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경진쌤 - 복사본.jpg

< CEDAW 제69차 세션 한국 제8차 본심의 대응 참가단 활동 >

 

제네바에서 함께하는 여성운동 소식(5)

국제 기준에서 본 한국의 성평등 정책

 

2월 22일 목요일, 드디어 우리 정부가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날이에요. 여성가족부 장관과 담당자들, 법무부, 노동부, 교육부, 경찰청, 인사처 등 유관부처의 공무원들도 이틀 전에 도착해 심의 받을 준비를 했다고 해요. 우리 NGO 참가단은 어제 10여 명의 CEDAW 위원들과 한 시간 동안  진행한 간담회(lunch briefing)에서 위원들이 질문한 내용을 보완해서 오늘 회의 시작 전에 전달 하고자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각 분야별로 준비를 했었지요. 아침 8시경 숙소를 나와 UN 회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함께 있었어요. 몇 년 동안 여성연합과 민변을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준비해온 성평등 전반에 걸친 정책 평가 및 제언들을 과연 어느 위원이 오늘 심의회의 때 우리 정부에 질의해 줄지 말이죠.

9시에 UN의 지하 식당 옆에 마련된 NGO룸에서 각자 로비할 자료를 팀별로 인쇄해서 5층에 위치한 16번 회의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어제 간담회에 오셔서 질문했던 위원들의 자리에 활동가들이 짝을 이루어 찾아가 아침인사를 나누었어요. 다들 바쁘신 중에도 우리의 쪽지 질문지를 받아들고 설명을 들어주셨지요.

 1.jpg

< 2011년 이후 7년만에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 본회의에서 심의받는 한국정부 참가단 >

 

드디어 10시, 리투아니아 라인아르테 의장의 개회사로 회의가 시작되었어요. 먼저, 우리나라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의 모두발언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성과를 중심으로 30분 정도 발표를 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어로 동시통역이 되어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참가단들은 모처럼 시원하게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정현백 장관의 모두발언 후, 의장은 지금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심의할 것인데 시간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확하고 간략하게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해달라고 했어요. 회의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예외적으로 서면으로도 답변을 제출할 수 있으며, 해당 정보는 적시적이며 정확해야 본 위원회 최종견해에 반영될 수 있다는 간단하면서도 단호한 안내를 했어요.

 이어서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었는데요, 첫 질문이 우리나라 권고안 작성의 책임자인 83세의 필리핀 마날로 위원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왜 미루느냐”는 지적이어서 깜짝 반가웠습니다. 비교적 보수적인 분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첨예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짚어주다니요! 뭔가 잘될 것 같은 예감과 함께 감동이 밀어오더라고요.^^ 하지만 법무부 담당자는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구하고 있는 중이라는 형식적인 답변을 했어요. 그러자 우리 NGO 참가자들이 그동안 다른나라 심의에 참관하면서 질의하는 것을 보고 열혈팬이 될 수밖에 없었던 스위스 슐츠 위원이 차별금지법은 점진적 이행이 아닌 CEDAW 비준 후 즉각적인 이행을 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는 발언을 해서 어찌나 시원하던지요.

 위원들의 이어지는 질문들은 아주 날카롭게 우리 정부의 정책적 문제들을 짚어주셨습니다. 우리는 각자 컴퓨터에서 SNS로 서로 연결하여 소감을 나누기도 하고 돌아가면서 속기를 했어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조항 순서대로 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어요. 우리나라 권고안을 쓸 태스크포스를 맡은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각자 맡은 분야를 5분 정도씩 질문을 했어요.

3.jpg

< 한국 본심의 회의에 참관하고 있는 15명의 한국 NGO 활동가들 > 

 

협약 1조, 2조(여성에 대한 차별의 정의, 국가의 일반적 의무, 차별금지 법제 등)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평등 헌법 개정, 그리고 우리나라가 협약 비준 시 유보했던 가족성 조항, 자녀 성/본 변경, NGO 지원계획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정부는 지적사항 모두 잘 해가겠다는 답변을 했는데요, 특히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으로 차별받는 여성(LBTI women)에 대해서는 “여가부는 어떤 이유로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명확한 입장”이라고 밝혔답니다.

3조, 4조(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국가기구 및 적극적 조치)에서는 대통령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성별영향분석평가/성인지예산 제도의 이행 및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질문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여성의 평화와 안보를 다룬 1325 유엔 안보리 결의 국가행동계획,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을 다뤘는데요. 특히 화해치유재단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있었어요. 또한 여성 대표성 부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나 원자력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정부위원회에 여성들이 소수라는 점이 지적되었지요. 여가부장관은 대통령직속 성평등위원회는 추진 중에 있는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를 활성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했어요. 정현백 장관은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분들의 기록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할머니들과 지원단체들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협약 5조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관련해서는 사이버성폭력의 규제와 대처 및 예방방안, 성폭력 무고죄/명예훼손죄에 대응노력, 수사과정에서의 피해자 고정관념 및 과거 성 이력 증거채택 금지, 통계수집, 강간범죄의 구성요건(폭행과 협박이 아니라 동의여부), 가정폭력방지법의 가정유지에 우선을 둔 목적조항의 문제, 가정폭력처벌법의 사실혼관계의 배우자의 적용여부, 부부강간의 범죄화, 취약계층 특히 탈북여성의 성폭력 피해 관련 정책 등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협약 6조 인신매매 관련해서는 피해자 지원 체계 및 피해자 식별기준을 포함해 합법적 이주 관련 조항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착취, 피해자 식별, 성매매 수요차단, 탈성매매 제도 등의 구체적인 조치사항을 질문했어요.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2015 합의’에 대해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문구에 대한 법적 해석의 필요성 등이 제기되었어요. 여가부장관은 “올해 초 대통령이 한일 간 합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앞으로 위안부 문제 관련 정책이행에서는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면서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어요.

 

4.jpg

<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질문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

 

협약 7조 정치 및 공공 영역에서의 여성 참여, 선거/정치/NGO/국제기구 참여에 대해서도 여성 유리천장 지수가 OECD 중 가장 낮고 여성의원 비율도 낮음을 지적하면서 성평등 할당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빠른 시기 내에 이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이와 걸맞지 않다는 것이지요. 협약 9조 국적에 관련해서도 출생 등록의 문제, 결혼이주여성의 귀화신청 과정의 불합리성이 문제제기 되었습니다.

5.jpg

< 오후세션 시작 직전에 본회의장에서 이스라엘 카다리 위원과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만남 >.

 

협약 10조 교육에서는 일본의 하야시 위원이 한국과 일본이 성격차(Gender Gap)가 가장 나쁜 걸로 경쟁하는 것 같다고 포문을 열면서 가부장제 아래 고정관념이 양국의 공통적 문제라고 지적했어요. 학교 성교육이 성, 생식권, 위생, 보건 등 협소하게만 다루고 있는 점도 짚었고요. 2015년 교육부가 도입한 성교육표준안이 성별고정관념, 특히 성소수자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와 관련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냐는 날카로운 질문도 있었어요. 교육부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양성평등을 교육과정 총론에 반영하여 곧 제공될 것이라고 답변했고, ‘국가 성교육 표준안’을 학생들의 성가치관과 태도,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 의식 함양을 위해 6개 영역으로 학생 발달단계에 따라 구성했다는 답변을 해서 우리 NGO 참가단은 교육부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부처를 합리화하는 것에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협약 11조 고용과 관련해서는 노르웨이의 벅비 위원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문제제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의 실행 여부, 성별임금격차, 여성들의 경력단절의 주된 이유인 열악한 근무환경(저임금, 장시간 근로, 계약종료)을 지적했어요. 정부가 새일센터를 설립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 이 정책이 여성의 경력단절을 전제로 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어요. 또한 직장 내 성희롱의 처리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했답니다.

협약 12조 보건과 관련해서는 CEDAW에서 낙태문제를 오래전부터 권고해 왔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한국여성의 낙태에 관련한 자세한 자료 제공 및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사망률)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어요.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하는 화석연료 사용문제와 기후변화, 대기오염 문제 등을 짚었습니다.

협약 13조 경제 사회 영역의 성평등 부분에서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여성을 위한 삶의 구조변화, 사회적 기업 촉진을 위한 노력 여부 등이 다뤄졌고, 협약 14조 농촌 여성 등 취약계층 여성 부분에서는 농촌여성 문제와, 위안부 문제, 성소수자 문제 등이 거론되었어요. 마지막으로 협약 15조, 16조인 법 앞에 평등, 혼인과 가족생활 부분에서는 이혼 시 재산권, 양육권 문제와 동성 파트너들이 경제사회 문화적 권리, 연금/주택 관련해서 동등한 권리를 받지 못하고 있음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어진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위원들이 정부보고서와 NGO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상황을 알고자 노력한 성의가 돋보였어요. 이번 저희 NGO 참가단의 로비도 그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부하는 위원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정부의 답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망스러웠어요. 그도 그럴 것이 여성가족부만 장관을 비롯한 국장과 실무진들이 오고, 법무부나 노동부, 인사처, 경찰청 등은 사무관들이 참여했는데, 거의 예상질문에 대해 미리 준비한 내용을 국어책 읽듯이 답변하는 수준이었어요. 어떤 부처 답변자는 의장과 위원들로부터 답변중단 요구와 함께 “그렇게 읽을 거면 자료를 우리에게 달라, 시간이 없다. 구체적인 답변을 하라”는 지적과 함께 호통을 듣기도 했어요. 적어도 책임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담당자들이 와서 성실하게 각 부처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이행 과정을 이야기하고, 미진한 부분은 겸허히 지적을 받고 수정, 보완해가는 성숙한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모든 과정은 UN 웹TV로 생중계되었는데요, 언제든지 이 사이트(링크)에 들어가시면 다시보실 수 있답니다.

 

222일 한국정부 본심의 자세히 보기

http://webtv.un.org/en/ga/watch/consideration-of-republic-of-korea-contd-1577th-meeting-69th-session-committee-on-the-elimination-of-discrimination-against-women-/5737592642001/?term=&lan=spanish

 

 

6.jpg

< 한국 심의 참관을 마치고 제네바 UN 본부 정문을 나서는 NGO 참가단 >

 

참관을 마치고 우리는 곧장 다시 NGO룸에 모여서 심의회의 내용을 평가하며 위원들에게 추가로 전달할 의견에 관한 논의와 역할분담을 했어요. 마음이 급하기는 했지만 열흘 동안 수고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모처럼 한식집에 갔답니다. 김치찌개, 떡볶이, 잡채!!! 정말 맛있게 우리의 전통적인 식사를 하고 각자 이번 회의 참가 소감도 한마디씩 나눴지요. 우리의 활동이 CEDAW 권고를 잘 받기 위한 논의들을 하면서 서로 성장하고 동료의식도 생기게 되었다는 분, 권고는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것임을 알았고 많이 배워간다는 분, 이번 참여가 기반이 되어 이후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 각 주제별 운동이 합류된 느낌이었다는 분, 국제 네트워킹이 세상을 바꾸는 좋은 길임을 알았다는 분, 여성운동의 세계지도를 본 것 같다는 분, 우리들의 활동이 이토록 빡세게 돌아갈 줄은 미처 몰랐었다는 분(일동 웃음), 각 분야 인권 조약과 자료들을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분... 우리는 세대를 아우르고 운동 이슈를 넘어 서로 치열한 논쟁도 하고 멋진 역할분담을 통해 여성차별철폐위원들에게 한국의 성평등 과제와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성취감도 느꼈어요. 다들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으며 구체적인 과제를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을 나눴지요.

저녁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 조별로 12시가 넘어서까지 분야별 의견서를 작성하고 이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어요. 다음 날에도 숙소의 큰 방에 다들 모여서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성희롱처럼 젠더폭력과 노동에 중복되는 것은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등 논쟁을 하면서 하나하나 완성해갔어요. 저녁식사 전까지는 어떻게든 끝낸다는 목표를 세우고요. 오후 7시, 모두들 컴퓨터를 덮고 숙소를 나와 6분 거리에 있는 레만 호수가를 걷는데 호수가 아닌 바다였어요. 고풍스러운 구시가지가 멀리 보이고 잔뜩 흐린 날씨에 세차게 불어오던 제네바의 겨울바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찐한 동료애와 함께요^^.

7.jpg

< 제네바 레만호수에서 만난 백조들. 곧 다가올 봄날을 기다리며... >

 

오는 3월 9일에 발표될 예정인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정부에 대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가 어떤 내용일지가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최종권고가 나오면 다시 공유 드리겠습니다.^^ 

 

* 이 글은 CEDAW 제69차 세션 한국 제8차 본심의 대응 참가단 홍보팀(고미경, 김민문정, 유승진, 이미경)이 작성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36 [기자회견]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기자회견 (5/29 광화문 광장) file 2018.05.31
35 CEDAW 제8차 한국 정부 심의대응 NGO활동 보고 및 토론회 개최 (3/27(화),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file 2018.03.28
34 [토론회]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수립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2018/3/21(수)) 사회 분야 패널 토론 file 2018.03.22
33 [논평]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8차 한국 정부 심의 및 최종견해에 대한 논평 file 2018.03.13
» [제네바에서 함께하는 여성운동 소식(5)] CEDAW 한국 제8차 심의 : 국제 기준에서 본 한국의 성평등 정책 file 2018.03.02
31 [제네바에서 함께하는 여성운동 소식(4)] Lunch Briefing : 한국의 상황을 CEDAW 위원들에게 제대로 알리다. file 2018.03.02
30 [제네바에서 함께하는 여성운동 소식(3)] CEDAW NGO 참가단, UN 제네바 사무소에 발을 딛다! file 2018.03.02
29 [제네바에서 함께하는 여성운동 소식(2)] '국제여성권리행동감시단(IWRAW-AP)'의 워크샵에서 배운 대응전략 file 2018.03.02
28 [제네바에서 함께하는 여성운동 소식(1)] CEDAW 제8차 한국 본심의 대응팀, 제네바 도착 file 2018.03.02
27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출발, 우리의 현재 : ’성 평등 관점에서 본 SDGs 모니터링 결과’ 워크숍](2017/12/14(목), 프란체스코 회관) file 2018.01.05
Board Pagination 1 2 3 4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