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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영란(부산여성연합 대표) 조영숙(여성연합 국제연대센터장) 배은혜(여성연합 활동가)



여성연합 정책/국제 담당 활동가 생활도 어느덧 4개월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생활에 마냥 재밌기만 했던 시간도 잠시, 업무를 알게 되고, 책임이 생기면서 때로 여러 어려움에 부담도 느끼는 요즘입니다. 연말을 지나 총회를 치르고 업무가 손에 익게 되면 차차 잘 적응이 되겠지요?^.^


 부산 세계시민사회포럼은 이렇게 여러 생각으로 약간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어떤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가서 잘 구경(?)하고 오자는 심산이었던 것도 솔직한 마음이었고, 오랜만에 해운대 바다를 본다는 생각에 달갑게 다가온 주말 출장이었습니다.


 부산 세계시민사회포럼은 개발원조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시민사회가 모여 개발원조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문을 도출함으로써, 전 세계 고위급 정부책임자가 참석하는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여국의 입장으로, 수혜국의 입장으로, 인종도 언어도 국적도 모두 다 다른 300여명의 세계 시민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빈곤퇴치라는 궁극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계 각국의 개발원조 실태를 공유하고, 문제점과 고민지점을 나누면서 올바른 개발원조의 방향을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성인지적인 개발원조! 이것이 여성연합 국제연대센터가 주목하는 주제입니다. 공여국의 개발 패러다임을 수혜국에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이 아닌, 수혜국의 시민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방식의 개발원조! 에서 나아가, 원조의 효과가 남녀 평등하게 나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공여국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원조가 수혜국 시민들의 실제 ‘삶의 질’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심지어 갈등과 차별을 야기하는 사례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취약계층 여성들의 경제자립을 위해 도입된 마이크로 크레딧이 실제로 아프리카 여성들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사례는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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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방식으로 열정적인 토론을 펼친 부산 세계시민사회포럼 ‘젠더세션’ 참가자들

 
 그리고 특별히 ‘젠더’ 세션에서는 ‘베이징 플랫폼(북경여성대회)’과 ‘CEDAW(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라는 도구의 활용과 실효화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었고,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포함된 ‘여성특별세션’에 대한 우려가 공통의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CEDAW 비준조차 하지 않은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과 한국 정부가 공통의 이해관계로 ‘여성특별세션’을 막판에 추가했기 때문이었고, 그 내용 역시 수십년 전 채택한 바 있는 베이징 플랫폼이나 CEDAW의 내용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이 그럴듯한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국내적인 상황과 국제적인 상황이 다르지 않구나 싶어 씁쓸했다고 할까요.


 3일을 꽉 채운 끝에 전 세계 개발원조 관련 시민사회가 채택한 합의문은 글쎄요. 제 생각에는 참 추상적이고 당위적이고 모호한 단어와 문장들로만 보였습니다. 그래도 지속가능한 연대를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각국에서 자국의 시민사회를 대표로 참석한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하나의 문서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답답하기까지한 민주적 진행방식과 지난하게 반복되는 토론을 지켜보며 스스로 민주시민 DNA가 모자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국제이슈라는 것이 국내이슈와 잘 연결되지도 않고, 현안에 급급한 대응을 하다보면 당장 시급해 보이지도 않아서 지나치기 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성인지적인 개발원조의 방향을 고민하여 우리의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결코 미뤄져서는 안 될 과제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연일 흐릿한 날씨로 눈부시게 투명한 파란 바다는 보지 못했지만, 시원한 파도소리 들으면서 여러 잡념들을 떨치고 좀 더 큰 세계에 속해 있는 ‘나’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업결과 정리와 총회 준비로 몸도 마음도 바쁜 연말이지만,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보다는 올해도 행복했는지 잠깐이라도 나눠보는 시간 가질 수 있는 연말이기를 바랍니다.

글 : 배네 (여성연합 국제연대센터 담당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