 '결과'만을 두고 판단한 것으로 이런 판단이 유권자의 참정권 실현을 우선으로 하는 선거법의 기본정신과 헌법정신에 합치하는 것인 지 의문이다.

3. 헌재는 또한 "당선의 목적유무라는 주관적 사유로 차별적 규제를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헌재가 후보자가 피선거권을 실현하기 위해 유세활동을 펼치는 주체인 반면 유권자는 자신의 선거권을 실현하기 위한 의사표현의 권한을 가진 주체라는 점에서 주관적 사유의 차이가 아닌 본질적인 위치 및 신분상의 차이가 있으며 따라서 각각의 활동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장 또는 규제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4. 결과적으로 헌재의 결정은 후보자의 시각과 법적용상의 기술적 문제만을 고려하고 있을 뿐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의 본질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정이라 할 것이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국민 대다수가 지지 동참한 낙선운동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한 것은 물론 선거 전후 시기의 유권자운동 일반을 후보자들의 그것과 동일하게 포괄적으로 제한한 현행 선거법의 독소조항을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참정권을 크게 제약한 판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5. 낡은 정치 문제는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지목되어 온 해묵은 숙제이며 정치권 스스로의 자정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다. 이제 이를 해결하려는 유권자들의 자구적인 정치개혁운동마저도 '헌재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지난 대법원의 위헌법률신청에 대한 판단에 이은 오늘 헌법재판소의 선거법 합헌 판결 은 이 나라 최고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분명히 드러내 준다할 것이다. 시민운동은 이제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구성을 위한 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2001. 8. 30
총선연대 (수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