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화려한 꽃마차는 밤 12시가 지나자 호박마차로 변했다. 요란한 잔치 G20 서울정상회의가 언제 끝난지 모르게 언론에서는 아시아올림픽 메달소식으로 떠들썩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G20 경제효과 450조원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지만 요란한 이벤트의 성과가 무엇인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G20 서울정상회의는 의제설정에 실패하고 별다른 실익도 챙기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은 커녕 새롭게 제기하고자 한 개발의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해 여성단체들이 ‘G20대응 여성행동’을 구성하여 G20 의제에 여성문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을 일찌감치 했지만, 정부의 답변은 G20 의제는 경제문제라 여성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성평등 가치와 철학이 부재한 정부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지난 G20 정상회의는 금융위기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엄청난 국가재정 지원을 통해 금융위기를 모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무리한 재정지출로 적자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정책에 합의하였다. 긴축정책으로 복지예산을 줄이게 되면 빈곤층의 삶의 질이 더욱 나빠지게 되고, 돌봄서비스 예산이 줄어들게 되어 결과적으로 가족내 돌봄노동이 여성에게 전가되게 된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지급 연령을 늦추려고 하자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도 긴축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즉 금융위기로 발생한 재정위기를 서민,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의 대안에 반드시 여성의 관점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여성단체가 제안하는 금융위기 대안은 투기자본을 규제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고, 금융거래세의 70%를 여성과 금융소외계층의 빈곤퇴치와 역량강화에 할당하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의장국으로써 야심차게 주도한 서울 개발컨센서스 경우, 개도국 인프라 개발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지원한다고 되어 있으나 그 방향이 ‘성장중심', '무역중심’으로 되어 있어 경제선진국의 경험을 후진국 경제에 일방적으로 주입하고자 하는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오만한 발상으로 유엔,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오랜 경험을 토대로 형성해온 ‘권리에 기반한(right-based)' 성인지적 개발원조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 개발 의제가 국제적 합의에 기반해서 추진되려면 유엔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시너지를 내는 방식의 개발/원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곧 다가올 2011년 '제4차 원조효과 고위급회의' 대비해서 한국식 개발/원조 정책을 전면 수정하여 젠더·환경·인권의 관점을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G20대응 여성행동‘은 서울정상회의를 통해 새로운 경제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에 공감했다. 소위 경제지표를 드러내는 GDP에는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무불노동과 재생산노동(그림자 경제)이 반영되지 않거나 저평가되어 있어 경제규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위기 대책에 여성이 배제된다. 그래서 국내외 여성경제학자들이 GDP에 돌봄경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세계 경제를 새로운 틀로 구성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세계경제가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의 부도덕성으로 휘청거릴 것이 아니라 윤리와 연대가 숨쉬는 사람경제(호혜경제)로 재구조화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바로 그 문제제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글 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