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평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27~27일 군사분계선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고 돌아왔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의 방북은 천안함, 연평도 사태로 악화된 남북관계의 개선과 3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여성들이 대표단을 구성해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9월 1일 이우정 선생 등 남측 여성계 대표 30명이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이란 주제로 평양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지나 육로로 평양을 갔다. 여성들이 민간 차원에서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건넜던 일이다. 당시 평양 토론회 참가자들은 남북의 여성이 만나면 통일운동에 기여할 수 있고 평등과 평화를 여성의 힘으로 이루고자 이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국내 여성단체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조전을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여성분과위원회,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연행 피해자 대책위원회 앞으로 보냈다.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나타난 평화와 통일을 향한 남북의 노력이 계승되기를 염원하고, 지도자를 잃은 북녘 여성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현재의 남북관계 아래에서는 한쪽 지도자의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인도적인 행위조차 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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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이 27일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방북 조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1992년과 2011년 여성들은 분쟁의 피해자를 넘어 남북화해의 메신저로서 활동하고 있다. 위의 사례는 여성들이 갈등 해결과 평화 촉진을 위한 적극적인 행위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11년 '글로벌성격차보고서'(The Global Gender Gap Report 2011)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지위는 세계 135개국에서 107위다. 작년 보다 3단계 떨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성 격차 지수는 남성에 대비한 여성의 지위를 잘 보여 준다. 이것은 경제참여와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강화를 토대로 한 남녀 사이의 격차를 조사한 것이다. 한국 여성의 지위는 한국 남성들에 비해 아주 낮다. 평화·통일·안보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를 바꾸고 여성의 경험과 이해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여성들은 국제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실로 2000년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on Women, Peace and Security 1325)가 채택되었다.


 안보리 결의 1325호는 여성이 분쟁 해결의 당사자로서 평화와 안보 유지와 촉진을 위한 모든 과정과 활동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와 완전한 개입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회가 1325호 이행을 촉구하며 활동을 해왔다.


 국회에서는 지난 6월 24일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을 포함한 국회의원 32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에 따른 국가행동계획 수립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발의는 한국 사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 채택을 향한 중요한 전진으로서 여성·평화·안보 분야에서 획기적인 일이었다.


 세계적으로 33개국이 정부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을 작성해 평화와 안보 영역에서 성인지적 접근법을 통합하고 여성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정부는 세계에서 33번째로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국가행동계획(NAP)을 채택했다.


 미국의 국가행동계획은 미국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과 4개년외교개발보고서(Quadrennial Diplomacy and Development Review)에 나타난 젠더 통합을 위한 목표위에 수립되었다. 젠더 통합은 모든 정책과 프로그램에서 남녀의 역할 뿐만 아니라 남녀 성별 차이와 불평등을 조사하고 밝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젠더 통합이나 성주류화의 목표는 성평등을 촉진하고 프로그램과 정책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미국 국가행동계획에서는 평화협정, 평화형성 활동, 갈등 예방에서 여성의 참여를 촉진하고,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분쟁과 불안정 상황에서 구호와 지원활동에 남녀의 동등한 접근을 보증하기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제도화하며 조정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선택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과정과 관련해 미 정부는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한국의 국가행동계획을 만드는데 참조할 만하다.


 첫째, 여성의 개입과 보호이다. 평화와 안정의 행위자로서 여성의 개입과 보호가 안보를 촉진하고 분쟁 예방, 대응, 해결, 사회의 재건을 위한 노력에 중심이 될 것이다.


 둘째, 성평등과 여성 권한 강화이다. 미국 국가안보전략과 4개년외교개발보고서에서 나타난 젠더 통합의 목표를 분명히 함으로써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미국의 노력이 성평등과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고 인권 존중을 보증하고 위기와 갈등환경에서 취약한 인구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보완하고 강화시킬 것이다.


 셋째, 포괄성의 원칙이다. 이 정책을 시행하는데 남녀, 남아여아, 청년, 종교·인종·성적 소수자, 장애인, 원주민 등 다양한 행위자의 견해와 참여를 포함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활동의 조율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계획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미국은 여성ㆍ평화ㆍ안보ㆍ구호 분야 활동에서 정부의 모든 부처와 기구사이에 조정을 하며, 미국 외교정책으로 통합되고, 국제파트너의 협조를 촉진할 것이다.


 다섯째, 책임성이다. 미국정부기구는 이 계획을 지지하는 정책과 제안의 이행에 책임을 질 것이다.


 내년 3월 26일 50개국의 국가 수반이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이 회의의 표어는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글로벌 코리아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갑니다"이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는 성 격차 지수가 세계에서 107위인 한국에서 시작할 수 없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에서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가 시작할 것이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글로벌 코리아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기 위해서 정부는 하루 빨리 여성ㆍ평화ㆍ안보에 대한 국가행동계획(NAP)을 채택하기 바란다.
 

[프레시안 기고] 남북화해 추구하는 여성들과 평화·안보 영역에서의 현실
글 : 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정책위원장