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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면 행복해서 엔돌핀이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 가요계의 거물 패티김. 한평생을 열정의 무대에 바치다시피한 그가 딸의 손을 잡고 '여권 신장'의 기수로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지은희, 이하 여성연합) 후원회의 공동회장을 맡게 된 가수 패티김 씨가 대대적인 후원기금 마련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패티김 씨는 10월 7일부터 서울 등 8개 도시에서 열리는 딸사랑, 가족사랑 <패티김 사랑의 콘서트>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여성연합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전국 5개 지부, 28개 회원단체가 모인 여성연합은 14년간 독일의 기독교해외개발원조처(EZE)의 기부금을 지원받았으나, 한국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입을 이유로 지난 7월부터 지원금이 중단되어 현재 비상적립금을 활동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연합은 어려운 재정난을 해결하고 한국여성운동을 더욱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6월 후원회를 결성, 이이효재 여성연합 고문과 이세중 변호사, 가수 패티김 씨를 공동회장으로 위촉했다.

패티김 씨가 후원회장으로 일해야 할 공식 임기는 3년. 물론 패티김 씨가 사회단체를 위해 일해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92년 여성 실업가지식인의 국제단체인 '소롭티미스트 클럽(Soroptimist Club)'의 회원으로서 일했으며, 90년대 중반에는 한국여성의 전화 기금마련을 위해 전국적인 순회공연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티김 씨의 첫째 딸 정아 씨가 UN난민기구에서 일하고 있으니 패티김 씨와 사회단체와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이번 콘서트는 후원금을 마련하는 사랑의 콘서트이면서, 패티김 씨의 둘째 딸 카밀라 씨가 게스트로 출연해 가수로 데뷔하는 무대이자 엄마와 딸이 무대에 함께 서는 첫 번째 콘서트로 패티김 씨에게는 나름대로 그 의미가 크다. 올해로 62세, 그러나 여전히 현역가수로 군림하고 있는 노래경력 42년의 패티김 씨를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노래하면 행복해서 엔돌핀이 많이 나온다"

패티김 씨는 여전히 젊어 보였다. 까만 피부에 정돈된 화장, 168cm의 큰 키를 더 커 보이게 하는 8cm 정도의 하이힐 샌들, 그리고 흰색 털실로 짠 베레모를 쓴 패티김 씨는 특유의 느릿한 음성으로 "몸에 좋은 아이스 녹차"를 주문했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이전에 그의 좋은 피부, 젊음 등을 칭찬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었다.

"피부가 좋으려면 일단 피부는 타고 나야 한다. 나는 좋은 피부를 타고 난 것 같다. 그리고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젊은 마음이다. 노래하는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 젊은 편인데, 노래할 때 즐겁고 행복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할 수 있으니 엔돌핀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나는 걷기와 헬스 등의 운동을 많이 한다."

- 여성단체 후원회의 공동회장은 어떻게 맡게 되었나?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때, 여성연합이 14년 동안 독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여성연합은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원회를 결성했고, 나를 포함 다른 두 분이 공동회장을 맡고 있지만, 그 분들은 인기인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런 자리에 인기인이 한 명 정도 있어야 후원금을 만들기 쉬울 것이다. 그 동안 노인과 여성을 위해 자선공연을 많이 해왔다. 회장직을 흔쾌히 맡았다. 이런 직책을 맡는 것은 처음인데, 나의 노래경력과 인생의 경력에 책임 있는 직책을 하나 맡아서 내가 받아온 사랑과 애정을 사회에 (공식적으로) 환원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 여성연합 후원회의 최초 회장이 된 경우인데 패티김 씨는 여러 가지로 '최초' 타이틀이 많은데...

"최초로 마이크를 빼고 무대에서 움직이며 노래를 했고, 한국 최초의 뮤지컬 공연도 했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한국 가수로 최초로 노래했고, 세종문화회관에서도 대중 가수로서는 최초 공연을 했다."

- 그 당시에는 마이크를 빼서 부르면 안 되는 분위기였나?

"스탠다드 음악을 부르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다들 마이크 뒤에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내 노래는 그 당시 팝송이 대부분이었고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부르는 게 더 나았다. 그래서 마이크를 빼서 무대를 왔다갔다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 게 획기적이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무대에서 더 긴장하게 된다"

-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덩치 좋은 미군들 앞에서 팝송을 부른다는 것이 겁나지 않았나?

"겁은 안 났지만 긴장은 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랐다고나 할까. 너무 자신만만했다. 미국사람이라고 긴장을 하지는 않았다. 내 키가 168인데, 그 때는 나처럼 큰 여자가 없었고, 나보다 얼굴 하나가 작은 남자들도 많았다. 또 한국여자로서는 대단한 육체파였다. 꽉끼는 타이트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서면 환호성에 난리도 아니었다. 그게 기분이 좋아서 무대공포감같은 것은 느끼지도 못했다.

그후 미국과 여러나라를 돌아다닌 후 한국에 와서 결혼하고, 그 때까지도 무대가 무섭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가수경력 20년이 지나니 갑자기 무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가수로서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 이후로 지금까지 큰 공연이 다가오면 공연 며칠 전부터 잠도 못 자고 심장도 빨리 뛰는 것 같고, 나이를 들수록 긴장감이 더해진다. 무대가 크면 클수록 긴장되면서 흥분된다. 그것은 무대 위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감정이다."

- 본명이 김혜자이다. 연기자 김혜자 씨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패티김 씨는 이름을 이국적으로 바꾼 셈인가?

"김혜자 씨하고는 서로 알고 지낸다. 탤런트 김혜자 씨는 탤런트 이름에 어울리는데, 가수 김혜자는 가수 이름에 안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 가수 패티 페이지의 이름을 따서 패티김이 되었다. 또 내가 처음 섰던 무대의 관객이 90% 이상 미군들이다 보니 김혜자라는 이름으로는 미군들이 내 이름을 기억도 못하고 내가 부르는 노래 및 모든 것에 어울리지가 않았다.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독특한 뒷얘기가 전해진다. 또 성공한 사람들의 뒷면을 보면 좀 특이하다든지, 괴짜라든지. 또 어마어마하게 고집이 세다든지, 집념이 강하다든지. 아니면 하여튼 좀 그렇지 않나?"

- 패티김 씨는 위에서 말한 것 중, 어떤 소트(sort)에 속하는지?

"나는 거의 다 속한다. 난 욕심도 많고 꿈도 크고 의욕도 크고, 그 만큼 고집도 세고 괴짜다."

- 어떤 가수들을 좋아하는가?

"지금은 고인이 된 프랭크 시나트라와 엘라 피츠제럴드, 그리고 요즘 가수로는 노래 잘 부르는 휘트니 휴스턴과 셀린 디온, 바브라 스트라이잰드, 조지 마이클, 스팅, 그리고 컨트리 음악하면서 R&B 음악하는 보니 레이트를 좋아한다."

"매일 1시간씩 걷고 1000 미터 수영한다"

- 42년 동안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노래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체력단련이다. 내 노래는 고음처리가 많고 부르기 어려운 노래가 많아, 그 노래들을 부르려면 체력이 따라주어야 한다. 선천적인 소질도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큼 노력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내가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강하고 욕심도 많다 보니, 오늘날까지 현역가수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인기로 살아가는 직업의 사람들이 업앤다운(up&down)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에서 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만큼 노력을 많이 했으니까. 모든 것은 나와의 전쟁이다. 내 자신에게 도전하기. 내가 이만큼 가면 그 다음 내가 또 얼마큼 갈 수 있는지."

- 체력단련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오전에 1시간 5~6km를 걷고 헬스장에서 기계운동을 45분 정도 한 후 수영을 한다. 어렸을 적부터 수영을 좋아해서 수영을 참 많이 한다. 도전은 기본이 1000미터. 그 날 기분과 컨디션, 시간여유에 따라서 200~500m를 더 수영한다. 지난번에는 한 번도 쉬지 않고 2000미터를 수영할 수 있나 시험해봤고, 역시 2000미터를 완주했다. 바쁜 스케줄만 없다면 항상 운동을 한다. 나는 다른 연예인처럼 공연횟수가 많지 않아서 시간이 많은 편이고, 운동은 내가 땀흘린 대가를 가져다주어서 좋다."

- 체력단련 이외의 시간에는 뭘 하는가?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사람들과 노닥거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집에 있는 편이라 그렇다. 또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항상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집에 있는 동안에는 남편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할까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까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또 가수로서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있는가?

"비결은 무조건 10배 이상 잘해야 하는 거다. 또 나의 경우 국제결혼이라 사실 너무 힘이 든다. 오늘날까지도 너무 힘들다고 느끼고 살고 있다. 일단 언어가 힘들고. 나는 아주 보수적인 동양여자고 남편은 본토 이태리 플로렌스 태생 남자라서, 사고방식, 배경, 문화, 언어가 너무나 다르니까 살아가면서 너무 힘들다. 그 만큼 노력했다. 남들보다 더 사랑하고 더 이해하고, 더 양보하고. 여행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언제나 죄 짓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가족에게 봉사할 수 있나 하는 마음으로 노력했다."

"배꼽이 예쁜 것보다 노래를 잘 불러야 진정한 가수"

- 요즘 가수들과 연예인들이 기획사에 의해 키워지고 댄스음악과 립싱크에 주력한다. 선배가수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말 조심해야 하는데... (웃음) 선배가수가 후배가수들을 나무라는 말은 피하고 싶은데, 요즘의 음악은 너무 상업적이다. 돈과 인기 얻기 작전에 너무 열심이다. 정말 노래를 잘해서 한국 가요사에 한 페이지를 남길 수 있는 훌륭한 가수가 되기보다는 돈과 유명세에 더 주력하는 가수가 더 많아 보인다. 사실 연예인 자신보다는 미디어와 기획사가 더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획사들은 애정을 갖고 정말 좋은 가수들을 키워내야 하고, 가수는 무엇보다 노래를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외국이나 한국이나 가수가 될 수 있는 여건과 조건이 첫째 춤을 잘 추어야 하고, 둘째 체격이 좋아야 하고, 셋째는 배꼽이 예뻐야 하고, 넷째는 얼굴이 잘나야 하고, 그 다음으로 노래를 부를 줄 알면 가수가 된다. 사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노래를 잘 불러야만 가수가 되는 자격을 얻는 건데, 물론 나를 구세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건 시간을 거슬러서 가수에 관한 진리다."

- 딸도 가수로 데뷔하는데 어떤 음악을 하도록 인도하고 싶은가?

"나의 이상이 앞서 말한 것과 같기에 카밀라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본인이 원하는 것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이다. 내가 카밀라 나이때 딱 원했던 것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였다. 그 당시 제가 미국에 갔을 때는 동양사람은 물론 한국사람이 뉴욕에 너무 없었다. 내가 만약 뮤지컬에 출연한다면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런 뮤지컬이어야만 오디션을 볼 수 있었고, 그 당시 그런 작품들은 <남태평양>, <왕과나> 등이었다.

또 황색인종이 받는 차별은 정말 대단했고, 동양인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당시 브로드웨이 배우가 되는 것은 동양여자에게는 무리였다. 하지만 딸아이인 카밀라는 나보다 10배 이상 좋은 조건을 타고 났다. 시대적으로 좋은 시대에 부모 모두 후원을 해주며, 특히 엄마가 대선배 가수로서 조언을 해주고, 미모도 갖췄고, 음악도 정규레슨을 받았고, 피아노도 치고... 아마 꿈을 이룰 수 있겠지?"

"한국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립심"

- 지난 달, 노동부가 발표한 월 10만원 육아휴직급여액에 여성계 등에서는 '분유값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반발했고, 아직까지 출산휴가와 육아휴가 등에 말이 많다?

"지금의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고쳐져야 한다. 정말 여성들을 위한 제대로 된 출산, 육아휴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후원회장이 된 이유는 단지 돈을 모금하는 것에 있지 않다. 아직까지 사회에서 남녀차별이 너무 심하다. 남녀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본 한국 여성들은 어떠한가?

"한국여성들은 현명하고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한 그런 분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 편에는 너무너무 사치한 여성들이 많다. 외국생활을 많이 하면서 인종차별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 배운 것은 외국여성들이 너무나도 근검절약하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사치해 보일 수 있겠지만, 내가 겉으로 보이는 것은 연예인으로서 가수로서 화려해 보여야 하는 이유에 있고, 그것은 내 직업에 대한 일종의 투자다. 그러나 무대를 떠난 패티김은 굉장히 검소하다. 놀랄 정도로 검소하게 산다."

- 한국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립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