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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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소외·배제되지 않는’ 글로벌 SDGs의 원칙을 충실히 반영하여

K-SDGs 수립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5년 MDGs (새천년개발목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후 국제사회가 채택한 SDGs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글로벌 SDGs’)는 선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글로벌 책임의식을 기반으로, 각 국가별로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수립하고 지표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SDGs 수립의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가장 중시한 것은 시민사회·기업·학계 등 다양한 집단의 민주적인 참여였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글로벌 SDGs의 원칙은 ‘아무도 소외·배제되지 않게 하기(leave no one behind)’이다. 한국 정부는 지속가능발전 거버넌스 재정립을 국정과제로 채택하였고, 올해 2월부터 한국의 상황을 반영한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 K-SDGs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시민단체들은 K-SDGs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과의 협력적인 민-관 거버넌스 구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해관계자 (K-MGoS) 여성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해 왔다.

 

지난 10월 22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사무국은 K-SDGs 목표와 세부목표, 지표 및 정부이행계획의 완성된 초안을 각 이해관계자 (K-MGoS) 그룹에 보내왔고, 여성·시민단체들은 이 자료를 몇 차례에 걸쳐 젠더 관점으로 세밀하게 검토하였다. 검토 결과, 우리는 K-SDGs 수립 절차와 방식, 내용 모두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K-SDGs 목표와 지표, 정부이행계획에서 젠더 관점이 전반적으로 실종되었다. 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임파워먼트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글로벌 SDGs 세부목표 및 지표 등이 K-SDGs 세부목표와 지표, 정부이행계획에서는 삭제된 경우가 많으며, 사회·경제 분야 주요 지표에서도 성별분리통계조차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글로벌 SDGs는 5번 성평등 독자 목표를 별도로 설정하고 다른 16개 글로벌 SDGs 목표에서도 젠더 관점을 통합한 성주류화 실현을 각 국가의 책무로 부과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성평등과 여성의 임파워먼트가 필수적 과제이자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SDGs의 내용에서는 이러한 SDGs의 기본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그 동안 국내 정책의 대상과 내용에서 배제되어 왔던 취약 계층 여성 그룹들의 의제와 목소리를 K-SDGs 목표와 지표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둘째, K-SDGs 목표와 지표, 정부이행계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한국 정부의 글로벌 책무성에 대한 내용이 모두 삭제되었다. 이는 앞서 강조하였던, 지구의 복합적인 위기를 해결하고 모든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각 국가가 글로벌한 책무성을 갖고, 국내 및 국제 정책의 영역에서 모두 SDGs 목표를 통합할 것을 전제로 하는 SDGs 이행의 기본 원칙과도 전면적으로 대치된다. 이는 곧 K-SDGs 수립 과정에서 글로벌 SDGs의 원칙과 취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부처 간의 논의조차 없었다는 점을 나타낸다.

 

셋째, 글로벌 SDGs가 K-SDGs 목표, 세부목표, 지표의 각 단계로 오면서 협소화되거나 연계성이 삭제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정부이행계획에서는 글로벌 SDGs 및 K-SDGs 목표와도 아예 부합하지 않는 정책 내용이 허다했다. 이는 곧, K-SDGs의 목표, 세부 목표, 지표 및 정부이행계획이 글로벌 SDGs의 근본적인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글로벌 SDGs의 세부목표에서 각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이행수단으로서의 목표’라는 점을 명확히 표시하기 위하여 a, b, c의 형태로 정렬한 목표들을, K-SDGs에서는 숫자 목표로 통합해 버리거나 삭제하였는데, 이는 각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수단으로서의 목표’ 간의 연결고리가 모호해지거나, 중요한 이행수단이 삭제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내용상의 심각한 문제점들은 결국 K-SDGs 수립에 앞서, 글로벌 SDGs의 원칙을 공유하고 K-SDGs 수립에 관한 비전과 철학을 세우는 범부처 간 사전 논의 과정이 매우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범정부 간 K-SDGs 수립에 관한 통합적인 공감대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K-SDGs 목표 수립이라는 형식적인 성과 달성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K-SDGs 수립 과정에서 작업반을 담당한 전문가 집단과 이해관계자 그룹, 정부 간 체계적인 협업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각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의 문제점도 그대로 노출되었다.

 

무엇보다 글로벌 SDGs 수립 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관철되었던, ‘포용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 구축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의 민주적인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 초 K-SDGs 수립 과정에서 정부는 거버넌스를 협소하게 구축하여 다양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통로를 만들지 않았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있자, 급히 K-MGoS (이해관계자 그룹) 체계를 수립하고 시민사회의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보장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으며, 이들의 의견 또한 정부의 K-SDGs 수립 내용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 그룹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개선을 촉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시민단체들은 K-SDGs 수립 과정과 절차, 내용 모두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오는 10월 31일에 열리는 ‘K-SDGs 수립을 위한 제2차 국민대토론회’ 참여 및 K-MGoS (이해관계자 그룹) 여성 분야 입장문서 제출을 공식적으로 거부할 것임을 선포한다. 우리는 정부가 ‘누구도 소외·배제되지 않는’ 글로벌 SDGs 목표의 원칙을 충실히 반영하여 K-SDGs 수립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K-SDGs 수립에 관한 근본적인 철학과 비전을 명확히 세우고, 각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을 뛰어넘어 범부처 차원의 체계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K-SDGs에 관한 범부처 모든 공무원의 부족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하여 공무원 교육·트레이닝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며, 2030년까지의 K-SDGs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별 세부목표와 전략, 추진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한다.

 

둘째, K-SDGs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들과의 민주적인 협력 체계를 재구축하고,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소수자 그룹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셋째, 2018년 #metoo 운동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성폭력 현실을 엄중히 고려하여, K-SDGs 수립 과정에서 5번 성평등 독자 목표 및 다른 16개 목표에서도 성평등 실현을 전 영역의 크로스커팅 의제로서 반영하는 세부 목표 및 지표 수립, 범부처 차원의 이행계획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책임감 있게 이행해야 한다.

 

 

2018년 10월 30일

경남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성단체연합, 수원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한국한부모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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