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서]

보건복지부는 부모부담 높이는 보육정책 폐기하고,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주력해야 합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지난 27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공공형·자율형 어린이집 시범사업 공청회’가 보육정책 전반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특정유형의 어린이집이 유리하게 구성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보육재정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민간으로 편중된 전달체계의 한계가 분명한 가운데, 보육시설 원장들의 모임인 ‘한국보육시설연합회’와 일방적으로 논의하여 진행된 이번 공청회는 국민 여론과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 및 다른 보육시설 장들의 의견을 배제한 것입니다. 여성연합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보건복지부가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한 보육정책 수립을 위해 매진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1. 다양한 의견 수렴없이 진행된 공청회는 무효입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공청회 바로 전날, 공청회 당일 조간 보도를 조건으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반면, 한국보육시설연합회는 지난 4월 19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청회 시행사실을 공지했습니다. 또한, 공청회 당일 현장에서도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보육시설연합회와 꾸준히 논의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민간·개인어린이집만을 정책파트너로 상정하여 시범사업 계획을 마련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국공립·법인·민간·가정어린이집 등 시설유형별 어린이집의 균형과 변화발전, 우리 사회의 보육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부처입니다. 보건복지부가 특정 유형의 어린이집 지원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제한된 여론만을 수렴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권위적이고 일방통행적인 처사이며,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을 외면한 것입니다.

따라서 보육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요한 의사수렴의 과정에 여러 유형의 보육시설 그동안 보육정책 발전에 앞장서 온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집단의 의견이 무시된 이번 공청회는 무효입니다.


2. 자율형이라는 이름의 ‘시장형 어린이집’ 시범사업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이미 통계청 소득통계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사회는 20:80의 사회임이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자율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양육 환경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어느 부모나 내 아이가 조금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사회의 교육열을 감안할 때 높은 보육료는 좋은 보육서비스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많은 부모들은 높은 보육료를 감당하기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자녀출산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특목고, 외고로 대표되는 교육체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영유아 시기부터 시작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은 아닙니다. 이는 우리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외쳤던 공정사회 구현이 공허한 말장난임을 자임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일부 상위소득 계층에게만 해당되는 부모의 선택권 확대를 이유로 하는 ‘시장형’ 어린이집 시범사업계획을 철회해야 합니다.


3. ‘관치형’ 어린이집 대신 국공립어린이집을 우선 확충해야 합니다.


공청회 당일,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사업과 관련하여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한 어린이집 원장들의 반응은 ‘지원비용이 적다’고, 어린이집 운영이 어렵다고 얘기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민간·개인 어린이집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처가 아니라면, 운영이 어려운 어린이집에 굳이 정부재원을 지원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현재 개인소유 어린이집(민간+개인어린이집)에는 영아 기본보육료, 지자체의 시설 개보수비 등 상당비용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재정지원을 확대하면서 개인소유권에 대한 법적 규제 없이 추진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만을 보호하고, 아동과 부모 권리는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공공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개인 소유의 ‘관치형’ 어린이집에게 정부재정이 확대된다고 해서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급간식 비리, 보육교사 임금 착복 등 비윤리적인 재정비리 근절에 대한 대책없이 개인 어린이집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주무부처가 사회적 비리를 용인하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개인소유 어린이집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만큼, 소유권에 대해 법인격에 준하는 규제를 해야 합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확충을 위해 취약지역 중심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전체 보육시설 중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시설이 89.3%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지역에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는 것은 보육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하여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방기한 것입니다. 민간보육시설로 통칭되는 개인소유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점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영유아보육법 개정이후 관리시스템을 강화할수록 반발에 직면하였고, 일부 정책은 후퇴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공립보육시설을 취약지역 중심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낙인을 각오하면서 국공립보육시설을 이용하라는 것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초기 재정이 많이 소요되므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이 어렵다고 하지만, 재정문제와 함께 개인소유 어린이집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조사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공립보육시설에 대한 부모들의 욕구는 여전히 존재하며, 개인 소유 어린이집에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국공립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개인소유어린이집 원장 대신 부모의 욕구를 신뢰해야 할 것입니다.


4. 보육서비스의 ‘선택권 확대’, 부자를 위한 선택권 확대입니까?


현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수요자 중심의 보육정책을 통해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도대체 ‘선택권 확대’는 누구의 선택권 확대를 의미하는 것입니까? 집 근처에서 겨우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찾을 수 있고, 생후 12개월 이하 영아는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모가 어떤 선택권을 가질 수 있습니까? 국공립보육시설을 가기 위해서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부담 보육료가 높은 어린이집이 생긴다고 해서 어떻게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입니까?

정부는 보육시설 유형간의 균형, 보편적인 양질의 서비스 확대, 보다 안전한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 속에서 우선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하여 부모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좋은 보육서비스의 전형을 보여주어야 비로소 선택권 확대를 운운할 수 있습니다.

공청회 당일, 원장들은 표준보육과정과 특별활동비 규제를 하면 소신을 가지고 자율적인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하면서 보육료 상한선의 1.5배 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여성연합은 이러한 개인소유어린이집 원장들의 요구에 대처하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지켜볼 것입니다.

개인소유 어린이집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왜곡된 보육서비스 전달체계 속에서, 소득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영유아가 공평한 보육서비스를 받고 저출산 시대에 부모들이 마음놓고 아이 키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는 것만이 정도(正道)입니다. 여성연합은 시민, 정당, 시민사회 제세력과 연대하여 국공립보육시설 확충과 ‘시장형’ 어린이집 도입 반대가 수용될 때까지 끈질기게 요구할 것입니다.

2011. 5. 3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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