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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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분리와 배제의 목소리에 부쳐

 

여성은 가부장적 성차별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 폭력에 놓여있습니다. 여성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참정권조차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했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말하기 전에 여성도 노동자임을 주장하며 싸워야했습니다. 이렇듯 여성운동은 사회의 소수자로서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싸움이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을 가능하게 한 우리 사회의 지배 담론과 전략에 균열을 내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늘 우선순위를 말하고 여성을 ‘뒤’에 있어도 되는 존재로 위치 지었습니다. 공사를 구분하고 여성을 ‘가정’(사적 영역)에 가두고 분리·배제했습니다. 분리와 배제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을 정당화하는 지배 담론이자 전략이었습니다. 그동안 여성운동은 이 지배 담론과 전략에 균열을 내기 위해 ‘가정’(사적 영역)이 여성에게 어떤 공간인지, 공사 구분, 분리와 배제가 어떻게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으로 연결되는지 드러내며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특히 여성운동은 우리 사회의 지배담론과 전략이 언제나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을 향하고 그들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여성운동이 모든 소수자들과 함께 하는 이유입니다.

 

‘여성’은 단일한 존재가 아닙니다. 어디서 태어나서 자랐는지, 얼마나 교육 받았는지, 현재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장애가 있는지, 어떤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경험과 차별의 양상은 모두 다릅니다. 여성들은 때로는 경합하고 때로는 함께합니다. 이러한 경합과 차이에도 우리가 함께하는 것은 분리와 배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는 존재이고, 모두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무엇도 개인의 존엄을 훼손하거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여성운동의 명제입니다. 그래서 여성운동은 어떠한 차별과 혐오, 폭력에도 반대합니다.

 

한편 우리는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미투 운동을 통해 확인된 한국사회의 여성에 대한 심각한 폭력이 발생되는 현실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 친구의 안전을 염려해 번호판 사진을 찍고 실시간 채팅으로 안부를 확인해야 하는 사회, 불법 촬영 때문에 공공화장실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는 사회 등 가정·학교·일터·공공장소 그 어느 곳도 여성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습니다. 어디서든 혐오에 기반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여성’의 몸을 대하는 이 지독한 이성애 가부장제의 경험은 불안과 공포 또는 분노로 여성들을 몰아넣고 있습니다.

여성이 안전한 사회는 여성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특정 공간을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특정 공간 안에서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안전한 세상보다는 우리 사회 어디든, 세상 어디든 안전한 곳을 원합니다. 그 세상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이 누려야할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여성운동은 여성에게 ‘일찍 다니라’고 강요하며 여성을 통제하는 사회에 맞서 싸웠고, 여성 개인에 떠맡겨진 ‘안전’의 책임을 국가와 사회의 책무로 삼고 강화하기 위해 활동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싸워갈 것입니다.

 

여성은 남성, 비장애인, 이성애자, 백인 중심의 기득권 사회에서 소수자로서 차별과 배제, 폭력을 경험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아동 등 수많은 정체성으로, 존재의 이유만으로 차별 받고 배제당하는 소수자들이 존재합니다. 그 다양한 존재들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차별과 혐오와 폭력을 겪었는지 구체적인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존재들이 존재만으로 배제와 차별을 당한다면 그것은 소수자로서 여성들이 경험했던 차별과 배제를 역사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여성운동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이 없는 사회, 모두의 존엄이 존중되는 성평등과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가부장적 성차별사회의 지배 담론과 전략에 균열을 내는 긴 투쟁의 역사를 써 왔고 앞으로도 써나갈 것입니다. 그 역사를 배제와 차별, 혐오와 폭력을 경험하는 모든 존재들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합니다.

 

 

2020년 2월 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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